2024년 3월 3일 일요일

소리장도笑裏藏刀 - 웃음 속에 칼을 감추다, 겉과 속이 다르다.

소리장도笑裏藏刀 - 웃음 속에 칼을 감추다, 겉과 속이 다르다.

소리장도(笑裏藏刀) - 웃음 속에 칼을 감추다, 겉과 속이 다르다.

웃음 소(竹/4) 속 리(衣/7) 감출 장(艹/14) 칼 도(刀/0)

여기서 이 말하고, 저기서 다른 말 하는 사람은 누구나 따돌린다. 속에는 딴 생각이 가득해도 면전에서 듣기 좋은 말만 꾸며대서는 오래 가지 못한다. 面從腹背(면종복배)다. 말로는 온갖 칭찬을 늘어놓고 속에 해칠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야말로 경계할 사람이다. 부드러운 솜 안에 날카로운 바늘을 감춘 綿裏藏針(면리장침)이다. 달콤하게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속으로는 칼을 숨긴 口蜜腹劍(구밀복검)도 마찬가지다. 중국 唐(당)나라 6대 玄宗(현종)이 楊貴妃(양귀비)에 빠졌을 때 자신을 위협하는 충신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없앤 간신 李林甫(이임보)의 수법에서 나왔다.

속에 칼을 감춘 간신이 등장하는 성어가 더 있다. 이임보보다 앞선 2대 太宗(태종) 때의 李義府(이의부, 614~666)다. 그는 글을 잘 짓고 업무 능력도 뛰어나 임금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3대 高宗(고종)이 즉위한 뒤 태종의 후궁이었던 則天武后(측천무후)를 황후로 삼는데 적극 찬성하여 벼슬이 더 높아졌다. 이의부는 겉으로는 온화하게 웃으면서(笑裏) 태도가 겸손했지만 속으로는 해칠 칼을 숨기는(藏刀) 재주가 있었다. 이런 가면성을 아는 사람은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의부가 어느 때 사형수가 갇힌 옥을 둘러보다가 淳于(순우)라는 절색의 여인이 눈에 띄었다. 그는 온갖 감언이설로 옥리를 꾄 뒤 여자를 빼돌려 자신의 첩으로 삼았다. 소문이 돌고 이의부는 모른 체하며 되레 옥리에 죄를 뒤집어씌워 자살에 이르게 했다. 이의부가 손끝 하나 다치지 않자 어사 王義方(왕의방)이란 사람이 어전에서 처벌을 주장했다. 하지만 왕의 신임을 믿고 계략을 꾸며 왕의방을 변방으로 쫓아버렸다. 당시의 사람들은 이 일을 두고 ‘이의부의 웃음 속에는 칼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중국 唐(당)나라의 정사 ‘舊唐書(구당서)’에 실려 있다.

중국의 고대 병법인 ‘三十六計(삼십육계)’중에 제10계도 똑 같이 笑裏藏刀(소리장도)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 하여 안심시킨 뒤에 허를 찔러 공격하는 계책이다. 적과 대치할 때는 무슨 수를 쓰든 승리해야 하지만 사회에서 이를 사용한다면 신의를 완전히 저버리는 비인간적인 전략이 된다. 어디까지나 신뢰를 바탕으로 일을 도모해야지 겉과 속이 달랐다가는 실패만 기다린다.

취문성뢰聚蚊成雷 - 모기소리가 모이면 우레가 된다, 사실을 왜곡하여 남을 욕하다.

취문성뢰聚蚊成雷 - 모기소리가 모이면 우레가 된다, 사실을 왜곡하여 남을 욕하다.

취문성뢰(聚蚊成雷) - 모기소리가 모이면 우레가 된다, 사실을 왜곡하여 남을 욕하다.

모을 취(耳/8) 모기 문(虫/4) 이룰 성(戈/3) 우레 뢰(雨/5)

어릴 때부터 듣는 속담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는 무슨 일이나 그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작은 물건도 많이 모으면 나중 크게 이룰 수 있다는 성어는 많고 또 긍정적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는 塵積爲山(진적위산), 塵合泰山(진합태산) 말고도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거나(水滴石穿/ 수적석천) 연못을 이루기도 한다(水積成淵/ 수적성연)고 했다.

