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5일 화요일

나작굴서羅雀掘鼠 – 그물로 참새를 잡고 땅을 파서 쥐를 잡다.

나작굴서羅雀掘鼠 – 그물로 참새를 잡고 땅을 파서 쥐를 잡다.

나작굴서(羅雀掘鼠) – 그물로 참새를 잡고 땅을 파서 쥐를 잡다.

벌릴 라(网/14) 참새 작(隹/3) 팔 굴(扌/8) 쥐 서(鼠/0)

먹을 것이 없어 들판을 돌아다니며 풀뿌리나 나무껍질을 벗기는 것을 草根木皮(초근목피)로 연명한다고 한다. 적에게 포위돼 성안에 갇힌 채 비축한 식량이 바닥나면 풀뿌리도 없다. 그물을 쳐서 참새를 잡기도(羅雀) 하고, 땅을 파서 쥐를 잡아먹어야(掘鼠) 할 판이다. 막다른 골목의 최악 상황에 부닥치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더하여 궁지에 몰려서도 가만히 죽지는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시도하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쓸모없는 것까지도 끄집어내어 먹거나 사용한다는 뜻인 羅掘俱窮(나굴구궁), 羅掘殆盡(나굴태진) 등으로 쓰기도 한다.

중국 唐(당)나라 6대 玄宗(현종) 말년에 張巡(장순)이란 장수가 있었다. 그는 충직한데다 재주도 많고 무인답게 담력이 커 주위의 신망을 받았다. 楊貴妃(양귀비)에 홀린 현종이 정사를 척신에 맡기자 나라가 혼란에 빠져 756년 변방의 安祿山(안록산)이 반란을 일으켰다. 장순은 그때 睢陽(수양)이라는 곳에서 수십만 반란군의 맹렬한 공격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성을 지키고 있었다. 겨우 3000여 명의 군사를 거느렸을 뿐인 장순은 시일이 지나 전세가 다급해지자 비장 南霽雲(남제운)을 이웃 태수 賀蘭進明(하란진명)에게 보내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평시 장순의 명망을 시기하던 태수는 구경만 할뿐 구원병을 보내지 않았다.

반란군의 포위망 속에 몇 달이 지나자 수양성 안에는 식량이 바닥나고 말았다.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은 처음에는 말을 잡아먹었으나 ‘그물을 쳐서 참새를 잡아먹고, 땅을 파서 쥐를 잡아먹고, 갑옷과 활을 삶아 먹으며 버티는 데까지 이르렀다(至羅雀掘鼠 煮鎧弩以食/ 지라작굴서 자개노이식).’ 鎧는 갑옷 개. 장순은 반란군을 맞이하여 용감하게 싸웠지만 결국 수양성은 무너졌다. 적에게 붙잡힌 장순은 항복을 요구하는 적장 尹子琦(윤자기)에게 도리어 호통 치다 피살되고 말았다. 歐陽修(구양수) 등이 엮은 ‘新唐書(신당서)’ 장순전에 나온다.

굶주림을 모르는 오늘날에도 지구촌에는 약 2억 명의 어린이가 배를 곯는다고 유엔 통계가 밝힌 적이 있다. 이들에겐 풀뿌리 아니라 흙으로 배고픔을 달랜다. 참새와 쥐는 귀한 편이다. 기아를 면하기 위한 도움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식량자급을 위한 대책을 세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시비지심是非之心 -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줄 아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 -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줄 아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 -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줄 아는 마음

옳을 시(日/5) 아닐 비(非/0) 갈 지(丿/3) 마음 심(心/0)

