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5일 화요일

척탕천고수滌蕩千古愁 – 천고의 시름을 씻다.

척탕천고수滌蕩千古愁 – 천고의 시름을 씻다.

척탕천고수(滌蕩千古愁) – 천고의 시름을 씻다.

씻을 척(氵/11) 끓을 탕(氵/9) 일천 천(十/1) 예 고(口/2) 근심 수(心/9)

술을 적극 찬미하는 사람은 약 중에서도 가장 으뜸이라며 百藥之長(백약지장)이라 한다. 온갖 시름을 잊게 해 주니 忘憂物(망우물)이기도 한데 삼천갑자 東方朔(동방삭)은 한 술 더 뜬다. ‘근심을 없애는 데엔 술보다 나은 것이 없다(銷憂者 莫若酒/ 소우자 막약주).’ 이런 시름을 술로써 가장 많이 푼 사람은 아마 중국 唐(당)나라 李白(이백, 701~762)일 듯하다. 그는 귀양 온 신선(謫仙人/ 적선인)이라 불리듯이 시국이 뜻과 같지 않다고 울분을 터뜨리며 술 마시고 미친 듯 노래 불렀다. 詩聖(시성) 杜甫(두보)도 그를 두고 읊었다. ‘이백은 술 한 말 마시면 시 백 편을 썼다(李白一斗詩百篇/ 이백일두시백편).’

이백은 술을 마셔도 홀로 마실 때가 많았다. ‘꽃밭에 맛있는 술 한 항아리, 친한 이도 없이 홀로 마시네(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화간일호주 독작무상친),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까지 셋이 되는구나(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거배요명월 대영성삼인)’란 ‘月下獨酌(월하독작)’ 시가 잘 말한다. 邀는 맞을 요. 그런데 천고의 걱정거리(千古愁)를 씻는다는 이백의 이 구절은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며 해소한다.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들이 지녀온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시름을 친구와 함께라면 지울 수 있으리라. 밝은 달빛 아래 부어라 마셔라 술과 함께 하룻밤을 새우면 시름에서 해방된다. 마음껏 마시다 취하면 자연 속에서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베개 삼아 누우면 그만이라. 술로써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호방한 시 ‘벗과 함께 묵으며(友人會宿/ 우인회숙)’의 내용이다. 짤막하니 전문을 보자. ‘천고의 시름을 씻어버리며(滌蕩千古愁/ 척탕천고수), 자리에 눌러앉아 백병의 술을 마신다(留連百壺飮/ 유련백호음), 좋은 밤 마땅히 이야기로 지새우리(良宵宜淸談/ 양소의청담), 밝은 달빛에 잠을 이룰 수 없구나(皓月未能寢/ 호월미능침), 술 취하여 텅 빈 산에 누우니(醉來臥空山/ 취래와공산), 하늘과 땅이 곧 이불이요 베개로다(天地卽衾枕/ 천지즉금침).’

이백의 시대로부터 천년이 넘게 지났기에 다시 천고수가 쌓였는지 걱정거리가 더 많아진 듯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주자십회朱子十悔 - 주자의 열 가지 후회

주자십회朱子十悔 - 주자의 열 가지 후회

주자십회(朱子十悔) - 주자의 열 가지 후회

붉을 주(木/2) 아들 자(子/0) 열 십(十/0) 뉘우칠 회(心/7)

이전의 잘못을 깨우치면 항상 늦다. 후회할 일을 하지 않으면 가장 좋은 일이련만 결혼은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한다는 말과 같이 후회하지 않을 일이란 좀체 없다. 무슨 일을 잘못 생각하거나 못쓰게 그르쳐놓은 뒤에야 깨닫고 이랬으면 저랬으면 해봐야 소용없다. 그래서 ‘미련은 먼저 나고 슬기는 나중 난다’는 속담이 생겼겠다. 이런 중에서도 선인들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후회할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 있다. 중국 北宋(북송)의 재상 寇準(구준, 961~1023)이 남긴 六悔銘(육회명)도 있지만, 가장 알려진 것이 宋(송)나라 유학자 朱熹(주희, 1130~1200)의 열 가지 후회(十悔)다. 朱子十訓(주자십훈), 朱子訓(주자훈)이라고도 한다.

