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1일 일요일

삼배구고三拜九叩 - 세 번 절하고 아홉 차례 머리를 땅에 닿게 하다.

삼배구고三拜九叩 - 세 번 절하고 아홉 차례 머리를 땅에 닿게 하다.

삼배구고(三拜九叩) - 세 번 절하고 아홉 차례 머리를 땅에 닿게 하다.

석 삼(一-2)절 배(手-5)아홉 구(乙-1)두드릴 고(口-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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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잘못을 저질렀을 때라도 그 과오를 인정하고 또 사과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지난 번 자기가 맞을 회초리를 등에 지고 가 죄를 청한다는 負荊請罪(부형청죄)란 말이 소중하다고 말한 적 있다.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를 하려는데 받는 쪽에서 부당하게 심한 요구를 할 때엔 어떻게 될까. 명백한 잘못이라도 자신의 과오는 뒷전이고 반발만 불러 올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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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淸(청)나라 때 세 번 절하고(三拜) 세 번 땅에 머리를 닿게 한다(九叩)는 황제에 대한 경례법은 사과에 대한 예식이 아니라도 행하는 사람은 심한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드릴 叩(고)에는 머리를 조아린다는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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꿇어앉다, 무릎 꿇고 절하다는 뜻의 跪(궤)를 써서 三跪九叩(삼궤구고)로 써도 같은 뜻이다. 叩頭禮(고두례)는 본래 신불이나 친족 어른에 존경을 표시하던 것이라는데 明(명)나라에 이르러 이웃 나라 조공사가 황제를 알현할 때의 의식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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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의 오배삼고두례는 청나라가 지배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삼궤구고두례로 대체되어 외국사절에게도 강요했다. 실제 제7대 嘉慶帝(가경제) 때인 1816년 영국의 대사 애머스트(William Amherst)가 이를 거부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일화도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선은 훨씬 더한 치욕의 역사가 있다. 光海君(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에 성공하여 왕위에 오른 仁祖(인조)에게 시련을 안긴 後金(후금)의 太宗(태종)이 바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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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7년 처음 침입한 丁卯胡亂(정묘호란) 때엔 형제의 맹약을 맺고 잘 수습했다. 청으로 국호를 고친 뒤 군신의 예를 강요하는 것을 조선이 거부했다가 1636년 丙子胡亂(병자호란)을 맞아 온 국토가 유린되고 왕은 南漢山城(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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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까지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 해 1월 인조는 세자 등 500명이 한강 상류의 나루 三田渡(삼전도)에서 청태종에게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신하의 예를 갖출 수밖에 없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천인공노天人共怒 - 하늘과 사람이 함께 노하다.

천인공노天人共怒 - 하늘과 사람이 함께 노하다.

천인공노(天人共怒) - 하늘과 사람이 함께 노하다.

하늘 천(大/1) 사람 인(人/0) 한가지 공(八/4) 성낼 노(心/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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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대나 요구가 좌절되었을 때 분노한다. 유아는 생후 3개월 무렵부터 울어 댄다든지 몸을 뒤집는다든지 하여 분노를 표출한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요구의 저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 화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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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젊은이들이 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일에 분노하고, 노인들은 어려워만 가는 노후의 불안감에 불만을 터뜨린다.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누구나 분노에 차는 경우가 하늘과 사람(天人)이 함께 화를 낸다(共怒)는 이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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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지극히 악한 일을 마주 했거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에 이 표현을 쓴다. 사소한 일에 자주 화를 내는 것은 안 될 일이지만 거악에 대해서는 公憤(공분)해야 마땅하다. 天人共憤(천인공분), 神人共怒(신인공노), 神人共憤(신인공분)도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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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쉬운 뜻으로 된 말이라 예부터 이곳저곳서 사용되었음인지 어디에서부터 유래했는지는 명확치 않다. 재미있게 인용된 부분을 몇 곳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선 ‘楚漢志(초한지)’로 잘 알려진 項羽(항우)와 劉邦(유방)의 흥미진진한 쟁패기는 중국 明(명)나라 때의 鍾惺(종성)이 편찬한 ‘西漢演義(서한연의)’의 번역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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楚(초)나라가 최초의 통일국가 秦(진)나라에 의해 멸망한 뒤 거병한 項梁(항량)에 의해 懷王(회왕)이 옹립됐다. 彭城(팽성)으로 천도한 초회왕은 항우와 유방을 불러 회유하며 말했다. ‘진나라 2세 황제가 지극히 무도하여 하늘과 사람이 모두 분노할 정도이니 기필코 토벌해야 하오(秦二世無道極矣 天人共憤 天人共怒/ 진이세무도극의 천인공분 천인공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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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진나라를 공격해 수도를 먼저 점령한 사람에게 천하를 주겠다고 했다. 유방이 먼저 입성했으나 연전연승하던 항우가 불복하는 바람에 물러섰다가 마지막 垓下(해하) 싸움에서 이겨 황제에 오른 것은 알려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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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악인 董卓(동탁)이 죽음을 당한 뒤 수하들에 의해 시신이 태워지고 관을 만들 때 벼락이 떨어져 불이 붙었다. 사람들은 하늘이 노하여 天火(천화)를 내렸고, 사람이 노하여 人火(인화)로 시체를 태웠으니 天人(천인)이 함께 악행을 응징했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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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달은 총기난사 사건으로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동물 학대 성향 이라고 밝혔습니다. 끊이지 않는 이들의 만행에 지구인 전체의 분노도 필요하지만 근절하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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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지가千金之家 – 부잣집 자녀는 죄를 지어도 면할 수 있음

