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6일 수요일

◇ 숲에서, 골프장에서…제주 까마귀 도넘은 도둑질

◇ 숲에서, 골프장에서…제주 까마귀 도넘은 도둑질

◇ 숲에서, 골프장에서…제주 까마귀 도넘은 도둑질

“제주에 오시거던 까마귀들 조심합서.”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사려니 숲길에 까마귀들이 탐방객을 위협해 제주시가 포획에 나섰다.

최근 제주시와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에 따르면 최근 까마귀들이 사려니 숲길을 찾는 탐방객들의 머리나 어깨를 툭툭 치는 등 공격하거나 가방을 열려고 시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까마귀들이 사람 머리 위로 근접해 위협적으로 날아가기도 해(사진) 일부 탐방객들은 놀라 피하다 넘어지는 일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탐방객은 최근 숲길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까마귀가 공격해 아내가 머리를 다쳤다고 하소연했다.

한라산 중산간에 있는 골프장에서는 까마귀들이 카트에 둔 과자는 물론 지갑과 옷, 심지어 휴대전화까지 물고 달아나는 일이 잦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골퍼는 “까마귀 무리가 카트를 습격해 감쪽같이 수십만원이 들어 있던 지갑을 물고 날아갔다”면서 “까마귀에 물건을 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캐디의 당부를 그냥 웃어넘겼는데 당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A 골프장 관계자는 “까마귀가 카트를 세워놓는 곳을 알고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그린에 올라간 사이 카트 털이를 할 만큼 영악하다”고 말했다.

시는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에 의뢰해 사려니 숲길 등에서 까마귀 포획을 시도 중이다. 하지만 까마귀들이 워낙 눈치가 빠르고 영리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잡식성인 까마귀는 쓰레기 배출장소인 동네 클린하우스 주변을 어지럽히기도 한다”면서 “도심에서는 천적이 없고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사람 주변을 위협적으로 날기도 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 할 말 하는 트위트와 침묵하는 페이스북

◇ 할 말 하는 트위트와 침묵하는 페이스북

◇ 할 말 하는 트위트와 침묵하는 페이스북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 미국 마이애미 경찰서장 월터 헤들리가 1967년 흑인 시위 때 폭력 보복을 공언하며 처음 입에 올린 말이다. 인종차별을 담은 끔찍한 표현으로 악명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이 말을 올렸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 군중을 ‘폭력배들’(thugs)이라 지칭한 뒤였다. 이후 비난이 커지자 트럼프는 “그 말의 유래를 몰랐다”고 발뺌했다.

트럼프의 겁박성 막말에 대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대응은 정반대였다. 트위터는 “폭력 미화 행위에 관한 운영 원칙 위반”이라고 명기하며 게시글을 숨김 처리했다. 지난달 26일 ‘우편투표가 부정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의 메시지에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는 경고 문구를 붙인 직후 트럼프가 폐쇄 운운하며 소셜미디어 규제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뒤끝을 작렬시켰음에도 굴하지 않고 제재를 가한 것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아무 조치도 않고 게시글을 그대로 뒀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와 통화한 뒤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고, “즉각적 위험을 유발하지 않는 한 최대한 많은 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 것이다.

불똥은 페이스북으로 옮겨붙었다. 트럼프의 문제 발언을 제재하지 않는 회사 방침에 항의하는 내부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직원들은 부끄럽고, 용납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경쟁사인 트위터에 경의를 표한다는 간부도 나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재택근무 중인 페이스북 직원 수백명이 지난 1일 하루 동안 회사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부재중’을 표시하는 방식의 온라인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수렁에 빠진 페이스북이 또 큰 위기를 맞았다. 트럼프 눈치보기를 여실히 드러낸 저커버그의 위기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리더십이 잘못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혐오 발언은 표현의 자유와 다르다. 침묵은 공범이고, 인종차별에 중립은 없다는 구성원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이 위기를 벗어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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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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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산책코스 수원화성과 국립중앙박물관 정원