열 가지를 차례대로 보자. 어느 것이나 쉬운 글로 간략하게 교훈을 준다.

첫째,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不孝父母死後悔/ 불효부모사후회).’

둘째, ‘가족에게 친하게 대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뉘우친다(不親家族疏後悔/ 불친가족소후회).’

셋째, ‘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뉘우친다(少不勤學老後悔/ 소불근학노후회).’

넷째, ‘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뉘우친다(安不思難敗後悔/ 안불사난패후회).’

다섯째, ‘풍족할 때 아껴 쓰지 않으면 가난해진 뒤에 뉘우친다(富不儉用貧後悔/ 부불검용빈후회).’

여섯째, ‘봄에 씨 뿌려 가꾸지 않으면 가을에 뉘우친다(春不耕種秋後悔/ 춘불경종추후회).’

일곱째, ‘담장을 고치지 않으면 도둑맞은 뒤에 뉘우친다(不治垣墻盜後悔/ 불치원장도후회).’

여덟째, ‘색을 삼가지 않으면 병든 뒤에 뉘우친다(色不謹愼病後悔/ 색불근신병후회).’

아홉째, ‘술에 취해 망령된 말을 하고 술 깬 뒤에 뉘우친다(醉中妄言醒後悔/ 취중망언성후회).’

열째,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뉘우친다(不接賓客去後悔/ 부접빈객거후회).’

장성한 자식이 봉양하려 하나 부모는 이미 떠난 뒤이기 쉬우므로 살아계실 때 잘 모시라는 이야기와 가족과의 우애를 가장 먼저 내세웠다. 학문을 닦는데 게으르지 말고 항상 다가올 어려움을 생각하라는 가르침이 따른다. 어느 것이나 모두 일에는 항상 때가 있고, 그 때를 놓치면 사후에 뉘우쳐도 소용없음을 강조했다. 오늘날에도 잘 들어맞는 교훈이다/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지과필개知過必改 - 잘못을 알고 반드시 고친다.

지과필개知過必改 - 잘못을 알고 반드시 고친다.

지과필개(知過必改) - 잘못을 알고 반드시 고친다.

알 지(矢/3) 지날 과(辶/9) 반드시 필(心/1) 고칠 개(攵/3)

성인이 아니라면 완전무결한 사람이 있을 수 없다. 다소의 차이는 있을망정 허물이 따르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탓은 남에게 돌린다. 제 눈에 있는 들보는 보이지 않고, 작더라도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은 잘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경이 개천 나무라고, 못 되면 조상 탓을 한다. 소수일지라도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인정 여부에 따라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된다. 자신의 잘못을 알 뿐만 아니라 고치기까지 한다면 앞의 잘못도 따지지 않고 넘어간다.

잘못을 알게 되면(知過) 반드시 고친다(必改)는 이 성어는 ‘論語(논어)’의 子張(자장)편에서 나와 마음을 다스리는 숱한 책에 인용됐다. 孔子(공자)의 제자들 이야기를 모은 이 편에서 子貢(자공)이 한 이야기를 보자. ‘군자의 잘못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다. 잘못을 저지르면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보게 되고, 잘못을 고치면 모두 우러러본다(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 人皆見之 更也 人皆仰之/ 군자지과야 여일월지식언 과야 인개견지 경야 인개앙지).’

子夏(자하)가 ‘소인들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꾸며댄다(小人之過也必文/ 소인지과야필문)’고 말한 것도 같은 편 앞부분에 있다. 공자는 곳곳에 비슷한 가르침을 남겼는데 ‘잘못은 아무 거리낌 없이 고쳐야 한다(過則勿憚改/ 과즉물탄개)’가 學而(학이)편에,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 나의 걱정거리(不善不能改 是吾憂也/ 불선불능개 시오우야)’란 말이 述而(술이)편에 있다.