옳고 그른 것이 물론 是非(시비)다.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도 역시 시비다. 옳고 그른 것이 명확히 구별될 것 같은데 일상에서 끝없이 시비가 일어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문제는 주관적이라 시비를 가리기 어렵고, ‘참깨가 기니 짧으니 한다’는 속담대로 차이가 별로 없는 것에도 무조건 자기가 옳다고 우긴다. 전후 사정을 따지지 않고 不問曲直(불문곡직) 나서는 사람도 많다. 남의 말에 쌍지팡이 짚고 나서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흑백이 분명한데 검다, 희다 가리지 않아도 속 터진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어려우니 시비가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선한 본성을 가졌다고 하는 性善說(성선설)은 孟子(맹자)의 독창적 인성론이다. 사람들은 남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인성을 갖고 태어나는데 惻隱之心(측은지심)부터 시작하는 四端(사단)이 그것이다. 맹자가 제자 公孫丑(공손추)와 문답한 내용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라고까지 말한다. 부분을 보자. 공손추 上篇(상편)이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無惻隱之心 非人也/ 무측은지심 비인야),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無羞惡之心 非人也/ 무수오지심 비인야),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無辭讓之心 非人也/ 무사양지심 비인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무시비지심 비인야).’ 이 네 가지의 마음이 각각 仁(인) 義(의) 禮(예) 智(지)의 근원을 이루는 단서라고 했다. 이 중에서 ‘시비를 판단하는 마음이 지의 단서(是非之心 智之端也/ 시비지심 지지단야)’라 하고 선악을 옳게 또는 그르게 여길 줄 아는 것이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사람은 시비 속에서 살아간다. 菜根譚(채근담)의 충고를 들어보자. ‘꾀꼬리 소리는 좋아하고 개구리 울음은 싫어한다. 꽃을 보면 가꾸려 하고 잡초를 보면 뽑으려 한다(聽鶯啼則喜 聞蛙鳴則厭 見花則思培之 遇草則欲去之/ 청앵제즉희 문와명즉염 견화즉사배지 우초즉욕거지).’ 사람의 심정이 보통 이렇지만 어느 것인들 하늘의 뜻에 따르지 않는 것이 없으니 괜히 건드리지 말고 천지자연 그대로 두라는 뜻이다. 어지간한 것은 지나치고, 적이라도 명확히 옳은 것은 치켜 주며, 같은 편이라도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면 시비가 줄어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시화연풍時和年豊 - 시절이 평화롭고

시화연풍時和年豊 - 시절이 평화롭고

시화연풍(時和年豊) - 시절이 평화롭고

때 시(日/6) 화할 화(口/5) 해 년(干/3) 풍년 풍(豆/6)

나라의 기후가 화평(時和)하여 그 해 풍년이 든다(年豊)는 좋은 뜻의 성어다. 매년 立春帖(입춘첩)에 자주 오르는 비바람은 순조롭고 시절이 태평하여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雨風順調 時和歲豊(우풍순조 시화세풍)과 같다. 李明博(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2008년의 사자성어로 국민화합과 경제성장을 바라며 내세워 널리 알려졌다.

이전 농경시대에는 날씨가 순조로운 이상의 바라는 바가 없었다. 비바람이 순조로워 농사가 풍년이 되면 백성이 편안하고 나라는 태평성대를 노래한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시집 詩經(시경)에는 제목만 전하는 것이 있는데 前漢(전한) 사람 毛亨(모형)의 毛詩(모시)를 중심으로 唐(당)나라 때 학자들이 주석한 ‘毛詩正義(모시정의)‘에는 나타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이 성어도 小雅(소아)편에 ’만물이 번성하고 백성들이 충효를 잘 지키니 시화연풍에 이른다(萬物盛多 人民忠孝 則致時和年豐/ 만물성다 인민충효 즉치시화연풍)‘라고 등장한다.