잘 알려진 愚公移山(우공이산)이나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磨斧爲針(마부위침회)도 있다. 반면 무섭거나 부정적인 것도 있다. 깃털이 쌓여 배를 가라앉히는 積羽沈舟(적우침주)와 같이 모기소리가 많이 모이면(聚蚊) 우레가 된다(成雷)는 이 성어는 소인배가 사실을 왜곡하여 열심히 남을 욕함을 이르는 말이다.

史記(사기)에 버금가는 後漢(후한) 초기 역사가 班固(반고)의 대작 ‘漢書(한서)’에서 이 성어가 유래했다. 前漢(전한)의 6대 景帝(경제)의 아들들이 봉해진 임지에서 올라오자 왕이 주연을 베풀었다. 그 때 中山王(중산왕) 勝(승)이 음악소리를 듣고서는 눈물을 흘리기에 황제가 의아해서 연유를 물었다.

중산왕은 자기를 참소하는 말에 답답해하며 해명한다. ‘뭇 사람의 입김에 산이 떠내려가고, 모기소리가 모여 우레가 된다고 합니다. 패거리를 지으면 범을 사로잡고, 사나이 열 명이 합심하면 쇠공이를 휘게 할 수 있습니다(衆喣漂山 聚蚊成雷 朋黨執虎 十夫橈椎/ 중후표산 취문성뢰 붕당집호 십부요추).’ 喣는 불 후, 漂는 떠다닐 표, 橈는 꺾어질 요, 椎는 쇠몽치 추.

여러 사람의 험담에 文王(문왕)이 구금된 바 있고 孔子(공자)도 陳蔡(진채)에서 곤욕을 치렀다며 다시 강조한다. ‘뭇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이고, 헐뜯는 말이 쌓이면 뼈도 삭으며, 가벼운 것이라도 수레 축대를 무너뜨리고, 새의 깃털이 무거운 몸을 날게 할 수 있습니다(衆口鑠金 積毀銷骨 叢輕折軸 羽翮飛肉/ 중구삭금 적훼소골 총경절축 우핵비육).’ 鑠은 녹일 삭, 銷는 쇠녹일 소, 翮은 깃촉 핵. 임금의 아들과 후손을 기록한 景十三王傳(경십삼왕전)에 실려 있다.

半 bàn

半 bàn

半 bàn

1. 2분의 1 2. 한가운데의 3. 매우 적은 양을 나타냄 4. 반쯤

거립지교車笠之交 - 신분의 귀천을 뛰어넘은 우정

거립지교車笠之交 - 신분의 귀천을 뛰어넘은 우정

거립지교(車笠之交) - 신분의 귀천을 뛰어넘은 우정

수레 거(車/0) 삿갓 립(竹/5) 갈 지(丿/3) 사귈 교(亠/4)

친구 사이의 아름다운 우정을 기리는 고사는 쌔고쌨다. 혈연이 아니면서 혈연 이상으로 서로 돕고, 친구의 위험을 자기가 안는 미담이 많아 이 난에서도 다수 소개했다. 이번엔 약간 생소하여 평시엔 잘 사용하지 않는 우정에 관한 성어도 한 번 모아 보자. 먼저 淸(청)나라 金纓(금영)이 편찬한 격언집 格言聯璧(격언연벽)의 구절엔 이런 것이 있다.

‘노름과 오락으로 사귄 친구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술과 음식으로 사귄 친구는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세력과 이익으로 사귄 친구는 한 해를 넘기지 못하며, 오직 정의로 사귄 친구만이 영원히 이어진다. ’ 연벽이란 쌍벽과 같은 뜻으로 격언을 쌍벽처럼 묶어 놓은 책이란 뜻이다.

孔子(공자)님은 정직한 사람, 성실한 사람, 견문이 많은 사람과 사귀라고 益者三友(익자삼우)를 내세웠다. 明(명)나라 蘇竣(소준)은 雞鳴偶記(계명우기)란 책에서 친구를 네 종류로 나누었다. 첫째는 畏友(외우)로 서로 잘못을 바로 잡아주고 도를 위해 노력하는 친구 사이, 둘째 密友(밀우)는 좋은 일이 있을 때나 서로 돕고 생사를 같이 하는 사이, 셋째 昵友(닐우)는 좋은 일이 있을 때나 놀 때만 잘 어울리는 사이, 마지막으로 賊友(적우)는 이익을 보면 서로 싸우고 근심거리가 있으면 미루는 사이를 말했다. 昵은 친할 닐. 이익을 두고 서로 싸우는 사이를 친구로 포함시킨 것이 의외다.