‘明心寶鑑(명심보감)’에는 자장편의 말 뒤에 덧붙여 ‘허물을 알면 반드시 고쳐 능히 잊지 않아야 한다(知過必改 得能莫忘/ 지과필개 득능막망)’고 했고 ‘千字文(천자문)’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 또 ‘四字小學(사자소학)’에는 ‘착한 것을 보면 그것을 따르고, 잘못을 알면 반드시 고쳐라(見善從之 知過必改/ 견선종지 지과필개)’로 되어 있다.

남이 조그만 잘못을 했을 때는 크게 부풀려 針小棒大(침소봉대)하고 자신의 잘못은 끝까지 감추다 들통 나면 변명에 급급하다. 상대방을 무너뜨려야 자신이 살아가는 정치판이 아닌 다음에야 이렇게 해서는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상대의 능력을 인정해야 신뢰가 싹튼다/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지어지앙池魚之殃 - 연못 속의 물고기의 재앙, 화가 엉뚱한 곳에 미침

지어지앙池魚之殃 - 연못 속의 물고기의 재앙, 화가 엉뚱한 곳에 미침

지어지앙(池魚之殃) - 연못 속의 물고기의 재앙, 화가 엉뚱한 곳에 미침

못 지(氵/3) 고기 어(魚/0) 갈 지(丿/3) 재앙 앙(歹/5)

강한 자 사이에 낀 약자는 항상 불안하다. 이 쪽을 편들면 저 쪽에서 눈 흘기고, 저 쪽을 편들면 이 쪽에서 으르렁댄다.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때 대국 齊(제)와 楚(초)나라 사이에서 괴로움을 겪었던 藤(등)나라의 고초를 일컫는 間於齊楚(간어제초) 그대로다. 같은 뜻을 나타내는 비유가 숱하다. 그 중 가만히 있어도 강자끼리의 싸움에서 피해를 입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鯨戰蝦死(경전하사)가 있다. 연못에서 한가로이 사는 물고기(池魚)가 이웃에 난 불을 끄기 위해, 또는 무엇을 찾기 위해 물을 퍼 올린다면 엉뚱하게 화를 입는(之殃) 이 성어도 마찬가지 뜻이다. 殃及池魚(앙급지어)라고도 한다.

춘추시대 宋(송)나라에 대부였던 桓魋(환퇴, 魋는 몽치머리 퇴)라는 사람이 있었다. 성이 向(향)이어서 向(魋(향퇴)라고도 하는 그는 孔子(공자)의 제자 司馬牛(사마우)의 형이기도 하다. 그런데 큰 나무 아래에서 예를 가르치던 공자를 해치려고도 한 망나니였다. 환퇴가 어느 때 천하에서 가장 진귀한 보석을 지니게 됐다. 소문을 들은 송나라 왕이 보석을 차지하려는 욕심이 있었지만 환퇴가 줄 리 없었다. 그러던 중 환퇴가 죄를 지어 종적을 감췄다. 보석의 소재가 궁금했던 왕은 사람을 시켜 감춰 둔 곳을 알아오게 했다. ‘도망할 때 궁궐 앞 연못 속에 던져버렸다는 보고를 들은 왕은 즉시 연못의 물을 모조리 퍼내고 보석을 찾아내게 했으나 아무 것도 구하지 못하고 못 속의 물고기만 모조리 말라 죽고 말았다(曰投之池中 於是竭池而求之 無得 魚死焉/ 왈투지지중 어시갈지이구지 무득 어사언).’ 3000명 빈객들의 제자백가 지식을 집대성한 책이라는 呂不韋(여불위)의 ‘呂氏春秋(여씨춘추)’에 실려 전하는 이야기다.