이 성어는 일반인에 처음 오르내렸을 때 출전이 朝鮮王朝實錄(조선왕조실록)이라고 한 곳이 있을 정도로 우리 고전에 자주 사용됐다. 그만큼 여러 선인들의 문집에서도 쓰임이 많다. 한 곳의 예를 보자. 1448년 世宗(세종) 30년 조에는 右贊成(우찬성)을 맡고 있던 金宗瑞(김종서)가 가뭄을 당하여 상서한 것에 기록이 보인다. 나라는 태평하지만 가뭄이 재앙이 되어 민간에 괴로움이 많으니 아주 긴요한 일 이외에는 모두 중지하고 ‘시절이 화평하여 풍년이 든 이후에 거행하소서(待其時和歲豊 然後擧之/ 대기시화세풍 연후거지)’하고 올린다.

나라가 평안하고 경제가 풍요로운 태평성대를 바라지 않을 사람은 없다. 시끄러운 대립이 없고 수출이 늘어 國泰民安 家給人足(국태민안 가급인족)이 되는, 실제 말이 문제가 아니라 말에 들어맞는 그러한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대지약우大智若愚 – 큰 지혜는 어리석어 보인다.

대지약우大智若愚 – 큰 지혜는 어리석어 보인다.

대지약우(大智若愚) – 큰 지혜는 어리석어 보인다.

큰 대(大/0) 지혜 지(日/8) 같을 여(女/3) 어리석을 우(心/9)

사람에겐 누구나 쳇병이라는 것이 있다. 거짓으로 꾸며서 그럴 듯하게 보이려는 행위는 뿌리가 깊은 병통이다. 속담 ‘없는 놈이 있는 체 못난 놈이 잘난 체’란 말은 실속 없는 자가 유난히 허세를 부리는 것을 꼬집었다. 똑똑하지 못한 사람은 흔히 모르면서도 아는 체하고 없으면서도 있는 체하며 못난 주제에 잘난 체하는 면이 있다는 ‘모자라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 쳇병이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큰 지혜를 갖고 있으면서도(大智) 어리숙하게 보이는(若愚)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함부로 잔재주를 부리지 않으므로 겉으로는 어리석게 보인다는 성어다. 大智如愚(대지여우)라고도 한다.

이 말은 중국 北宋(북송) 때의 문장가 가족 三蘇(삼소) 중의에서도 제1의 시인이란 칭호를 받는 蘇東坡(소동파, 1037~1101) 작품에서 유래한다. ‘賀歐陽少師致仕啓(하구양소사치사계)’란 시의 내용을 보자. 정치가 겸 문인으로 이름을 떨쳤던 歐陽脩(구양수, 1007~1072)의 은퇴할 때 쓴 글이다. ‘대단히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는 듯하고, 대단히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듯하며, 아주 귀한 사람은 높은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영광을 누리고, 아주 어진 사람은 도인을 하지 않더라도 장수한다(大勇若怯 大智如愚 至貴無軒冕而榮 至仁不導引而壽/ 대용약겁 대지여우 지귀무헌면이영 지인부도인이수).’ 軒(헌)은 집의 난간이나 수레의 높은 곳을 말하고 導引(도인)은 도가의 양생법이라 한다.

똑같은 표현은 아니지만 老子(노자)의 ‘道德經(도덕경)‘에는 더욱 많은 비유가 있다. 매우 공교한 솜씨는 서투른 것같이 보인다는 大巧若拙(대교약졸)이 함께 나오는 제45장이다. 가장 완전하게 이루어진 것은 마치 흠결이 있는 것 같지만(大成若缺/ 대성약결) 그 쓰임은 끝남이 없다. 가장 가득하게 찬 것은 마치 텅 빈 것 같지만(大盈若沖/ 대영약충) 다함이 없다. 가장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가장 뛰어난 기교는 서툴러 보이며, 가장 뛰어난 말솜씨는 말더듬는 것같이 보인다(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대직약굴 대교약졸 대변약눌).