신분이나 생활수준이 차이나는 것을 뛰어넘은 친구는 더 아름답다. 伯牙絶絃(백아절현)은 고관과 나무꾼, 水魚之交(수어지교)는 군신관계였다. 한 사람은 수레를 타고, 다른 사람은 패랭이를 쓰고(車笠) 다닐 정도로 차이가 나는 두 친구의 사귐(之交)을 말하는 이 성어도 신분의 귀천을 뛰어넘는다. 宋(송)나라 太宗(태종)의 명으로 李昉(이방, 昉은 밝을 방)이 엮은 ‘太平御覽(태평어람)’에 인용되어 전한다. 越(월)나라 풍속에 우정을 맺을 때의 예를 소개하고 그 때 축원하는 말에 나온다. ‘그대는 수레를 타고, 나는 삿갓을 쓰고 다른 날 만나면 수레에서 내려 서로 읍하세.

십벌지목十伐之木 - 열 번 찍어 베는 나무, 꾸준히 노력하면 성취한다.

십벌지목十伐之木 - 열 번 찍어 베는 나무, 꾸준히 노력하면 성취한다.

십벌지목(十伐之木) - 열 번 찍어 베는 나무, 꾸준히 노력하면 성취한다.

열 십(十/0) 칠 벌(亻/4) 갈 지(丿/3) 나무 목(木/0)

중도에서 일을 작파하지 말고 꾸준히 계속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속담과 성어가 많다. ‘열 번 갈아서 안 드는 도끼가 없다’란 속담은 磨斧作鍼(마부작침)과 통한다. 백절불굴의 강인한 정신과 기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열 번 쓰러지면 열 번 일어난다’는 속담도 있다. 깃털이 쌓여 배를 가라앉힌다는 積羽沈舟(적우침주), 물방울이 계속 떨어져 바위를 뚫는 水滴石穿(수적석천) 외 같은 성어는 수두룩하다.

이 모든 속담보다 더 자주 사용돼 귀에 익은 말이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 없다’를 옮긴 이 성어일 것이다. 정확히 풀어 十斫木無不顚(십작목무부전)이라고도 한다.

이 말은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기어이 이룬다는 뜻으로 보통 쓴다. 여기서 뜻이 넓혀져 아무리 뜻이 굳은 사람이라도 여러 번 권하거나 꾀고 달래면 결국은 마음이 변한다는 뜻도 된다. 정신을 집중하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는 강인함이 앞의 뜻이라면 후자는 아무리 굳은 의지라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조의 나약함을 가리킨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魏(위)나라가 趙(조)에 져서 태자와 함께 龐恭(방공)이란 사람이 인질로 가게 됐다. 방공은 왕에게 말했다. 어떤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겠느냐고 하니 믿지 않는다고 했다. 두 사람이 말해도 믿지 않겠다고 말한 왕은 세 사람이 나타났다면 믿겠다고 했다. 방공이 말했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을 것은 분명한데도 세 사람이 말하자 나타난 것으로 됐습니다(夫市之無虎也明矣 然而三人言而成虎/ 부시지무호야명의 연이삼인언이성호).’ 자신에 대해 근거 없는 말이 떠돌아도 믿지 말라고 한 뜻이지만 왕은 그 뜻을 지키지 못했다. ‘韓非子(한비자)’에 나오는 三人成虎(삼인성호)의 유래다. ‘戰國策(전국책)’에도 같은 이야기가 있다.

미인을 얻기 위해서는 용기가 앞서야 한다며 열 번 찍어야 한다고 호사가들은 말한다. 이런 노력은 가상한 일이지만 무턱대고 찍어서는 나무만 상한다. 도끼날을 잘 갈고 자루도 튼튼히 하는 등 만반의 준비가 앞서야 한다. 신의를 주지 않고 자신에 유리한 말만 퍼뜨린다면 세 사람이 와서 법이 나타났다고 해도, 나무를 열 번 찍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믿음이 앞서야 한다.

구밀복검口蜜腹劍 - 입에는 꿀 바른 듯 배 속에는 칼이 있다.

구밀복검口蜜腹劍 - 입에는 꿀 바른 듯 배 속에는 칼이 있다.