성문의 불을 끄기 위해 연못의 물을 퍼냈다거나 그 불로 池中魚(지중어)라는 사람이 재앙을 입었다는 이야기 등등 여러 곳에서 전하는 내용이 다르다 해도 엉뚱한 피해를 입은 물고기만 억울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목불식정目不識丁 – 눈앞에 고무래를 두고 丁정 자를 모르다, 아주 무식하다.

목불식정目不識丁 – 눈앞에 고무래를 두고 丁정 자를 모르다, 아주 무식하다.

목불식정(目不識丁) – 눈앞에 고무래를 두고 丁(정) 자를 모르다, 아주 무식하다.

눈 목(目/0) 아닐 불(一/3) 알 식(言/12) 고무래 정(一/1)

아는 것이 없는 무식한 사람을 비웃는 말은 의외로 많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가갸 뒤 자도 모른다’란 속담이 대표적이다. ‘ㄱ’ 모양의 낫을 옆에 두고도 ㄱ(기역) 자를 모르는 까막눈을 비아냥댔다. 콩과 보리를 구별 못하거나 오곡을 알지 못한다고 菽麥不辨(숙맥불변), 五穀不分(오곡불분)이라며 사람을 낮춰 봤다. 아는 것이 없으면 不學無識(불학무식)하고 재주도 없으면 不學無術(불학무술)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설피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편하다는 ‘모르는 것이 부처’란 말이 있고, ‘무식하다는 것은 나쁜 지혜를 배우지 않았다는 말’이란 격언도 있으니 실망할 일은 아니다.

무식하기는 눈앞에 밭의 흙을 고르는 ‘丁’ 자 모양의 농기구를 두고도 丁(정) 자를 알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속담을 번역한 성어로 알기 쉽지만 ‘舊唐書(구당서)’가 출처다. 唐(당)나라 때 張弘靖(장홍정)이란 사람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오만불손한데다 못나고 무식했지만 부친의 음덕으로 盧龍(노룡)이란 지역의 절도사로 나가게 되었다. 그는 변방에서 고생하는 병사들과 동고동락하지 않고 가마를 타고 즐기며 술에 취한 채 더욱 방자하게 굴었다.

장홍정을 따라온 막료들도 마찬가지여서 군사들을 함부로 대하고 토착민들을 능욕하기 일쑤였다. 부하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서슴없이 이렇게 꾸짖었다. ‘지금 천하가 태평한데 너희들이 포와 활을 당기는 것보다는 정자 하나라도 아는 것이 낫다(今天下無事 汝輩挽得兩石弓 不如識一丁字/ 금천하무사 여배만득량석궁 불여식일정자).’ 이렇게 나오자 참다못한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켜 막료들을 죽이고 장홍정을 옥에 가뒀다.

不識一丁(불식일정)에서 丁자는 원래 个(개)가 잘못 쓰인 것이라 한다. 个는 ‘낱 개’로 個(개)와 같다. 장홍정이 한 말은 不如識一个字(불여일식개자)였는데 후세로 오면서 착오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기역 자를 몰라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다. 농사짓는데 고무래 정 글자를 아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그것 아니고도 지혜롭게 잘 살아간다. 조금 안다고 무식한 사람을 비웃다가는 곳곳에 전문가들이 많은 세상에 코가 납작해진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직언고화直言賈禍 - 바른 말을 하여 화를 부르다.

직언고화直言賈禍 - 바른 말을 하여 화를 부르다.

직언고화(直言賈禍) - 바른 말을 하여 화를 부르다.