모두가 자기 장점을 내세우는 세상에 큰 재주를 떠벌릴 일은 아니지만 일부러 숨길 필요도 없겠다. 사회에 보탬이 된다면 기꺼이 재능을 보태야 한다. 그와 함께 어리석어 보인다고 사람까지 매도하지 말고 숨은 재능을 잘 발굴하여 실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도 작은 집단이나 큰 집단이나 지도자가 갖춰야 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낙엽귀근落葉歸根 -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낙엽귀근落葉歸根 -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낙엽귀근(落葉歸根) -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떨어질 락(艹/9) 잎 엽(艹/9) 아갈 귀(止/14) 뿌리 근(木/6)

나뭇잎 한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알아차린 一葉知秋(일엽지추)의 선인이 아니라도 무성하던 잎이 거의 졌을 요즘은 누구나 겨울이 왔음을 안다. 영하의 날씨가 벌써 찾아왔을 뿐더러 하수상한 시절이 계속되어 몸도 마음도 으스스함을 느낀다. 명승지의 단풍이 모두 떨어졌을 때의 풍경이 더 멋지다고 刻露淸秀(각로청수)란 말이 있지만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도 결코 고독하지 않다. 낙엽은 결코 죽지 않고 새로운 더 큰 생명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12월의 월력이 한 장 덩그러니 남은 즈음이어서인지 떨어진 잎사귀(落葉)는 뿌리로 돌아간다(歸根)는 이 성어가 많이 오르내린다. 낙엽이 썩어야 땅을 기름지게 하여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듯이 만물은 그 생명을 다하면 근본으로 돌아감을 비유한다. 이 말은 宋(송)나라 道原(도원)의 불서 ‘傳燈錄(전등록)’에서 유래하여 불교의 輪迴說(윤회설)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처음엔 그릇되더라도 결국은 올바른 이치대로 되고 만다는 事必歸正(사필귀정)이나 자신에게서 나온 것은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出爾反爾(출이반이)와 상통한다. 禪宗(선종)의 6대 조사인 慧能(혜능)대사가 제자들에게 한 말씀으로 나오는데 부분을 옮겨보자. 대사가 떠나려하자 대중이 슬퍼하며 지금 가시면 언제 오시는지 묻는다. 그러자 육조대사는 답한다. ‘모든 부처님이 열반을 보이시듯이 왔으면 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諸佛出現 猶示涅槃 有來必去 理亦常然/ 제불출현 유시열반 유래필거 이역상연)’라면서 ‘나뭇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고, 돌아올 때는 아무 말이 없다(葉落歸根 來時無口/ 엽락귀근 래시무구)’고 했다.

老子(노자)의 道德經(도덕경)에도 비슷한 의미로 나온다. ‘만물이 성장하고 변해갈 때 나는 그들의 돌아감을 본다. 만물은 무성해졌다가 다시 그 뿌리로 되돌아간다(萬物竝作 吾以觀復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만물병작 오이관복 부물운운 각복귀기근).’ 16장 歸根(귀근)편에 있다. 재주 藝(예)의 약자로 쓰이는 芸(운)의 본뜻은 향풀, 촘촘하다는 의미다.

나무도 뿌리로 돌아감을 아는데 자연의 순리를 잊은 채 오로지 권세와 부를 쫓은 사람들의 몰락은 여기저기서 몰골을 드러낸다. 몇 천 억대의 부를 갖고도 더 욕심을 부리다 나락에 떨어지고, 더 큰 명예와 권세를 탐하던 욕망에 휘둘린 사람들의 업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견리사의見利思義 - 이익을 보고 의리를 먼저 생각함