구밀복검(口蜜腹劍) - 입에는 꿀 바른 듯 배 속에는 칼이 있다.

입 구(口/0) 꿀 밀(虫/8) 배 복(肉/9) 칼 검(刂/13)

입술에 꿀 바른 듯 달콤하게 말을 하는 사람은 일단 경계 대상이다. 말로는 친한듯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칼날을 품고 있듯이 해칠 생각이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웃고 뺨친다’나 ‘등치고 간 내먹다’ 같은 똑 같은 뜻의 속담도 있다. 북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할 때 나열한 죄상 중 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면서 속으론 딴 마음을 품는다는 뜻의 陽奉陰違(양봉음위)도 유사성어 중의 하나로 유명해졌다.

口蜜腹劍은 중국 간신 중에서도 이름 높은 唐(당)나라 때의 李林甫(이임보)에게서 비롯된 말이다. 당 玄宗(현종)은 초기에 민생을 안정시키고 국방을 든든히 하여 ‘開元之治(개원지치)‘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만년 楊貴妃(양귀비)와 사랑에 빠진 뒤부터는 권신 이임보에게 국정을 일임해 버렸다.

음험하고 아부에 능했던 이임보는 조정의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며 자기의 자리를 위협하는 충신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없애거나 그렇지 않으면 멀리 지방으로 내쫓았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들은 연유도 몰랐다.

이임보가 정적을 제거할 때는 한껏 상대방을 추어세운 다음 뒤통수를 치는 음험한 수법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十八史略(십팔사략)‘이나 ’自治通鑑(자치통감)‘ 등의 관련 조에는 이렇게 이임보를 평가한다. ’현명한 사람을 미워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질투하여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배척하고 억누르는 성격이 음험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입에는 꿀이 있고 배에는 칼이 있다고 말했다. ‘ 19년 동안 전횡한 이임보가 죽은 뒤 재상이 된 楊國忠(양국충)이 그 죄상을 밝히자 현종은 그때서야 생전의 관직을 박탈하고 剖棺斬屍(부관참시)의 극형에 처했다.

안고수비眼高手卑 - 눈은 높지만 재주는 미치지 못한다.

안고수비眼高手卑 - 눈은 높지만 재주는 미치지 못한다.

안고수비(眼高手卑) - 눈은 높지만 재주는 미치지 못한다.

눈 안(目/6) 높을 고(高/0) 손 수(手/0) 낮을 비(十/6)

눈은 높은 곳(眼高)에 있고 손은 아래쪽(手卑)에 있다. 이 당연한 말이 물론 위치한 곳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는 수준과 뜻은 크고 높으나 손으로 이룰 수 있는 재주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 먼저다. 또 ‘실없는 부처 손’이란 속담이 말하듯 아무 쓸모가 없는 경우나 그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평할 때 기막히게 약점을 잘 잡아내면서도 실제 창작을 하라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비꼬아 눈만 높다고 말한다. 안고수저(眼高手低)라 해도 같다. 눈썰미가 있고 손이 재빨라 재주가 있는 眼明手快(안명수쾌)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처럼 쉬운 말로 자주 쓰이는 성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이전부터 쓰이던 말을 번역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고전에 사용된 예도 적다.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李德壽(이덕수, 1673~1744)라는 문신이 있다. 주자학을 반대하고 실사구시의 학문을 이끌었던 朴世堂(박세당)의 문인으로 문장과 글씨에 능했다. 이덕수는 ‘罷釣錄(파조록)’이란 책에서 글을 쓸 때는 대상을 정밀하게 파악하여 집중해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초학자들이 글을 지을 때는 경솔하게 기이함에 뜻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충고한다. ‘근래 들어 젊은이들의 글은 절름대고 막히고 졸렬하고 껄끄러워 한 가지 볼 만한 점이 없다. 이는 모두 눈은 높은데 손이 낮다는 안고수비 네 글자에 연좌된 탓이다. ’ 蹇은 절 건. ‘매일 읽는 우리 옛글’이란 책에 인용되어 있다.

금선탈각金蟬脫殼 - 금빛 매미는 허물을 벗어야 만들어진다.

금선탈각金蟬脫殼 - 금빛 매미는 허물을 벗어야 만들어진다.

금선탈각(金蟬脫殼) - 금빛 매미는 허물을 벗어야 만들어진다.