곧을 직(目/3) 말씀 언(言/0) 성 가, 장사 고(貝/6) 재앙 화(示/9)

성품이 강직하여 남의 잘못을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이런 사람은 남이 우러러보는 훌륭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겉으로는 받드는 척 해도 속으로는 따돌리기 마련이다. 자기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대해 忠言逆耳(충언역이)라 수긍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나아가 돌아서는 험담을 하기까지 한다. 강직한 사람이 따돌림을 받고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질시를 받는다. 우리 속담 ‘모난 돌이 정 맞는다’가 여기에 잘 들어맞는다. 물맛이 달콤한 물은 빨리 마른다는 甘井先竭(감정선갈)도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질시를 받아 일찍 쇠퇴한다는 뜻이다.

바른 말을 하여(直言) 화를 초래한다(賈禍)는 성어는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에서 유래했다. 春秋時代(춘추시대) 晉(진)나라에 伯宗(백종)이라는 대부가 있었다. 그는 현명하고 직언을 잘한 명신으로 이름났다. 당시의 景公(경공)이 백종에게 이웃 宋(송)나라가 楚(초)나라의 침입을 받고 원군을 요청해오자 어떻게 할지를 물었다. 그는 채찍이 길다고 해도 말의 배에까지 이르지 않는다는 鞭長莫及(편장막급)이라는 말로 대국에 맞서는 것을 만류했다. 이처럼 어질고 바른 말을 잘 하는 백종이지만 그의 아내는 조정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신신당부했다.

‘도둑은 집 주인을 미워하고, 백성들은 윗사람을 미워하는 법입니다. 당신은 바른 말 하기를 좋아하니 반드시 화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盜憎主人 民惡其上 子好直言 必及於難/ 도증주인 민오기상 자호직언 필급어난).’ 현명한 백종도 아내의 말은 흘려들었다. 그때 三郤(삼극, 郤은 틈 극)이라 불리던 극씨 삼형제가 조정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항상 바른 말 하는 백종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왕에게 항상 나쁜 말로 사이를 벌어지게 했다. 신임을 하던 경공도 차츰 의심이 들면서 백종의 작은 실수를 죄로 뒤집어씌워 결국 처형하고 말았다.

잘못을 보고도 반발을 두려워하여 바른 말을 하지 못한다면 불의만 판쳐 결국은 망한다. 정을 맞더라도 과감하게 이끌어야 발전이 있다. 옳은 길이라며 이끌어 나가는 지도자라면 많은 사람들의 저항을 무릅써야 하지만 그것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먼저임을 알아야 한다. 다수가 지지하는 의견이 바른 길이기 때문이다./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정신어사呈身御史 - 몸을 드러내 어사가 되다, 청탁으로 벼슬하다.

정신어사呈身御史 - 몸을 드러내 어사가 되다, 청탁으로 벼슬하다.

정신어사(呈身御史) - 몸을 드러내 어사가 되다, 청탁으로 벼슬하다.

드릴 정(口/4) 몸 신(身/0) 거느릴 어(彳/8) 사기 사(口/2)

어떤 자리에 사람을 충원해야 할 때는 특수한 기능을 요구하지 않는 한 모두에 공평한 기회를 줘야 한다. 공직자를 선발할 때는 더욱 엄정하게 공채를 시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조상이 높은 관직에 있었거나 국가에 공훈을 세웠을 때 그 자손에게 특별히 벼슬을 내리는 蔭敍(음서, 蔭은 가릴 음)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조에까지 시행됐다. 관직을 세습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科擧(과거)의 한계를 보완한 다양성에서 평가하기도 한다. 어쨌든 공정한 실력에서가 아닌 등용이기에 떳떳할 수는 없는 제도일 수밖에 없다. 鷄犬昇天(계견승천)에서는 집안에서 실력자가 나오면 가까운 식구는 물론 개나 소나 줄을 잡아 출세한다는 것을 비꼬았다.

얼굴을 고관에게 드러내어(呈身) 높은 관직 어사가 된다(御史)는 이 말도 사사로운 관계를 이용하여 벼슬길에 나서는 것을 의미했다. 얼굴을 드러내는 呈面御史(정면어사)라고도 한다. 중국 唐(당)나라의 정사 ‘舊唐書(구당서)’에서 유래했다. 처음 당서를 보충한 新唐書(신당서)가 나와 달리 구당서로 불리지만 사료적 가치는 더 높다고 한다.