◇ 야간 산책코스 수원화성과 국립중앙박물관 정원

◇ 야간 산책코스 수원화성과 국립중앙박물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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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걷기나 자전거 여행, 캠핑, 등산 등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여행이 유행이다. 특히 특별한 훈련이나 장비, 경제적 투자 없이 튼튼한 다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유산소운동인 걷기 여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코로나 사태로 시민의 떨어진 체력을 증진시키고자 걷기 장려 캠페인을 벌이는 중. 때마침 고궁 등 문화 시설의 야행(夜行), 야간 개장도 기지개를 켰다. 코로나 사태 속 인파를 피해 조용히 거리 두며 걷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산책 맛집을 찾았다. 느리게 걸으니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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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행궁 품은 성곽길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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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보름달이 내려앉은 듯 대형 보름달 조명이 설치된 경기도 수원 화성행궁(사진 위)은 달빛 아래 사부작거리는 발걸음 소리마저 운치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밤마실을 허락해준 행궁(行宮) 안에선 청사초롱 불빛들이 반갑게 마중 나왔다. 지난달 27일 시작한 경복궁 별빛야행, 28일 시작한 창덕궁 달빛기행에 앞서 20일 야간 개장을 시작한 경기도 화성행궁 관람객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용히 행궁을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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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야간 개장에 다녀간 관람객은 360여 명. 코로나 사태 속 언택트 방식으로 운영돼 별도의 공연이나 해설, 체험,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관람객들은 \보름달 포토존\ 등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며 달빛 가득한 고궁의 고즈넉한 밤을 즐겼다. 즐거움도 잠시, 수원문화재단 측은 28일 "정부의 \수도권 내 다중 이용 시설 운영 한시적 중단\ 긴급 지침에 따라오는 6월 14일까지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 이후 코로나 대응 상황에 따라 재개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화성행궁이 임시 휴장에 들어간 아쉬움은 수원화성 성곽길에서 달래보자. 화성행궁을 둘러싸고 있는 수원화성 성곽길도 달밤 산책 코스로 인기다. 은은한 야간 경관 조명이 어두운 성곽길을 인도하듯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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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성곽길 둘레길 코스는 전체 5.7㎞ 총 3시간 소요된다. 화성행궁에서 서장대로 올라가는 가파른 구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평지거나 완만한 언덕과 내리막 구간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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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길에 비해 걷기도 한결 수월하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서장대는 수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 걷는 재미가 있고 볼거리가 있는 구간은 팔달문에서 창룡문 연무대를 거쳐 야경 명소인 방화수류정 부근 용연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창룡문 부근엔 수원화성 성곽길을 상공에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대형 열기구 플라잉수원이 기다린다. 직접 탑승 체험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구경만으로도 짜릿하다. 너른 잔디밭을 품은 연무대도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수월해 만만한 나들이 장소다. 동북각루를 데칼코마니처럼 비추는 용연은 그림자를 투영한 사진을 찍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발걸음이 이어진다. 최근 용연 부근 행궁동엔 카페, 식당 등이 하나둘 문 열며 행리단길이란 별칭의 길이 뜨고 있다. 유명한 수원 통닭 거리도 지나치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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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성곽길은 야간 무료 개방한다. 공연, 해설 및 체험 프로그램은 코로나 대응 상황에 따라 추후 유동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수원화성 성곽길 스탬프 투어도 당분간 운영하지 않는다.

▶ 야외 정원서 유물 관람, 야경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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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관 조명이 켜지는 야외 정원이나 조각 공원, 전시장엔 볼거리가 있어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해가 지고 나면 박물관 야외 정원에서 산책 특별전이 시작된다. 박물관 조명은 달빛이 대신하고 음향은 새, 풀벌레가 담당한다. 달빛을 받은 석탑, 대숲에서 우연히 만나는 불상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자연 그대로 정원에 전시된 크고 작은 유물들을 보다 보면 감상보다는 조우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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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물정원엔 신라시대에 만든 국보 제99호 김천 갈항사 삼층석탑을 비롯해 고려 때 만든 국보 제100호 남계원 칠층석탑, 보물 제2호인 서울 옛 보신각종 등이 기다린다. 석탑 사이를 걷다보면 바람결에 밀려온 인동덩굴 향기에 홀려 자동반사적으로 마스크를 내리게 된다. 작정하고 꽃과 풀 구경하러 나온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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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야외 정원 곳곳은 한국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박물관 앞 거울못 둘레길(사진 아래)을 따라 걷는 것도 색다르다. 박물관 건물의 네모난 프레임 너머 보이는 남산 서울타워 야경 사진과 거울못에 비친 박물관, 청자정의 그림자 사진을 찍는 게 야간 관람 필수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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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전설이 전해지는 미르폭포는 해가 완전히 지고 난 후엔 조금 으슥하다. 그럼에도 몰래 숨어 들어가는 커플들도 목격된다. 미르폭포를 지나 오솔길을 빠져나가면 용산가족공원과 만난다. 평일 밤엔 한적해 고독함마저 느껴진다. 박물관의 배롱나무못을 품은 숨은 산책로 박물관 오솔길은 밤보단 낮을 추천한다. 해가 지면 다소 어둡고 길이 잘 보이지 않아 걷기에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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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박물관 야간 개장 땐 좀 더 활기찬 밤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다만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코로나 상황에 따라 내부 관람 시설 운영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조선일보-

