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6일 수요일

사인여천事人如天 - 사람을 하늘과 같이 섬겨라.

사인여천事人如天 - 사람을 하늘과 같이 섬겨라.

사인여천(事人如天) - 사람을 하늘과 같이 섬겨라.

일 사(亅/7) 사람 인(人/0) 같을 여(女/3) 하늘 천(大/1)

사람은 태어날 때 선과 악, 어느 쪽에 가까울까. 예부터 性善(성선), 性惡(성악)으로 대립했지만 오늘날도 주장은 여전하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하는가 하면, 이성은 고귀하고 능력은 무한하고 행동은 천사와 같다며 인간은 위대한 걸작이라 하기도 한다. 그래서 파스칼은 신과 동물의 중간적 존재에 사람을 위치시켰다. 철학자들의 결론 없는 주장은 뒤로 하고,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란 말은 모두 수긍한다. 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는 인권선언도 모두 옳다.

평등할 정도가 아니라 사람을 섬기기(事人)를 하늘과 같이 하라(如天)는 이 말 이상으로 사람을 중시한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민족종교 天道敎(천도교)의 기본 사상인 이 말은 조선 말엽 水雲(수운) 崔濟愚(최제우) 선생이 東學(동학)을 창시할 때부터 사람을 하늘처럼 모신다는 侍天主(시천주) 가르침에서 나왔다. 여기서 하늘은 사람인 한울님을 가리키고, 사람의 신분이나 성별에 따라 차별하는 바 없이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2대 海月(해월) 崔時亨(최시형), 3대 義菴(의암) 孫秉熙(손병희) 교주로 체계화되면서 사람이 곧 하늘이란 人乃天(인내천)으로 굳어졌다.

해월 선생이 한 유명한 말을 보자. ‘도인의 집에 사람이 오거든 사람이 왔다고 하지 말고 하느님이 강림하셨다고 말하라(道家人來 勿人來言 天主降臨爲言/ 도가인래 물인래언 천주강림위언)’. 이러한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사람을 하늘같이 여기는 삶인데 그 방식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자신의 내면에서 길러나가는 수행을 통해서만이 한울님을 모실 수 있다는 養天主(양천주), 타인을 신분과 성별에 의해 차별하지 않는 待人(대인), 나아가 사람만이 아닌 우주만물이 모두 한울님이 기화되어 이뤄졌다는 接物(접물)이 그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교리는 모르더라도 사람이 곧 하늘이면 세상 민심이 하늘의 뜻인 것은 누구나 안다. 사람을 하늘처럼 잘 섬겨야 하는 사람은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멋들어진 구호나 공약으로 이 말을 내세워 놓고 정작 실천할 자리가 주어지면 제몫 챙기는 사람이 더 많다. 또 남을 미워하면 내 안의 한울님을 상하게 한다고 여겼던 동학은 농민혁명이 비폭력 평화시위의 근원이 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 죽은 뒤의 약방문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 죽은 뒤의 약방문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 죽은 뒤의 약방문

죽을 사(歹/2) 뒤 후(彳/6) 약 약(艹/15) 모 방(方/0) 글월 문(文/0)

약방문은 약을 짓기 위하여 약 이름과 약의 분량을 적은 종이다. 줄여서 方文(방문)이나 藥和劑(약화제)로도 쓰지만 오늘날의 處方箋(처방전)이라면 쉽게 알아본다. 약방문에 대해 ‘莊子(장자)’의 逍遙遊(소요유)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손을 트지 않게 하는 약을 발명한 사람이 세탁을 하고 있었다. 宋(송)나라의 한 사람이 그 약방문을 돈을 주고 사서 왕에게 유세하여 수군에 사용하게 한 결과 큰 효과를 봤다. 송나라 사람은 그 공으로 봉토를 받았다. 어디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교훈이다.