당나라 14대 文宗(문종)때 과거에 급제한 韋澳(위오, 澳는 깊을 오)란 사람은 천성이 곧고 욕심이 없어 10년이 지나도록 벼슬을 하지 못했다. 보다 못한 형 韋溫(위온)이 친분이 두터운 御史中丞(어사중승)이란 벼슬의 高元裕(고원유)에게 동생을 임용시켜 달라고 청탁했다. 그러고선 위오를 불러 29곳의 자리를 주무르는 형의 친구를 만나보라고 했다. 고원유가 단정한 선비이니 형의 말을 가볍게 듣지 말라는 당부에 위오는 답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높은 사람에게 잘 보여 어사가 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然恐無呈身御史/ 연공무정신어사).’ 그러고선 끝내 고원유를 찾지 않았다. 위오열전에 나온다.

李舜臣(이순신) 장군도 柳成龍(유성룡)이 장군감이라며 吏曹判書(이조판서)로 있던 栗谷(율곡) 선생을 찾아보라고 권했지만 같은 문중이라도 인사권을 가진 자리에 있으니 만나지 않겠다며 끝내 찾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등화가친燈火可親 - 등불을 가까이할 만하다, 글 읽기 좋음

등화가친燈火可親 - 등불을 가까이할 만하다, 글 읽기 좋음

등화가친(燈火可親) - 등불을 가까이할 만하다, 글 읽기 좋음

등 등(火/12) 불 화(火/0) 옳을 가(口/2) 친할 친(見/9)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맞을까? 책이 귀하고 읽을 환경도 좋지 않은 晝耕夜讀(주경야독)의 옛날에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밤이 등불을 가까이 하기에 더없이 좋았을 것이다. 여기에 농경사회에서 수확의 계절인 가을은 마음에 여유가 있어 지식도 쌓아둘 기회로 더 책을 읽었다고 했다. 독서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선현의 말은 많다. 책 읽을 틈이 없다는 사람에겐 三餘讀書(삼여독서)라 하여 겨울과 밤, 비올 때에 읽으면 된다고 했고, 讀書三到(독서삼도)라 하여 心到(심도) 眼到(안도) 口到(구도) 등 세 가지를 집중하라고 했다. 이런 말보다 등불을 가까이 하라는 말이 더 친근감이 든다.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라고 하면 唐(당)나라에선 두 사람 뿐이고 나머지는 宋(송)나라 사람이다. 당의 문장가 두 사람 중 韓愈(한유)의 시구에서 이 성어가 나온다. 그는 친구 사이인 또 한 사람 柳宗元(유종원)과 함께 종래의 형식적이고 수사적인 騈文(변문, 騈은 쌍말 변)에 반대하고, 소박하되 자유로우며 성인의 도를 담은 古文(고문)을 써야 한다고 주창하여 중국 산문문체의 표준으로 남게 됐다. 유종원은 소가 땀을 흘리고 집에 가득 책이 찬다는 汗牛充棟(한우충동)이란 말을 사용하여 둘 다 독서 관련 성어를 남긴 것도 특이하다.

