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금무학彈琴舞鶴 - 거문고를 타니 학이 춤춘다, 한 가지 잘하면 다른 일도 잘 된다.
탄금무학(彈琴舞鶴) - 거문고를 타니 학이 춤춘다, 한 가지 잘하면 다른 일도 잘 된다.
탄알 탄(弓/12) 거문고 금(玉/8) 춤출 무(舛/8) 학 학(鳥/10)
거문고를 연주하니(彈琴) 학이 날아와 춤을 춘다(舞鶴). 신선들이 천상에서 노니는 듯한 이 말은 한 가지 일을 잘 하면 다른 일도 절로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한 가지 재주만 잘 익히면 연속으로 일을 잘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 복이 복을 부르는 셈이다.
거문고는 우리나라에서 관현악에 필수적인 현악기이니 이 성어도 처음 만든 王山岳(왕산악)과 연주에 이름 높았던 玉寶高(옥보고)에서 나왔다. 金富軾(김부식)의 ‘三國史記(삼국사기)’에는 雜志(잡지) 樂(악)편에 이에 관해 상세히 전한다. 高句麗(고구려)의 제24대 陽原王(양원왕, 재위 545∼559) 때 제2 재상이었던 왕산악은 중국 晉(진)나라에서 보낸 七絃琴(칠현금)을 완전히 뜯어 고쳐 6개의 줄로 된 새로운 악기를 만들었다. ‘더불어 새 악기에 맞는 100여 곡을 짓고 연주할 때,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고 하여 현학금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훗날 현금이라고만 불렀다(兼製一百餘曲 以奏之 於時 玄鶴來舞 遂名玄鶴琴 後但云玄琴/ 겸제일백여곡 이주지 어시 현학래무 수명현학금 후단운현금)’.
통일신라 35대 景德王(경덕왕, 재위 742~765) 때의 옥보고는 지리산 雲上院(운상원)에 들어가 50년 동안 거문고를 연주하며 새로운 곡조 30곡을 만들어 연주했다. 그럴 때는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추어 신선의 도를 얻었다 한다. 곡을 들은 사람들은 인간 세상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조선 전기의 문신 徐居正(서거정)은 ‘四佳集(사가집)’에 제목이 彈琴舞鶴(탄금무학)인 시를 남겼다. ‘달 비친 숲에 이슬 맞은 한 장의 거문고여, 흐르는 물 높은 산이 다 태고의 마음일세(月林衣露一張琴 流水高山太古心/ 월림의로일장금 류수고산태고심), 흰 소매 검은 치마가 어느 곳 나그네인지, 온종일 춤을 추어라 이게 바로 지음일세(縞袂玄裳何處客 婆娑終日是知音/ 호몌현상하처객 파사종일시지음).’ 縞는 검을 호, 袂는 소매 몌. 흰 소매 검은 치마는 바로 학을 가리킨다.
여러 가지 일을 능숙히 잘 할 수 있는 만물박사라면 좋겠지만 이러한 재주를 다 가지기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한 가지 재주를 갖고서 다른 일도 깨우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우리 속담에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으면 장사를 잘 한다’란 것이 있다. 본바탕이 갖춰져 있고, 기초실력이 탄탄하면 다른 일도 성공하기 쉬운 것은 물론이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