아무리 神醫(신의)라고 알려진 耆婆扁鵲(기파편작)의 약방문이라도 사람이 죽고 난 뒤에는 휴지 조각이다. 사후약방문은 이처럼 시기를 잃어 낭패를 보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평소에는 방비를 소홀히 하다가 실패한 뒤에야 허둥지둥 대비하는 것이나 일이 실패로 끝난 뒤에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소용이 없다고 할 때 두루 쓰인다. 死後淸心丸(사후청심환), 成服後藥方文(성복후약방문), 神祀後鳴缶(신사후명부) 등도 똑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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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仁祖(인조) 때의 학자 洪萬宗(홍만종)이 지은 문학평론집 ‘旬五志(순오지)’에 이런 말이 나온다. ‘굿 뒷날 장구친다는 것은 일이 다 끝난 뒤에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을 일컬음이다. 말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양을 잃어버린 뒤 우리를 손질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神祀後鳴缶 言後於事 失馬治廐 言亡羊補圈之類/ 신사후명부 언후어사 실마치구 언망양보권지류).‘ 缶는 장군, 질장구 부, 廐는 마구간 구. 조선 후기 실학자 李德懋(이덕무, 懋는 힘쓸 무)의 ’洌上方言(열상방언)‘에는 ’신사 다 끝난 뒤에 부질없이 장구친다(神祀後 浪鳴缶/ 신사후 랑명부)로 나온다. 비슷한 뜻을 가진 속담도 많다. 늦은 밥 먹고 罷場(파장) 간다, 단솥에 물 붓기 등이다. 장이 끝난 뒤에 가 보았자 소용없고, 벌겋게 달아 있는 솥에 몇 방울의 물을 떨어뜨려 보았자 솥이 식을 리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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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사후약방문과 비슷한 뜻으로 쓰지만 앞서 나왔던 亡羊補牢(망양보뢰)는 전혀 다른 뜻도 포함한다. 양을 잃은 뒤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으며 나머지를 잘 지키기 위해 방비를 더 튼튼히 하는 것은 어리석지 않다고 ‘戰國策(전국책)’에서 깨우친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살계경후殺鷄儆猴 - 닭을 죽여 원숭이에 경고하다.

살계경후殺鷄儆猴 - 닭을 죽여 원숭이에 경고하다.

살계경후(殺鷄儆猴) - 닭을 죽여 원숭이에 경고하다.

죽일 살(殳/7) 닭 계(鳥/10) 경계할 경(亻/13) 원숭이 후(犭/9)

본보기는 좋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남에게 설명하거나 증명하기 위한 모범은 흐뭇하다. 반면 여러 사람을 훈계하기 위해 잘못한 사람을 징계하는 본보기는 다수를 위한 것이라도 당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다. 실제 사람의 목숨을 끊은 본보기는 성어에 제법 된다. 중국 蜀(촉)나라의 군사 諸葛亮(제갈량)이 군령을 어겨 패배를 가져온 부하의 목을 울면서 벤 泣斬馬謖(읍참마속)이 있다. 병법에 능통한 孫武(손무)가 세 번 훈령하고 다섯 번을 거듭 말해도 시시덕거린 왕의 총희를 베어 버렸다. 三令五申(삼령오신)이다. 무시무시한 조치 이후 군기가 바싹 잡힌 건 물론이다.

많이 쓰이는 一罰百戒(일벌백계)나 殺一儆百(살일경백, 儆은 경계할 경)이란 말도 같다. 한 사람을 죽여 백 사람에게 경계가 되도록 한다는 뜻이다. ‘漢書(한서)’가 설명한다. ‘하나로써 백을 경고하면 모든 사람들이 복종하게 된다. 공포감은 스스로를 새롭게 변화시킨다(以一警百 使民皆服 恐懼改行自新/ 이일경백 사민개복 공구개행자신).’ 사람이 너무 심하다면 다른 방법도 동원한다. 풀을 두들겨 뱀을 놀라게 한다는 打草驚蛇(타초경사), 산을 울려 범을 놀라게 하는 敲山震虎(고산진호, 敲는 두드릴 고) 등이 있다.