견리사의見利思義 - 이익을 보고 의리를 먼저 생각함

견리사의(見利思義) - 이익을 보고 의리를 먼저 생각함

볼 견, 이할 리, 생각 사, 옳을 의

見危授命(견위수명)을 따로 떼어 소개했을 때 나온 대로 눈앞에 이익을 보고(見利) 먼저 의리에 합당한지를 생각하라(思義)는 이 성어가 앞에 나온다. 공자님 말씀이라 유명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安重根(안중근) 의사다. 북간도와 상하이(上海) 등지에서 斷指會(단지회)라는 비밀 결사조직을 결성하고 항일 독립운동을 펼치던 안중근 의사가 106년 전 오늘(1909년 10월26일)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이등박문)를 사살했다. 순국할 때까지 뤼순(旅順/ 여순) 감옥에서 남긴 遺墨(유묵) 중에 보물 제569-6호로 지정된 것이 바로 이 글이다. 동아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論語(논어) 憲問(헌문)편에서 제자 子路(자로)가 완성된 인간에 대해 여쭙자 孔子(공자)가 답한 이야기에서 나온다. 완전한 인격자가 되려면 모두 魯(노)나라의 대부인 臧武仲(장무중)의 지혜, 孟公綽(맹공작, 綽은 너그러울 작)의 무욕, 卞蔣子(변장자)의 용기, 제자 冉求(염구, 冉은 나아갈 염)의 재주를 갖고 예악을 겸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못할 때엔 ’이익 될 일을 보면 의로운가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로운 것을 보면 목숨을 바치며,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평소에 한 그 말들을 잊지 않는다면 완성된 인간(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견리사의 견위수명 구요불망평생지언 역가이위성인의)‘이라고 덧붙였다. 기준을 낮춘 것에 목숨을 바치는 것이 들어 있으니 완성된 인간의 어려움을 알겠다.

見利思義(견리사의)와 비슷한 말에 이름을 돌아보고 뜻을 생각한다는 顧名思義(고명사의)가 있고 이익 앞에서 의리를 잊어버린다는 見利忘義(견리망의)는 정반대의 뜻이다. 漢高祖(한고조) 劉邦(유방)을 도와 천하를 차지하는데 도움을 줬던 酈商(역상, 酈은 땅이름 력)이 유방 사후 呂太后(여태후) 일족을 친분을 이용하여 제거한 것을 두고 후세 사람들이 이익에 어두워 의를 잊은 짓이라 손가락질한 데서 나왔다.

안중근 의사는 마음속에 나라를 생각하고 의리를 생각하는 것이 체화되었기에 목숨까지 바쳐 당일의 거사를 완수할 수 있었다. 이익 앞에서는 모두 작아지는 것이 사람의 속성이라 하더라도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는 정치권이나 많은 것을 쌓아두고 더 이익을 탐하는 부유층의 행위에 대조되어 너무나 부끄럽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신목여전 천청여뢰神目如電 天聽如雷 - 귀신의 눈은 번개와 같고 하늘이 듣는 것은 우레와 같

신목여전 천청여뢰神目如電 天聽如雷 - 귀신의 눈은 번개와 같고 하늘이 듣는 것은 우레와 같다

신목여전 천청여뢰(神目如電 天聽如雷) - 귀신의 눈은 번개와 같고 하늘이 듣는 것은 우레와 같다

귀신 신(示/5) 눈 목(目/0) 같을 여(女/3) 번개 전(雨/5)

하늘 천(大/1) 들을 청(耳/16) 같을 여(女/3) 우레 뢰(雨/5)

마음을 밝게 해주는 귀중한 말 ‘明心寶鑑(명심보감)’은 글자 그대로 보배롭고 귀중한 거울이다. 고려 忠烈王(충렬왕) 때의 문신 秋適(추적)이 선인들의 금언과 명구를 모은 책이다. 효와 우애, 개인과 국가, 인간과 하늘과 자연 등 인격을 고취하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도리를 담았다. 그래서 예로부터 千字文(천자문), 童蒙先習(동몽선습)과 함께 서당 교육의 기초교과로 널리 사용됐다. 제일 처음의 착한 일을 계속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繼善篇(계선편)부터 19편이 실렸는데 이후 다른 학자들의 증보로 24편인 것이 많다.