あたえる与え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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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다, 수여하다, 내주다;할당하다

◇ 밥 한 톨 안 들어갔는데,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김밥?

◇ 밥 한 톨 안 들어갔는데,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김밥?

◇ 밥 한 톨 안 들어갔는데,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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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보슬보슬은 월 매출 1억원이 넘는 인기 김밥집이다. 그런데 이 집 대표 메뉴인 키토김밥은 쌀밥이 한 톨도 들어가지 않는다. 밥이 있어야 할 자리를 채운 건 노란 지단. 김밥 한 줄당 무려 달걀 다섯 알 분량의 지단으로 꽉 차 있다. 가늘게 채 썰어 넣은 덕분에 포슬포슬 보드랍게 씹히는 식감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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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보슬 사장 이용훈씨는 "이전 다른 이름의 분식집을 할 때 김밥 주문하는 손님들이 \밥양을 줄여달라\거나 \밥을 아예 빼고 말아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지단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키토는 \키토제닉 식단(ketogenic diet)\을 줄인 말. "탄수화물 되도록 먹지 않는 게 키토제닉이라서 그렇게 이름 붙였지요." 이곳 말고도 서울 낙성대역 \소풍가는날\, 신도림동 \앞산분식\, 여러 지점을 둔 프리미엄 김밥집 \마녀김밥\ 등이 밥을 아예 넣지 않거나 거의 없다시피 한 김밥을 선보이며 \키토김밥집\으로 손님을 모으고 있다.

키토김밥은 키토제닉 식단이 얼마나 한국 사회에 확산됐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케토제닉이라 부르기도 하는 키토제닉 식단은 밥·빵·국수 등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삼도록 만들어주는 식이요법을 말한다.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상태를 키토시스(ketosis)라고 하는데, 여기서 키토제닉이라는 말이 나왔다.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저탄수화물·당질제한 식단도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키토제닉과 뿌리가 같다.

키토시스 상태에서 섭취하는 지방은 모두 에너지로 쓰거나 배출하고, 모자라면 몸에 쌓인 체지방을 태워 보충하기 때문에 별다른 노력 없이도 체지방이 줄어들게 된다는 게 이 식단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원리다.

키토제닉 식단이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지난 2016년 MBC 다큐멘터리 \지방의 누명\이 방영되면서다. 기름 많은 고기와 버터 등 동물성 포화지방을 마음껏 먹어도 될 뿐 아니라 심지어 살이 빠지고 건강해진다는, 그동안의 상식과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은 많은 이에게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1만7000여 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진주의 해피 키토 키친\을 쓴 푸드 스타일리스트 겸 요리 연구가 진주씨는 "지방의 누명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나와 남편이 왜 계속 살이 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듯했다"고 했다. 진주씨와 남편은 2016년 키토제닉 식단 실시 이후 각각 20㎏ 이상 감량해 유지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방영이 4년여 지난 현재 키토제닉 식단은 확실하게 뿌리 내린 듯하다. 보슬보슬 이용훈 대표는 "손님층이 20~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진주씨는 "건강한 노년을 보내려면 키토제닉 식단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졌다"고 했다.

진주씨는 "2~3년 전만 해도 키토제닉 제품은 외국산 외에는 없었는데, 최근에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밀키트(meal kit·손질한 음식 재료가 양념, 요리법과 함께 들어 있는 간편식의 일종)까지 나왔을 만큼 보편화됐다"고 했다.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서양식 일색에서 고추장, 불고기, 파전 등 한국 사람 입에 맞는 한식 메뉴가 속속 등장했다.