닭을 죽여(殺鷄) 원숭이에게 본보기가 되게 한다(儆猴)는 같은 뜻의 성어에는 다음 이야기가 따른다. 한 노인이 기르는 원숭이에게 곡예를 가르쳐 장터에서 돈을 벌기로 했다. 구경꾼들이 모여 들었지만 원숭이가 도통 평소 잘 하던 묘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노인은 피를 싫어한다는 원숭이의 속성을 알고 닭의 목을 쳤다. 시뻘건 피를 보고 공포에 질린 원숭이는 그제야 재주넘기를 시작했다. 본보기를 잘못 고른 성어도 있다. 하찮은 물오리를 잡으려다가 아름다운 원앙새를 놀라게 하여 달아나게 하면 어리석다. 打鴨驚鴛鴦(타압경원앙)은 경계를 주지 않고 놀람만 주었다.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하면서 얻은 교훈은 아무 짝에도 쓰지 못한다. 이끄는 사람은 효과를 봤다고 우쭐댈 때 그 조직은 곪는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전에 펼쳤던 정책과 사람을 대거 바꾸면 공무원들은 바싹 엎드린다. 본보기를 잘 쓰면 희생은 적게 하고 발전을 가져 온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타초경사打草驚蛇 – 풀숲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하다.

타초경사打草驚蛇 – 풀숲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하다.

타초경사(打草驚蛇) – 풀숲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하다.

칠 타(扌/2) 풀 초(艹/6) 놀랄 경(馬/13) 긴뱀 사(虫/5)

풀숲을 건드려서(打草) 뱀을 놀라게 한다(驚蛇)는 뜻의 이 성어는 뜻이 다양하다. 먼저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해 남의 경계심만 자아낸다는 의미로 ‘긁어 부스럼 낸다’는 속담과 같다. 가만 두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공연히 건드려서 걱정을 일으킨 경우를 의미했다. 뱀을 잡기 위해선 먼저 풀을 두들겨 놀라게 해야 한다는 뜻도 있다. 뱀이 숨어 있을만한 곳의 주변부터 풀을 쳐가며 압박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군대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로 ‘시범 케이스’와 같다. 어느 한 쪽을 징벌해서 목표한 다른 쪽도 경계하도록 하는 것을 비유했다. 오리를 때려 원앙을 놀라게 한다는 打鴨驚鴛鴦(타압경원앙)도 같은 뜻이다.

‘三十六計(삼십육계)’는 孫子兵法(손자병법) 만큼이나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권수와 작자, 편찬 시기 등은 미상이다. 5세기 까지 구전된 내용을 가지고 明末淸初(명말청초)에 한 무명학자가 필사본으로 엮은 것이라 한다. 공격할 때의 전략을 모은 攻戰計(공전계)의 맨 처음 13계에 나오는 것이 뱀을 찾기 위해 풀밭을 두드린다는 이 계책이다. 적이 숨어있을 만한 곳을 미리 살펴 공격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변죽을 울리기만 해서 적의 정체를 드러내게 하는 이점이 있고, 아군의 전력을 일부러 노출시켜 적의 예기를 먼저 꺾는 효과도 있다.

唐(당)나라의 문신 段成式(단성식, 803~863)이 엮은 수필집 ‘酉陽雜俎(유양잡조)’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한다. 王魯(왕로)라는 관리가 어느 지역의 수령으로 있을 때 국법을 어기고 온갖 비리로 재물을 긁어모았다. 참다못한 백성들이 연명으로 공소장을 썼다. 왕로의 측근으로 있는 主簿(주부)가 남의 재산을 횡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본 왕로는 자신도 적지 않게 남의 재물을 수탈했고, 주부의 죄목도 대부분 연관이 있었으므로 속이 뜨끔했다. 이에 왕로는 판결문에 이렇게 적었다. ‘그대는 고작 풀을 쳤을 뿐이지만 나는 벌써 놀란 뱀이 되었다(汝雖打草 吾已驚蛇/ 여수타초 오이경사).’ 자신의 비리가 드러날까 미리 겁을 먹은 것이다.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어리석게 믿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백일하에 밝혀지게 마련이다. 악의 소굴을 치기 위해선 신속하게 주변부터 압박해서 일망타진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일벌백계로 주변을 때려 중심이 기미를 알고 투항해 오면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삼일천하三日天下 - 삼일 동안의 집권, 영화를 누리는 시간은 짧다