제2편인 天命(천명)은 하늘의 뜻에 따라 살 것을 권하고 勸善懲惡(권선징악)의 의미를 새기는 장이다. 모두 7구절의 짤막하지만 알려진 명언을 모았다. 처음 하늘에 순종하는 사람은 살고, 하늘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順天者存 逆天者亡/ 순천자존 역천자망)에서 시작하여 오이 심으면 오이가, 콩 심으면 콩 난다(種瓜得瓜 種豆得豆/ 종과득과 종두득두)는 등의 말이 들어 있다.

귀신의 눈은 번개와 같고(神目如電), 하늘이 듣는 것은 우레와 같다(天聽如雷)는 무시무시한 말도 여기서 나왔다. 道家(도가)에서 받드는 신 玄帝(현제)가 내린 훈계라면서 설명한다. ‘인간의 사사로이 하는 말이라도 하늘이 들을 때는 우레와 같이 들리고(人間私語 天聽若雷/ 인간사어 천청약뢰), 어두운 방 안에서 제 마음을 속이는 일이라도 귀신의 눈에는 번개와 같이 밝게 보인다(暗室欺心 神目如電/ 암실기심 신목여전).’

이렇게 남모르게 나쁜 짓을 했을 때 하늘이 알고 신이 안다고 하면 바로 天知地知 子知我知(천지지지 자지아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중국 後漢(후한) 때 청렴한 선비 楊震(양진)의 이야기다. 그가 임지로 떠날 때 어느 지역을 지나게 됐는데 그곳 현령이 숙소로 찾아와 황금 10근을 받아달라고 청한다. 양진이 추천해 준데 대한 보답이라며 밤이라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이에 현령에게 말한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안다’고 한 것이다. 四知(사지)라고도 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保护 bǎohù

保护 bǎohù

保护 bǎohù

=> 보호((하다)

망매지갈望梅止渴 – 매실을 보며 갈증을 해소하다.

망매지갈望梅止渴 – 매실을 보며 갈증을 해소하다.

망매지갈(望梅止渴) – 매실을 보며 갈증을 해소하다.

바랄 망(月/7) 매화 매(木/7) 그칠 지(止/0) 목마를 갈(氵/9)

아무리 마음에 드는 물건이라도 가질 수 없는 경우를 ‘그림의 떡’이라 한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 전혀 필요가 없을까. 아무런 실속이 없는 일이긴 해도 그림의 떡으로 굶주린 배를 채운다는 畵餠充飢(화병충기)라는 성어대로 허황된 공상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 이점도 있다. 신 과일의 대명사 매실은 바라보기만 하여도(望梅) 입에 침이 고여 목마름이 해소된다(止渴)는 이 성어도 마찬가지다. 望梅解渴(망매해갈), 梅林止渴(매림지갈)이라고도 하는 이 말에는 또한 허황된 말로 남의 욕구를 자극하여 희망을 줄 뿐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뜻으로도 쓴다.

중국 三國時代(삼국시대, 220년~280년) 때 魏(위)나라의 曹操(조조)가 대군을 거느리고 행군을 하고 있었다. 때는 한여름이라 무더위에 지친 장병들은 녹초가 되어 가는데 마실 물도 떨어진지 오래다. 수원을 찾지 못해 허둥지둥하자 전군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만큼 지치고 목말라 했다. 잔재주에 뛰어난 조조가 한 가지 절묘한 꾀를 생각해내고서는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저 산 너머에는 매화나무 숲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는 매실이 주렁주렁 풍부히 달려 있다. 어서 가서 맛도 달고 신 매실을 먹으면 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前有大梅林 饒子 甘酸可以解渴/ 전유대매림 요자 감산가이해갈).’ 이에 병사들은 매실이라는 소리만 듣고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침이 돌면서 정신을 차려 행군을 계속했다고 한다. 饒는 넉넉할 요. 宋(송)나라의 문학가 劉義慶(유의경)이 魏晉南北朝(위진남북조) 시대 명사들의 언행과 일화를 담은 ‘世說新語(세설신어)’의 假譎(가휼)편에 나온다.