최근에는 밥 없이 불고기·오이지·아보카도·치즈 등으로 속을 채운 김밥, 일반 식빵 대신 밀가루 없이 달걀, 아몬드 가루, 베이킹파우더로 만드는 대용 빵을 이용한 토스트 등 분식·길거리 음식까지 범위가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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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제닉은 아직 논란거리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2003년 여러 다이어트 실험 결과가 보고됐다. 저탄수화물·고지방·고단백질(황제 다이어트로 알려진 앳킨스 다이어트) 식단이 3개월과 6개월에서는 전통적 다이어트보다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었으나, 1년이 지나자 차이가 없었다. 2009년 NEJM에 실린 보고서에는 과체중 성인 811명을 네 그룹으로 나눠 키토제닉·저지방·고탄수화물 다이어트를 2년에 걸쳐 장기 진행한 실험이 소개됐다. 실험 결과는 열량을 제한하면 어떤 식사든 체중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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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비결은 \비율\이 아니라 \총열량\이란 당연한 결론이었다. 풀무원기술원 남기선 박사(영양학)는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이 높아 전체 열량의 50~55%로 낮출 필요는 있다"며 "동시에 전체 섭취 열량도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 만두 만만세

◇ 만두 만만세

◇ 만두 만만세

식도락이 인생에서 중요한 이가 절망에 빠질 때는 먹을 게 없는 날이 아니다. 먹고 싶은 게 생각나지 않을 때다. 뭘 먹어도 즐겁지 않고, 딱히 마시고 싶은 술도 없는 날, 그런 날엔 ‘어디 고장 난 것 아닐까’ 하고 덜컥 겁이 난다.

그런 날 나는 습관적으로 냉장고를 뒤적거린다. 하지만 금세 후회가 몰려온다. 냉동식품으로 배를 채우는 일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일단 무작정 뛰쳐나왔다. 분식집에 가긴 싫었다. 고급 정식도 부담스러웠다. 국수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날이었다. 그래서 내가 고른 메뉴는 만두.

고기와 각종 채소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데다 어떤 만두 전문점을 가도 실패할 확률이 적은 메뉴가 만두다. 평양냉면집의 이북식 왕만두도, 분식집의 꼬마 만두도 모두 맛나다. 그 다채로운 모양과 크기만큼이나 만두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구 신설동으로 향했다.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신설동역 바로 앞에 있는 ‘킹수제만두’의 외관은 굉장히 허름하다. 대림동 중식 먹자골목인 듯, 우리식 분식집인 듯 간판은 영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왠지 ‘이곳은 맛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고기새우 군만두’, 찐만두, 물만두, 만둣국 같은 메뉴부터 ‘마파두부덮밥’, 목이버섯 계란덮밥 같은 중식 메뉴까지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알찬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고기새우 군만두’와 ‘마파두부덮밥’을 주문했다.

하늘하늘한 레이스를 덧입힌 것 같은 군만두를 베어 물었다. 뜨거운 육즙에 입술이 델 듯할 때 차가운 맥주를 들이켰다. 남이 제대로 구워준 군만두만큼 맛있는 게 또 있을까? ‘마파두부덮밥’도 여느 중국집과는 스타일이 달랐다. 맵고 얼얼한 산초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맵고 뜨거운 맛과 보들보들한 두부의 식감은 이율배반적이다. 육즙이 줄줄 흐르는 군만두와 ‘마파두부덮밥’을 함께 먹은 뒤 마시는 맥주는 그 어느 때보다 달고 시원했다.

먹고 마시는 게 지겨울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마음의 문제다.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뭐든 먹을 궁리를 하다 보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먹고 마시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한 끼는 소중하다.