쇠 금(金/0) 매미 선(虫/12) 벗을 탈(肉/7) 껍질 각(殳/8)

계절에 맞지는 않지만 매미에 대한 성어를 이야기해 보자. 매미가 성충으로 살아있는 기간은 일주일에서 길어봐야 한 달이라 한다. 그래서 莊子(장자)는 여름에 나와 가을에 죽는 매미는 일 년의 길이를 알 리 없다고, 일부밖에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을 꼬집었다.

당연히 겨울의 눈을 모르니 蟬不知雪(선부지설)이라며 좁은 견문을 나타냈다. 하지만 짧은 지상의 매미가 되기 위해 6년에서 17년이라는 기간을 지하에서 애벌레로 지낸다는 사실은 그 기나긴 인내와 인고의 생활에 고개 숙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애벌레가 성충이 되어 금빛 날개를 가진 화려한 모습으로 탈바꿈하는데서 과거를 잊고 새 출발하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금빛 매미(金蟬)는 자신의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던짐(脫殼)으로써 만들어진다는 이 성어는 식견의 좁음이나 과감한 변화 등을 뜻하는 것과는 달리 ‘三十六計(삼십육계)’에서 나왔다. 이 책을 병법서의 고전 孫子兵法(손자병법)과 혼동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확한 권수와 작자, 편찬 시기 등은 알 수 없는 별개의 책이다. 대개 5세기까지의 故事(고사)를 17세기 明末(명말)에서 淸初(청초)에 수집하여 ‘三十六計秘本兵法(삼십육계비본병법)’으로 묶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고 속임수에 강조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혼란 상태에서의 전략인 混戰計(혼전계)의 제21계로 나오는 이 말은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감쪽같이 몸을 빼 도망하는 것을 뜻했다. 은밀히 퇴각할 때 사용하는 전법으로 진지의 원형을 보존하고 군대가 여전히 주둔하고 있는 것처럼 하면 적이 감히 공격하지 못한다. 그런 후에 주력부대를 은밀히 이동시켜 탈출하는 위장전술이다. 劉邦(유방)이 項羽(항우)에게 滎陽(형양, 滎은 실개천 형)에서 포위되었을 때 紀信(기신)이란 장수를 유방으로 변장시키고 탈출한 것이나 南宋(남송)이 金(금)에 침략 당했을 때 명장 畢再遇(필재우)가 연일 북소리를 울리면서 퇴각한 것을 좋은 예로 들고 있다.

본 뜻에서도 말하듯 곤경에 처했을 때 벗어나려는 속임수는 살아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왕년의 강대함만 믿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앙급지어殃及池魚 - 연못 속 물고기에 재앙이 미치다, 억울하게 피해를 보다.

앙급지어殃及池魚 - 연못 속 물고기에 재앙이 미치다, 억울하게 피해를 보다.

앙급지어(殃及池魚) - 연못 속 물고기에 재앙이 미치다, 억울하게 피해를 보다.

재앙 앙(歹/5) 미칠 급(又/2) 못 지(氵/3) 고기 어(魚/0)

고약한 사람을 가까이 하면 본의 아니게 그 화가 자신에게도 미친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속담대로다.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에 엉뚱하게 피해를 입을 경우가 있다. 강한 자들끼리의 싸움에 구경도 하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으면 더 억울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뜻과 같이 鯨戰鰕死(경전하사)가 그것이다. 연못에 평화로이 사는 물고기들이 사람들에 의해 죽게 생겼다.

성문에 불이 나서 그것을 끄기 위해, 혹은 보석을 찾기 위해 물을 퍼내거나 하면 화가 미쳐(殃及) 상관없는 연못의 물고기(池魚)가 죽게 된다는 이 성어도 같은 뜻이다. 억울하게 터무니없는 재앙을 당할 때 비유한다.

내용이 완벽하다면서 한 자라도 고칠 수 있는 사람에게 천금을 준다는 一字千金(일자천금)이라 하면 바로 ‘呂氏春秋(여씨춘추)’를 떠올린다. 秦始皇(진시황)의 생부로 알려져 있는 呂不韋(여불위)가 3000명이나 되는 빈객들의 제자백가 지식을 집대성한 책이라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 책의 孝行覽(효행람) 必己(필기)편에 물고기의 재앙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 宋(송)나라의 대부였던 桓魋(환퇴, 魋는 몽치머리 퇴)라는 사람이 진귀한 구슬을 얻게 됐다. 송왕이 탐을 냈지만 주지 않았다.