천금지가千金之家 – 부잣집 자녀는 죄를 지어도 면할 수 있음

천금지가(千金之家) – 부잣집 자녀는 죄를 지어도 면할 수 있음

일천 천(十/1) 쇠 금(金/0) 갈 지(丿/3) 집 가(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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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을 할 수 없는 인간이 생활하려면 돈이 없어서는 안 된다. 돈이 악의 근원이라며 돈에 초연한 사람, 또는 멀리 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돈의 위력을 몰라서가 아니라 돈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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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해결할 수 있는 돈의 힘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우리 속담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와 같은 뜻인 錢可通神(전가통신)이다. 요즘은 이보다 더 알려진 것이 有錢無罪 無錢有罪(유전무죄 무전유죄)다. 1988년 탈주범 지강헌이 돈만 있으면 있던 죄도 면할 수 있다고 절규한 것이 호응을 받아 성어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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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돈이나 비싼 값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千金(천금)을 가진 집은 그냥 부잣집이란 뜻이다. 이것이 부유한 집의 자식이란 千金之子(천금지자)가 되면 오늘날의 금수저가 된다. 부잣집 아들은 죄를 지어도 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은 고금이 같다. ‘史記(사기)’의 貨殖(화식)열전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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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馬遷(사마천)은 의리를 지키며 굶어죽은 伯夷叔齊(백이숙제)를 찬미하면서도 부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인정하여 열전 한 곳에 실었다. 재산을 모은 사람을 소개하는 중 이 말이 나온다. ‘내려오는 이야기에 천금을 가진 자의 아들은 저자에서 죽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헛된 말이 아니다(諺曰 千金之子 不死於市 此非空言也/ 언왈 천금지자 불사어시 차비공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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越王句踐(월왕구천) 세가에는 구천의 책사였던 范蠡(범려, 蠡는 좀먹을 려)가 陶(도) 지방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다시 등장한다. 큰돈을 벌어 陶朱公(도주공)이 된 범려의 둘째 아들이 살인을 하여 감옥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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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람을 죽였으니 사형이 마땅하지만 천금을 가진 부자의 아들은 저잣거리에서 죽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殺人而死 職也 然吾聞千金之子不死於市/ 살인이사 직야 연오문천금지자불사어시)’하며 황금을 수레에 실어 막내를 보내려 했다. 하지만 장남이 가겠다고 하여 보냈는데 사면의 소문을 듣고 돈의 귀중함을 알았던 맏이가 돈을 쓰지 않아 그만 동생은 시체로 돌아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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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해도 깨끗이 써야 지탄을 받지 않는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떵떵거리는 재벌 2, 3세들이나 한 사업이 히트하여 갑자기 누만금을 모은 졸부들의 갑질에 모든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돈 외에 보이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탄지지간 指之間 - 손가락을 튕길 사이, 아주 짧은 동안