삼일천하三日天下 - 삼일 동안의 집권, 영화를 누리는 시간은 짧다

삼일천하(三日天下) - 삼일 동안의 집권, 영화를 누리는 시간은 짧다

석 삼(一/2) 날 일(日/0) 하늘 천(大/1) 아래 하(下/0)

대중가요의 가사로 많은 사람에 오르내렸던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다. 빨간 꽃이 아름다움을 뽐내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며 사람이 잘 나가는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하니 사후를 대비하라는 교훈이다. 권세가 10년을 넘지 못한다는 權不十年(권불십년)도 있다. 10일에 비해 까마득하지만 천하를 보면 순간이다. 중국을 처음 통일한 秦始皇(진시황)부터 淸(청)나라 마지막 황제 溥儀(부의)까지 2130여 년간 211명의 황제 평균 재위기간이 10년 남짓이란 조사도 있어 성어가 알고 만든 듯이 잘 맞다.

한 나라가 한 정권에 속했을 때 천하라 한다. 가장 짧은 3일 동안의 집권이라 하면 조선 말기의 甲申政變(갑신정변)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1884년 급진 개화파 金玉均(김옥균), 朴泳孝(박영효) 등의 청년 지식인들이 우정국 축하연을 이용하여 閔氏(민씨) 세력을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淸(청)의 개입을 요청한 세력들에 의해 3일 만에 축출되고 개화파들이 망명했다. 仁祖(인조) 때인 1624년 반정에 공이 컸던 李适(이괄, 适은 빠를 괄)이 공신에서 밀리고 반역의 모함까지 받자 군사를 일으켜 새 왕을 세웠지만 사흘 만에 진압되고 말았다.

이렇게 보면 사흘간 단기 집권했다는 이 성어가 우리나라에서 기원했을 법 하지만 중국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에도 일본에서 나온 것으로 되어 있다. 일본 센고쿠(戰國)시대인 1582년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라는 무사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를 암살하고 천하를 손에 넣었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게 토벌되었다. 이 기간이 13일이지만 통상 삼일천하라 불린다고 한다.

이 밖에 百日天下(백일천하)는 프랑스 나폴레옹이 1815년 엘바 섬에서 빠져나와 제정을 부활하고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할 때까지 지배를 말한다. 千日(천일)로 유명한 앤 불린(Anne Boleyn)은 영국 헨리 8세와의 파란 많은 결혼생활을 끝내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까지의 기간이었다.

삼일이든 백일이든 차이는 있지만 모두 짧다는 것이 공통이다. 잘 나갈 때 덕을 베풀었으면 내려와서도 존경받는데 그런 사람은 드물다. 부귀영화를 누릴 때는 끝나는 시기가 없을 듯이 주위에 거들먹거린다. 아랫사람의 신망을 잃으면 그 자리가 더 짧아지는데도 그렇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상풍패속傷風敗俗 – 부패하고 문란한 풍속

상풍패속傷風敗俗 – 부패하고 문란한 풍속

상풍패속(傷風敗俗) – 부패하고 문란한 풍속

다칠 상(亻/11) 바람 풍(風/0) 패할 패(攵/7) 풍속 속(亻/7)

바람을 잘못 쏘여서 생기는 병이 傷風(상풍)이지만 풍속을 해치는 것도 된다. 건전하던 풍속이 쇠퇴하면 敗俗(패속)이다. 풍속을 문란하게 하거나 부패한 풍속을 이르는 이 말은 일상에 자주 쓰이는데 그 연원은 의외로 의미가 깊다. 唐(당)나라의 문장가 韓愈(한유, 768~824)가 이 말을 황제에 올리는 글에 썼다가 목숨이 달아날 뻔했기 때문이다.