-한겨레-

◇ 여당의 '괴벨스 바이러스'

◇ 여당의 괴벨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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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의 괴벨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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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가 온 나라를 뒤흔들던 작년 9월.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여론조사를 인용해 "조국 장관 후보자 임명 찬성률이 상승했다"며 "후보자 적격에 대한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누구도 국민의 판단 능력을 넘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설 최고위원은 최근 정의기억연대 논란과 관련해 국민 70%가 윤미향 민주당 의원 사퇴를 요구한 여론조사에 대해선 "국민이 정확한 팩트(사실)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판단"이라고 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여론\에 대한 시각이 180도 달라진 것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비슷했다. 작년 9월엔 조 전 장관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보니 (임명 찬반이)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바뀌었다"며 "최대한 조 후보자를 잘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의원에게 불리한 여론조사가 나온 최근엔 "국민들도 시시비비를 보고 판단해주길 바란다"며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얼마 전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이용수 할머니가 화났다고 사퇴시킬 수는 없지 않으냐"며 윤 의원 사퇴론에 제동을 걸었다. 우 의원은 현 정부 초기에 "장관 후보자 지지율이 60% 이상이면 임명해도 된다"며 여론조사를 인사 낙마 기준으로 삼자고 했던 자신의 주장을 기억에서 지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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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與圈)은 그동안 정권에 유리한 여론조사를 골라 신줏단지 모시듯 떠받들었다. 공수처 설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등 각종 정책과 관련해 여론 수치를 국민적 판단이라고 내세우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윤 의원 사퇴 여론은 무지한 국민의 판단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정의연의 정당성이 훼손될 경우 현 정권의 반일(反日) 전선까지 흔들리는 것을 막아보려는 의도겠지만, 여권의 말 바꾸기 행보는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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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대한 여권의 이중 잣대는 탈원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탈원전은 이미 공론화가 끝난 상황"이라며 신성불가침의 성역임을 강조했다. 집권 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 471명에게 \원전 정책 방향\ 항목을 끼워 넣는 식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원전 축소\가 53%였다는 것이 근거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3년간 한국갤럽, 한국리서치 등 많은 여론조사에서 원전 이용 찬성이 국민 70%에 달하는 데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는 "선전에 좌절을 주는 메시지는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불리한 자료는 무시하고 입맛에 맞는 정보만 선택해 선동하면 유리한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괴벨스 바이러스\가 정치권에 침투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조선일보-

앙천이타仰天而唾 – 하늘보고 침 뱉기

앙천이타仰天而唾 – 하늘보고 침 뱉기

앙천이타(仰天而唾) – 하늘보고 침 뱉기

우러를 앙(亻/4) 하늘 천(大/1) 말이을 이(而/0) 침 타(口/8)

입속의 침샘에서 나오는 침은 없어서는 안 될 소화액이지만 잘못 뱉으면 혼이 난다. 경범으로 처벌될 일 말고도 아주 치사스럽게 생각하여 멸시한다는 뜻이 있어 대판 싸움이 나거나 뒤도 돌아보지 않는 사이가 된다. 남이 얼굴에 침을 뱉었을 때 금방 손으로 닦아내면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수 있으므로 마를 때까지 둔다는 唾面自乾(타면자건)은 인내의 극치를 말해준다.

唐(당)나라 현신 樓師德(누사덕)의 고사에서 나온 이야기다. 그런데 ‘누워서 침 뱉기’나 ‘하늘보고 침 뱉기’라는 말대로 하늘을 향해 침을 뱉는다면 제 얼굴에 떨어질 뿐이다. 남을 해치려고 하다가 도리어 제가 당한다는 비유로 썼다.

우리 속담을 한역한 책은 洪萬宗(홍만종)의 旬五志(순오지)와 趙在三(조재삼)이 쓴 松南雜識(송남잡지), 조선 후기 朴慶家(박경가)의 東言考略(동언고략) 등 제법 있다. 이 성어는 茶山(다산) 丁若鏞(정약용)이 엮은 ‘耳談續纂(이담속찬)’에 나온다. 이 책은 明(명)나라 王同軌(왕동궤)라는 사람이 지은 耳談(이담)에 추가하여 한국 속담 241수를 한자 8자로 번역 수록한 것이다. 하늘보고 침 뱉기는 ‘하늘을 쳐다보고 침을 뱉으면 자기 얼굴을 더럽힐 뿐이다(仰天而唾 徒汚其面/ 앙천이타 도오기면)’로 되어 있다.

이 속담성어가 이보다 앞서 불경에서 연유한 것이라 더 흥미롭다. ‘四十二章經(사십이장경)’은 불교의 요지를 42장으로 나누어 기술한 경전이라는데 중국 後漢(후한)때 인도 승려 迦葉摩騰(가섭마등), 竺法蘭(축법란)이 번역하여 전했다 한다. 적절한 비유를 들어 간명하게 풀이한 교훈집으로 8장에 나온다.