‘三國演義(삼국연의)’에는 조조가 자신에게 의탁해 있던 劉備(유비)에게 일러주는 형식으로 나온다. 후원에 매실이 익은 것을 보고 유비를 청해 와서는 작년 조조에 적대했던 張繡(장수)를 칠 때가 생각난다며 이야기한다. 길에서 물이 떨어져 장졸이 기갈에 허덕일 때 앞에 매화나무숲이 있다(前面有梅林/ 전면유매림)고 외쳤더니 모두 입에 침이 생겨 목마르지 않게 되었다(口皆生唾 由是不渴/ 구개생타 유시불갈)고 했다.

일을 해나가다 난관에 부닥쳤을 때 허황된 계획으로 돌파하다가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반면 모두 기진맥진 낙담에 빠졌을 경우 임기응변으로 탈출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다 뭇 사람의 중지를 모아 해결책을 강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실마치구失馬治廐 - 말 잃고 마구간 고친다, 실패한 뒤에 대비한다.

실마치구失馬治廐 - 말 잃고 마구간 고친다, 실패한 뒤에 대비한다.

실마치구(失馬治廐) - 말 잃고 마구간 고친다, 실패한 뒤에 대비한다.

잃을 실(大/2) 말 마(馬/0) 다스릴 치(氵/5) 마구 구(广/11)

‘매사에 불여튼튼‘이란 말이 있다. 건강을 잃기 전에 모든 대비를 해야 하는 것처럼 일상사 차근차근 준비를 하는 이상 안전한 것이 없다. 준비가 너무 빠르다고 ’시집도 가기 전에 포대기 장만한다‘는 말이 있지만 서두르는 것을 경계한 말이지 준비한 것을 나무라는 말은 아니다. 서두르는 사람이 뒤떨어진다는 先掉尾 後知味(선도미 후지미)라는 말도 달리 해석한다. 개가 음식을 먹을 때 꼬리를 흔들고 먹듯이 사전 계획이나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를 도둑맞은 뒤에 허물어진 외양간을 고치느라 수선을 떨어봤자 소가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잘못된 뒤에는 아무리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속담이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는 亡牛補牢(망우보뢰)다. 물론 亡羊補牢(망양보뢰)도 같은 의미고 ‘旬五志(순오지)’에는 말을 등장시켜 말을 잃고(失馬) 마구간 고친다(治廐)로 나온다. 설명한 부분을 보자. ‘굿 뒷날 장구 친다는 것은 일이 다 끝난 뒤에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을 일컬음이다. 말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양을 잃어버린 뒤 우리를 손질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神祀後鳴缶 言後於事 失馬治廐 言亡羊補圈之類/ 신사후명부 언후어사 실마치구 언망양보권지류).‘ 缶는 장군, 질장구 부.

사람이 죽고 난 뒤에는 제아무리 명의가 써준 처방이라도 소용없다는 死後藥方文(사후약방문)도 시기를 놓치지 말고 잘 대비하라는 말이다. 같은 뜻을 가진 말 중 몇 개만 더 들면 목 마를 뒤에 우물 파는 渴而穿井(갈이천정), 물에 빠진 뒤 배를 부른다는 及溺呼船(급익호선), 전쟁이 일어난 뒤에야 무기를 만든다는 鬪而鑄兵(투이주병) 등이다. 여기에도 달리 볼 점이 있다. 한 번 실패한 일에 다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소 잃은 뒤에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는 교훈이다.

모든 일에 사전 대비하여 잘못되는 것을 막는 것이 제일이지만, 늦었다고 깨우치는 시점에서 고치면 더 이상의 피해는 없다. 사회 일상사도 그런데 나라 살림살이, 국가의 방위 등 큰일에는 말할 필요도 없다. 정책을 시행할 때 부작용이 드러나는데 고칠 생각도 않고 밀고 나간다거나, 작은 시행착오를 보고도 과정상의 작은 잘못이라고 고집을 부리면 돌이킬 수 없는 구덩이에 빠질 수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