한유는 친구 柳宗元(유종원)과 함께 당나라에선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에 두 사람이 들어간다. 두 사람은 종래의 형식적이고 수사적인 騈文(변문, 騈은 쌍말 변)에서 성인의 도를 담은 古文(고문)을 중시해야 한다는 문체개혁을 주창하여 宋代(송대) 이후 중국 산문의 표준이 되었다. 한유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의 여러 폐단에 대해서 날카로운 의견을 논문이나 서신을 통해 피력하여 문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그에게서 비롯된 성어도 많다. 유종원의 죽음을 애도하여 落穽下石(낙정하석)의 세태를 한탄했고, 파렴치한 인간들을 蠅營狗苟(승영구구)라고 욕했다. 글 읽기를 권장하는 燈火可親(등화가친)이나 어리석은 자에게 묻는다는 問道於盲(문도어맹)도 한유의 글에서 나왔다.

한유는 당시 성행하던 불교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11대 황제 憲宗(헌종)이 한술 더 떠 釋迦牟尼(석가모니)의 유골이라며 궁내에 모시려하자 이것에 반대하여 ‘論佛骨表(논불골표)’를 올렸다. 불교는 외국에서 전래된 것으로써 그것을 믿었던 중국의 여러 왕조들은 단명하고 말았다면서 이어진다. ‘풍속을 문란하게 하는 이러한 일은 많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어 사방으로 전파될 것입니다(傷風敗俗 傳笑四方/ 상풍패속 전소사방).’ 헌종은 글을 읽고 대로하여 그의 목을 베려고 했다. 한유는 재상 裵度(배도)의 변호로 가까스로 목숨은 건지고 지방으로 좌천됐다.

윗사람의 잘못에 대해 바른 말로 직언하기는 어렵다. 지난 정권 때 장관들의 국무회의에선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기에 바빴다고 해서 지탄을 받았다. 현 정부에서도 새로운 정책을 펴는데 자주 저항에 직면하는 것은 전문적인 것을 밀고 가는데 대한 위험성을 따져보고 직언하는 것이 부족해서가 아닌지 우려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삼불여三不如 - 세 사람보다 못하다, 유방의 용인술

삼불여三不如 - 세 사람보다 못하다, 유방의 용인술

삼불여(三不如) - 세 사람보다 못하다, 유방의 용인술

석 삼(一/2) 아닐 불(一/3) 같을 여(女/3)

사람은 제각기 타고난 재주가 있어 저마다의 방면에서 이름을 남긴다. 모든 면에서 통달할 수는 없기에 분야마다 특출하게 잘 하는 전문가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집단을 이끄는 리더는 부하들의 장점을 잘 파악하여 재능을 발휘하게하고 다른 사람의 능력과 융합하여 업적을 만들어낸다. 만약 부하들의 공동성과를 자신의 업적으로 가로챈다면 그 조직이 계속적으로 잘 될 리 없다. 자신의 능력이 세 사람에 미치지 못한다(三不如)는 이 성어는 부하에게 공을 돌린 중국 漢高祖(한고조)의 고사에서 나왔다.

출신도 한미하고 재주도 보잘것없는 劉邦(유방)이 떵떵거리는 집안의 천하장사 項羽(항우)와 일진일퇴 끝에 천하를 다시 통일하게 됐다. 모두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 황제에 오른 뒤 楚漢(초한)전쟁을 치르느라 고생한 신하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주연을 베풀었다. 고조는 자신이 도저히 항우에 비해 그릇이 안 되는데 황제에 오른 까닭이 무엇인지 속 시원히 알려 달라고 했다. 무신 王陵(왕릉)과 高起(고기)가 답했다. 항우는 어질고 재능 있는 자를 시기하고 공을 가로챘지만 폐하는 천하와 함께 이익을 나눠 주신 때문이라고 했다. 妬賢嫉能(투현질능)이 항우를 망쳤다는 것이다.