‘악한 자가 어진 사람을 해치는 것은, 마치 하늘을 향해 침을 뱉으면 하늘에 닿지 않고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惡人害賢者 猶仰天而唾 唾不至天 還從己墮/ 악인해현자 유앙천이타 타부지천 환종기타).’ 이어지는 말도 의미는 같다. ‘바람을 거슬러 먼지를 날리면 상대에 이르지 않고 제게 되돌아오는 것과 같다(逆風揚塵 塵不至彼 還盆其身/ 역풍양진 진부지피 환분기신).’

상대를 향해 침을 뱉어도 안 될 일이지만 상대를 모르게 한다고 하늘을 향해 뱉더라도 피해는 고스란히 돌아온다. 남의 잘못된 점에 대해 험담을 실컷 늘어놓다가도 입장이 바뀌면 그대로 덮어쓰는 경우도 종종 본다. 상대가 앞에 있거나 없거나 한결같아야 참된 관계를 유지할 수가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색유色喩 - 여색을 경계하다.

색유色喩 - 여색을 경계하다.

색유(色喩) - 여색을 경계하다.

빛 색(色/0) 깨우칠 유(口/9)

色(색)이 물감이나 컬러(color)만 나타낼 리 없고 색정이나 여색을 뜻하여 탈이 난다. 미녀를 天下一色(천하일색)이라 하고 패가망신한다는 酒色雜技(주색잡기) 할 때 모두 여자가 따른다. ‘애욕이 근심을 낳고, 애욕이 두려움을 낳는다’, ‘정욕의 불꽃이 타는 대로 쫓아가는 사람은 자기를 쇠사슬로 결박 짓는 사람’ 등등 여색을 조심하라는 말은 숱하게 내려왔다. 하지만 여성의 아름다움을 쫓는 본능은 버릴 수 없어 알고서도 빠져 들어간 남자들이 많았다. 여색을 멀리하라는 선현들의 많은 경계 중에서도 고려의 문호 李奎報(이규보, 1168~1241)는 다양한 비유와 기이한 근절책을 제시하여 흥미를 끈다.

이규보의 ‘東國李相國集(동국이상국집)’에 들어 있는 ‘색으로 깨우친다(色喩)’는 고전 수필을 보자. 그는 여기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색 가운데서 남자를 가장 미혹하게 하는 것이 여색이라 했다. 그러면서 미인을 나타내는 표현마다 섬뜩한 비유를 한다. ‘눈의 애교 있는 것은 이를 칼날이라 하고, 눈썹의 꼬부라진 것은 이를 도끼라 하며, 두 볼이 볼록한 것은 독약이고, 살이 매끄러운 것은 안 보이는 좀벌레이다(眼之嬌者斯曰刃 眉之曲者謂之斧 頰之豐者毒藥也 肌之滑者隱蠹也/ 안지교자사왈인 미지곡자위지부 협지풍자독약야 기지활자은두야).’ 頰은 뺨 협, 蠹는 좀 두.

여색의 폐해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밖으로는 더 심해 周(주)나라의 褒姒(포사)나 吳(오)나라의 西施(서시), 唐(당)나라의 楊貴妃(양귀비)는 나라를 기울게 했고, 최고 부자 石崇(석숭)을 망친 것은 綠珠(녹주)의 미색과 요염이었다고 했다. 이런 미인의 얼굴을 가진 여자에게는 추녀의 대명사인 嫫母(모모, 嫫는 추녀 모)와 敦洽(돈흡)의 얼굴을 수천만 개 주조한 뒤 덮어 씌워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음란한 자의 창자는 고결한 廣平(광평)의 것으로 바꾸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규보의 끔찍하고도 허황된 이런 처방은 여색의 폐해에 경종을 울린다. 그럴 만큼 그는 술과 시와 거문고를 벗 삼아 三酷好(삼혹호) 선생으로 불리면서 73세까지 장수했지만 여성관계는 엄격했다 한다. 틈만 나면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보고, 英雄好色(영웅호색)이라며 기고만장하던 사내들은 이규보의 방법으로라도 일신해야 한다. 여성이 원하지 않을 때 성희롱이 되고 성폭행이 되는 요즘에는 영웅이 자랑스러울 수 없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あこがれる憧れる·憬れ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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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경하다. 그리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