환퇴가 죄를 지어 구슬을 갖고 도망치자 사람을 시켜 소재를 묻게 했다. ‘환퇴가 연못에 던져 버렸다는 말을 듣자, 왕은 물을 모조리 퍼내게 했으나 구슬은 찾지 못했고 물고기만 떼죽음을 당했다.

宋(송)나라 太宗(태종)의 명으로 李昉(이방, 昉은 밝을 방) 등의 학자가 엮은 설화집 ‘太平廣記(태평광기)’에는 약간 다른 설명이다. ‘성문에 불이 붙었는데 그 재앙이 연못의 물고기에 미쳤다(城門失火 禍及池魚/ 성문실화 화급지어).’ 성문에 불이 나 근처 연못의 물을 몽땅 퍼내 물고기가 죽었다고 하는 해석과, 그 불로 인해 근처에 살던 池中魚(지중어)라는 사람이 타 죽었다는 풀이도 있다.

척포두속尺布斗粟 - 한 자의 베와 한 말의 조, 나누지 않는 형제의 다툼

척포두속尺布斗粟 - 한 자의 베와 한 말의 조, 나누지 않는 형제의 다툼

척포두속(尺布斗粟) - 한 자의 베와 한 말의 조, 나누지 않는 형제의 다툼

자 척(尸/1) 베 포(巾/2) 말 두(斗/0) 조 속(米/6)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란 형제는 우애도 배우고 경쟁도 하는 사이다. 길을 가다 금덩이를 주운 형제가 욕심에 우애를 버릴까봐 강에 던졌다는 兄弟投金(형제투금) 이야기도 있고, 인류 최초의 살인자도 동생을 죽인 형 카인이었다. 외부서 싸움을 걸면 형제가 힘을 합쳐 막아내지만, 재산이 비슷할 때만 우애가 가능하다거나 형제라도 돈에서는 남이라는 서양 격언은 알력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어도 많아 이 난에서도 煮豆燃萁(자두연기, 萁는 콩대 기)나 同室操戈(동실조과) 등을 소개했다.

이보다는 약간 생소하지만 한 자의 베(尺布)와 한 말의 조(斗粟)란 뜻의 이 말도 형제간의 불화를 나타낸다. 거꾸로 斗粟尺布(두속척포)라 해도 같다. 얼마 안 되는 옷감과 곡식이라도 모아서 의식에 보태는 것이 형제인데 그러지 못한 漢(한)나라의 5대 文帝(문제)를 조롱하는 고사에서 나왔다. ‘史記(사기)’와 ‘漢書(한서)’의 淮南衡山(회남형산) 열전에 비슷한 내용으로 실려 전한다.

간단하게 내용을 보자. 漢高祖(한고조) 劉邦(유방)은 나라를 세운 후 각 지역을 순시하다 趙王(조왕)이 바친 미녀의 시중을 받고 아들을 얻는다. 하지만 정무에 쫓겨 까마득하게 잊었다가 여인은 아들을 유방에 보내고 자살한다.

劉長(유장)이라 이름을 지어준 아이는 총명하고 자랄수록 유방을 닮아가 사랑을 독차지했고 일찍 淮南王(회남왕)으로 봉했다. 고조가 죽고 呂后(여후)가 전단하던 왕조를 평정한 뒤 왕위에 옹립된 劉恒(유항)이 문제다. 그즈음 유장은 회남에서 이복 형이 황제가 되자 기고만장해서 마음대로 행동했다. 황제를 알현하러 와서도 군신의 예를 무시하기 일쑤였고 사냥을 나갈 때도 수레에 억지로 같이 탔다.

문제는 여러 차례 주의를 주었지만 회남왕은 고쳐지지 않았고 급기야 반란을 꾀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이를 알아차리고 유장을 체포해 蜀(촉)으로 귀양 보냈다. 그곳에서 유장이 굶어죽자 문제는 박정하게 한 것을 후회했다. 민간에서는 왕이 천하를 차지하고도 동생에게 무정했다는 노래가 퍼지기 시작했다. ‘한 자의 조각 천이라도 이어서 꿰매면 입을 수 있고, 한 말의 조라도 나누어 먹으면 굶어 죽지 않는데, 형제가 서로 용납하지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