유방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知其一 未知其二/ 지기일 미지기이)며 설명한다. 군사를 운용하고 전략을 짜는 데는 張良(장량)만 못하고 행정과 보급은 蕭何(소하)만 못하며, 백만 대군을 통솔하고 승리하는 데는 韓信(한신)보다 못해 자신이 세 사람에 못 미친다(三不如)고 했다. 그러면서 이 세 인물을 자신이 기용했으니 范增(범증) 한 명도 거느리지 못한 항우에게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결국 이 漢興三傑(한흥삼걸)에 공을 돌리면서 적재적소에 잘 활용한 자신의 공도 떠올렸다. ‘史記(사기)’ 고조 本紀(본기)에 실린 이야기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많이 한다. 같이 일을 할 사람의 재능을 잘 파악하는 일이 앞서야 할 테지만 적소에 배치하여 잘 활용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연줄에 의하여 낙하산으로 온 인사는 자신의 갈 길만 찾는다. 자신이 제일 잘 안다는 무모함이 인사를 망치고 조직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순치보거脣齒輔車 - 입술과 이, 또는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와 같이 밀접한 관계

순치보거脣齒輔車 - 입술과 이, 또는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와 같이 밀접한 관계

순치보거(脣齒輔車) - 입술과 이, 또는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와 같이 밀접한 관계

입술 순(肉/7) 이 치(齒/0) 도울 보(車/7) 수레 거(車/0)

입술과 이(齒牙/ 치아)의 관계는 서로의 도움이 필요한 밀접한 관계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성어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脣亡齒寒(순망치한)이다. 비슷한 뜻으로 輔車相依(보거상의)란 말이 있는데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를 말한다. 輔는 수레의 양쪽 가장자리에 덧대는 덧방나무란 뜻 외에 광대뼈를 가리키고, 車는 수레바퀴라는 뜻 외에 잇몸을 나타내기도 한다. 덧방나무와 바퀴거나 광대뼈와 잇몸이거나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그래서 두 성어를 합쳐 서로 돕고 의지하거나 떠날 수 없는 깊은 관계를 뜻하는 말이 됐다.

春秋時代(춘추시대, 기원전 770년~403년) 북방의 강국 晉(진)나라의 獻公(헌공)은 이민족에 승리를 거두고 데려온 驪姬(여희, 驪는 검은말 려)라는 미녀에 혹해 태자 申生(신생)이 살해되고, 重耳(중이)는 망명생활을 하게 되는 악업이 있지만 文公(문공)이 천하의 패자가 되는 길을 닦았다고 평가받는다. 헌공이 주변 약소국인 虞(우)나라와 虢(괵, 虢은 나라 이름, 범발톱자국 괵)나라를 병합할 때의 일이다. 이전부터 괵을 치려했으나 그러려면 우나라를 지나야 했다. 假途滅虢(가도멸괵)의 성어는 여기서 나왔다. 이들 두 나라는 형제국으로 여기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함부로 한 곳을 침략하기가 껄끄러웠다.

대부 荀息(순식)이 꾀를 냈다. 우나라 임금은 욕심이 많아 명마와 구슬을 선물로 주면 길을 비켜줄 것이라 했다. 순식간에 마음이 돌아간 우임금에게 충직한 신하 宮之奇(궁지기)가 열을 올려가며 간했다. 괵과 우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라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 순망치한)’거나 ‘덧방나무와 바퀴는 서로 의지한다(輔車相依/ 보거상의)’란 속담과 같은 경우라며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설득해도 어리석은 우왕이 듣지 않자 궁지기는 화를 피하여 우나라를 떠났고 염려한대로 진헌공은 괵나라를 멸한 뒤에 우나라를 쳐서 병탄하고 말았다.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 僖公條(희공조)에 실려 전한다.

나라 사이에서도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모습이 이를 보호하려는 속내가 들어 있다. 북한이 그렇게 말썽을 부려도 은연중 감싸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 국경을 맞닿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은 기업이나 개인이나 말할 것 없지만 대립보다는 상생을 위해서는 없어서 안 될 덕목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상사병相思病 - 이성을 그리워하여 생기는 마음의 병

상사병相思病 - 이성을 그리워하여 생기는 마음의 병

상사병(相思病) - 이성을 그리워하여 생기는 마음의 병

서로 상(目/4) 생각 사(心/5) 병 병(疒/5)

사람을 그리워하여 마음에 든 병이 相思病(상사병)이다. 동성끼리 병이 들 정도로 그리워하기는 드물 것이고 이성끼리라도 사랑으로 생긴 병이지만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생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키소스(Narcissos)는 그를 연모한 요정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아 자신만을 사랑하는 벌을 받았다. 조선 松都(송도)서 뛰어난 용모에 시서화에 능했던 黃眞伊(황진이)는 짝사랑한 이웃집 총각이 까맣게 타서 죽자 충격을 받아 기생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모두 상사병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생긴 일이다.