한유에게는 아들 昶(창)이 있었다.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符讀書城南(부독서성남)’이란 시를 썼다. 符(부)는 아들의 어릴 때 이름이고 城南(성남)은 별장이 있던 곳이란다. 처음과 뒷부분을 인용해보자. ‘木之就規矩 在梓匠輪輿 人之能爲人 由腹有詩書(목지취규구 재재장륜여 인지능위인 유복유시서/ 나무가 둥글고 모나게 깎임은 가구나 수레 만드는 목수에 달렸고,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것은 뱃속에 들어있는 시와 글들에 달려 있단다).’ 좋은 말이 이어지지만 끝부분은 ‘時秋積雨霽 新凉入郊墟 燈火稍可親 簡編可卷舒(시추적우제 신량입교허 등화초가친 간편가권서/ 철은 가을이라 장마 가시고 산뜻한 기운 마을 들판에 드니, 등불 점점 가까이 할 만 하고 책을 펼칠 만 하게 되었구나).’ 規矩(규구)는 콤파스와 자, 梓匠輪輿(재장륜여)는 분야별 목수를 말한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에겐 철이 따로 없지만 바쁜 일상에 찌든 현대인에겐 가을이 휴일 나들이하기에 더 좋은 계절이라 책과 더 멀어진다고 한다. 서점가엔 오히려 더운 여름보다 더 책이 안 팔리고 출판계는 가을이면 울상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징일려백懲一勵百 - 한 사람을 징계하여 여러 사람을 격려하다.

징일려백懲一勵百 - 한 사람을 징계하여 여러 사람을 격려하다.

징일려백(懲一勵百) - 한 사람을 징계하여 여러 사람을 격려하다.

징계할 징(心/15) 한 일(一/0) 힘쓸 려(力/15) 일백 백(白/1)

요즘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군대에서 단체기합은 알려져 있다. 한 병사가 잘못 했을 때 다른 전 부대원이 공동으로 벌을 받는다. 이럴 때 모두 불평을 속으로 삭이면서도 정신을 바짝 차리는 효과는 있다. 한 사람을 엄하게 벌하여 경각심을 일으키는 一罰百戒(일벌백계)는 모두의 잘못을 벌하기 위해 한 사람을 본보기로 처벌하는 것인데 단체나 개인이나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孫子兵法(손자병법)의 孫武(손무)가 궁녀들을 훈련시킬 때 자꾸 틀려 왕의 총희를 목 베는 三令五申(삼령오신)의 이야기는 끔찍하다. 諸葛亮(제갈량)이 泣斬馬謖(읍참마속)도 못지않다. 군령을 어긴 친구의 동생 馬謖(마속)을 울며 목을 벴다. 군기를 번쩍 들게는 했지만 몇 사람의 목숨이 날아간 뒤이다.

이런 끔찍한 성어가 아니고 같은 뜻으로 한 사람을 징벌(懲一)함으로써 여러 사람을 격려한다(勵百)는 말이 훨씬 부드럽다. 중국의 고사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문집 여러 곳에서 사용되었다. 그 중 조선 후기의 실학자 李瀷(이익, 1681~1763)의 대표적 저술 ‘星湖僿說(성호사설, 僿는 잘게부술 사)’부터 보자. 이익의 호를 딴 이 책은 백과사전식의 3000여 항목으로 구성된 대작이다. 정치, 경제, 사상, 사건 등을 서술한 人事門(인사문)에 용례가 있다. 군정은 백성의 숫자를 두루 알아야 하는데 상하 조직을 엄격히 하여 다스린다. 죄상을 적발했을 때는 ‘하나를 징계하고 일백을 격려하여 백성에게 미더움을 보인다면(懲一勵百 示信扵民/ 징일려백 시신어민)’ 단속될 수 있다고 했다. 扵는 어조사 어.

중기의 문신 金誠一(김성일, 1538~1593)의 ‘鶴峯集(학봉집)’에는 왜란 때 왜적들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든 사람들에게 귀환명령을 내리며 이 말을 썼다. 관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는 기록하고 심한 자는 ‘군관을 파견해 잡아다가 군령에 의하여 처단하여, 한 사람을 징계함으로써 백 사람을 격려하도록 하라(軍官發遣捉來 依軍令處斬 懲一勵百/ 군관발견착래 의군령처참 징일려백)’고 했다.

이 말은 여러 곳에서 사용되어 효과를 보지만 잘 가려서 개인이나 단체에 억울함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一罰(일벌)로 될 것이 있고, 百罰(백벌)로도 모자라는 경우가 있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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