相思(상사)라는 말의 연원은 오래다.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 宋(송)나라 말기의 임금 康王(강왕)은 외치에 능력을 보였으나 주색이 문제였다. 그것을 신하가 간하기라도 하면 활을 쏠 정도로 안하무인이었다. 강왕이 시종 韓憑(한빙)의 절세미인인 부인 何氏(하씨)를 능욕하고 후궁으로 삼았다. 변방에 내쳐진 한빙은 부인을 그리워하다 자살했고 후궁 하씨도 왕과 함께 누대에 올랐다가 남편과 합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투신했다.

화가 난 왕은 유언을 무시하고 일부러 무덤을 서로 바라보게 사이를 벌려 놓았다. 그날 밤 각 무덤에 나무가 생기더니 열흘 뒤에는 아름드리가 되었고 몸체가 구부러지면서 뿌리가 맞닿았다. 나무 위에는 원앙새 한 쌍이 온 종일 목을 안고 슬피 울었다. ‘송나라 사람들은 슬퍼하며 그 나무를 상사수라 불렀다(宋人哀之 遂號其木曰相思樹/ 송인애지 수호기목왈상사수).’ 東晋(동진)의 역사가 干寶(간보)가 기이한 이야기를 모은 ‘搜神記(수신기)’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부부끼리 연인끼리 서로가 그리워하지만 맺어지지 못한 사랑이 지금은 짝사랑에 괴로워하는 사람을 이 병에 걸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정식 병으로 보지 않고 강박장애나 조울병, 우울증 등의 범주에 속한다고 한다. 조선의 시조 한 편을 보자. ‘사람이 사람을 그려 병드단 말가/ 사람이 언마 사람이면 사람 하나 병들일랴/ 사람이 사람 병들이는 사람은 사람 아닌 사람.’ 생몰년 미상의 安烟甫(안연보) 작품인데 사랑을 받아주지 않은 원인 제공자를 원망하고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 반려견과 함께 걷기 좋은 길

◇ 반려견과 함께 걷기 좋은 길

◇ 반려견과 함께 걷기 좋은 길

반려견은 가족 구성원이 된 지 오래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견은 외로움을 달래주고 자식이 성장해 독립한 노부부들의 허전한 마음을 메워주기도 한다. 지난해에 새로 등록된 반려견은 79만7081마리로 1년새 443.6% 증가했다. 2014년 반려동물등록제가 전국적으로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등록된 반려견은 209만마리를 넘어설 정도로 우리의 삶에 가장 깊숙하게 파고든 동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전 국민에게 이동금지령을 내린 프랑스와 스페인 등은 ‘반려견 산책’을 합법적인 외출로 허용했을 정도다. 이에 자가격리에 지친 이들이 외출을 위해 ‘개를 빌려 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고 스페인에서는 장난감 개를 데리고 외출을 했다가 체포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또 하나의 가족’ 반려견과 함께 좋은 길을 소개했다. 반려견은 나한테는 순하지만 남에게는 ‘호랑이’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함께 외출할 때 목줄은 필수이고 배변봉투를 꼭 준비하는 에티켓도 잊지 말자.

1. 한탄강 주상절리길 1코스 구라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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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의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대자연이 빚은 절경을 즐기며 걷기 좋은 곳이다. 조용하게 흐르는 물소리는 팍팍한 도심의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마음의 쉼표를 찍는다. 4개 코스가 있는데 초입의 4km 구간인 ‘1코스 구라이길에 운산리 자연생태공원이 있고 데크길이 쾌적하게 잘 정돈돼 반려견과 함께하기 좋다. 걷다 보면 숲 사이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부드러운 봄바람에 나뭇잎이 서로 스치는 소리, 한탄강의 물소리가 어우러져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콘서트에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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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킹덤’의 무대이기도 하다. 1코스 구라이길에서는 천연기념물 제537호인 비둘기낭 폭포를 만나는데 바로 이곳에서 드라마가 촬영됐다. 웅장한 폭포를 지나면 길게 뻗은 한탄강을 한눈에 담는 전망대와 에메랄드빛 강줄기 사이사이를 볼 수 있는 협곡이 이어진다. 한탄강 주상절리길 1코스의 마지막 지점과 2코스의 시작 지점에서는 다양한 푸드트럭이 여행자의 허기를 달래준다.

2. 바우길 1코스 선자령 풍차길

강원도 강릉의 바우길은 모두 400km로 강릉바우길 17개 구간, 대관령바우길 2개 구간, 울트라 바우길, 계곡바우길, 아리바우길로 이어진다. 백두대간과 경포대, 정동진 등 강원도의 산과 바다들 모두 감상하며 대자연의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는 걷기 좋은 길이다.

강릉 바우길 첫 번째 코스가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풍차길. 늘 거센 바람이 불어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는 선자령에는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출발해 선자령 계곡길과 능선길을 밟아 원점으로 돌아오는 왕복 12km의 코스다. 옛 대관령휴게소는 고도 840m, 선자령은 1157m로 약 300m 정도의 편차가 있지만 길게 이어지는 능선이라 누구나 무리없이 걸을 수 있다. 울창한 숲에서 쏟아지는 피톤치드를 깊게 들이마시며 걷다 보면 코로나19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는 모두 날아간다. 대관령휴게소~2구간분기점~한일목장길~우측숲~선자령~동대전망대~대관령휴게소 코스를 따라가면 된다.

3. 평택호 수변테크 사색의 길

경기도 평택호관광지에 마련된 수변테크 사색의 길은 1.5km의 산책코스로, 언덕이나 장애물이 없고 곧게 뻗어 있어 반려견과 보폭을 맞추며 걷기 아주 편한 곳이다. 평택호는 충청남도 아산시와 경기도 평택시 사이 안성천 하구에 아산만방조제를 건설하면서 생긴 인공호수로 드넓게 펼쳐진 호수가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준다.

걷다 보면 만나는 10개의 다양한 ‘소리의자’에서 쉬어갈 수 있다. 전통악기와 장단을 형상화한 소리의자는 추억을 남기는 포토존이기도 하다. 평택호관광안내소~전망대~요트선착장~한국소리터~모래톱공원 코스로 이뤄졌다.

4. 강화나들길 19코스 석모도 상주해안길

경기도 강화의 석모도 동쪽에 마련된 석모도 상주해안길은 10km의 도보여행 코스로 산, 들, 바다로 풍경이 바뀌어 지루하지 않다. 특히 석모대교가 개통되면서 반려견과 함께 나들이하기 더욱 좋아졌다. 농촌 풍경과 오솔길을 즐기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힐링할 수 있다. 제방길이 끝나는 곳에서 만나는 정자는 반려견에게 간식을 챙겨주기 좋은 장소이고 주변에 포토존도 마련됐다.

5.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탐방로

경기도 화성의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탐방로는 1.5km 구간으로 천천히 걸으면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평탄한 길이다. 길이 대부분 데크로 이뤄져 유모차도 무리없이 다닐 수 있는 만큼 반려견도 쉽게 걸을 수 있다. 데크길을 따라 양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약 1억년 전 백악기 공룡 집단 서식지로 다양한 화석이 발견돼 공룡알 화석산지로 조성됐다. 코스를 걷는 동안 누두바위, 하한염, 중한염 등 8개 지점에서 공룡알의 화석을 볼 수 있다. 데크길 중간중간 다양한 포토존 마련돼 반려견과 함께 인생샷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 좋은 곳이다. 탐방로의 데크길 외에도 이곳저곳으로 작은 오솔길들이 이어진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