탄지지간 指之間 - 손가락을 튕길 사이, 아주 짧은 동안

탄지지간( 指之間) - 손가락을 튕길 사이, 아주 짧은 동안

탄알 탄(弓/12) 가리킬 지(扌/6) 갈 지(丿/3) 사이 간(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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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빨리 지나간다는 비유로 쓰이는 말은 많다. 흔히 세월이 流水(유수)같다는 말은 흐르는 물같이 빠르다고 光陰似逝水(광음사서수)로 표현한다. 물이 쉼 없이 흐르지만 그렇게 빠르다는 느낌이 없을 때는 쏜살같다면서 쏜 화살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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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생활하는 사람, 행복한 나날을 영위하는 사람에겐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새 후딱 지난 세월에 깜짝 놀라는 경우에 적합한 말이다. 石火光陰(석화광음), 如鳥過目(여조과목), 烏飛兎走(오비토주) 등등 유사한 말 중에서도 莊子(장자)에 나오는 白駒過隙(백구과극)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문틈으로 보이는 흰 망아지가 빨리 지나가는 모습에 인생이나 세월의 덧없음, 무상함을 느끼니 차원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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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튕기는(彈指) 사이를 나타내는 이 성어도 아주 짧은 시간, 또는 세월이 아주 빠르다는 것을 표현한다. 탄알 彈(탄)은 쏘다, 튕기다란 뜻도 있다. 의미를 나타내는 활 弓(궁)과 수렵시대 돌 구슬을 가리켰던 홑 單(단)이 합쳐져 彈丸(탄환)이란 뜻도 지녔고 튕기다란 의미로 넓혀지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뜻보다는 佛家(불가)에서 비롯된 말로 唐(당)나라 永嘉玄覺(영가현각)이 禪(선)의 핵심을 운문으로 읊었다는 ‘證道歌(증도가)’의 구절이 당연히 뜻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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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은 이렇다. ‘손가락 튕기는 사이에 팔만 법문 원만히 이루고, 생각이 스치는 짧은 사이에 삼지겁을 없애버리도다(彈指圓成八萬門 刹那滅却三祗劫/ 탄지원성팔만문 찰나멸각삼지겁).’ 인간의 번뇌에 응하는 팔만 법문을 짧은 시간에 행하면 엄청나게 오랜 기간 三祗劫(삼지겁)도 없어져 시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해설에도 아리송하기만 하다. 祗는 공경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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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말하는 짧은 시간 彈指(탄지)가 刹那(찰나)와 함께 아주 작은 수의 단위로도 사용되어 흥미롭다. 割(할) 아래 소수점 이하의 작은 단위로 分厘毛絲(푼리모사)까지는 타율 계산 때 더러 쓰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작은 수로 탄지는 瞬息(순식)의 10분의 1인 10-17승을, 찰나는 탄지의 10분의 1인 10-18승을 나타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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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지가 짧은 시간을 말하건, 무사태평하거나 어떤 일에 정신이 팔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갈수록\xa0경제사정이 나빠진다는 소식만 들려오고, 어려운 나날을 보내는 민초들을 다독여주는 정치권은 여전히 다투기만 하고, 하루하루가 힘든 사람들은 늘기만 하는 느낌이다. 하반기엔 희망이 있을까.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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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위천以食爲天 - 먹는 것을 하늘로 여김

이식위천以食爲天 - 먹는 것을 하늘로 여김

이식위천(以食爲天) - 먹는 것을 하늘로 여김

써 이(人/3) 밥 식(食/0) 하 위(爪/8) 하늘 천(大/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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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세 가지 衣食住(의식주)는 모두 중요하다. 孔子(공자)는 足食(족식)보다 民信(민신)이라며 먹는 것보다 믿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無信不立(무신불립)의 가르침은 정치에 있어서다. 보통 사람에겐 음식이 생명을 영위하는데 필수이므로 첫손에 꼽을 것이다. 그래서 백성이 살아가는데 음식이 가장 소중하다며 먹는 것으로써(以食) 하늘을 삼는다(爲天)는 말까지 나왔다. 食爲民天(식위민천)이란 말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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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와 司馬光(사마광)의 ‘資治通鑑(자치통감)’ 등에 상세히 실려 전한다. 이 말의 주인공은 酈食其(역이기, 酈은 땅이름 역, 食은 밥 식, 먹을 사, 사람이름 이)다. 戰國時代(전국시대)를 통일했던 秦(진)이 폭정으로 쇠락하자 곳곳에서 영웅호걸들이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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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립하던 세력들이 項羽(항우)와 劉邦(유방)의 楚漢(초한)의 대결로 압축됐을 때 역이기는 한나라로 들어가 큰 공을 세웠다. 유방의 휘하로 처음 갈 때 거만하게 발을 씻으며 맞이하는 것을 꾸짖어 선비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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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가 파죽지세로 주변의 성을 함락하는 기세에 成皐(성고) 땅을 겨우 지키던 유방은 그곳을 포기하려 했다. 그 동쪽의 敖倉(오창)은 곡식창고가 있어 군량미가 풍부했다. 역이기가 간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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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아는 자는 왕업을 성취할 수 있고(知天之天 王事可成/ 지천지천 왕사가성) 왕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여긴다(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 왕자이민위천 이민이식위천)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방비를 허술히 하고 있는 오창을 지금 깨뜨려야 한이 천하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유방이 훌륭하다며 받아들인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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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이 하늘임을 내세우듯 방송에 먹는 방송(먹방)이나 요리 방송(쿡방)이 가히 전성시대다. 유명 맛집을 찾아가고 맛을 보는 데서 발전하여 요리와는 멀 것 같은 일반인이 나와 직접 만들거나 전문가 주방장을 뜻하는 셰프가 일러준 레시피(조리법)가 불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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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귀하던 시대도 지났고 주방에 얼씬도 않으려는 중년 가장들이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 발전이다. 다만 요리쇼의 조리법은 열량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 다이어트에 해롭다고 하는 미국 연구가 있다고도 하고 또 너무 보여주기만의 요란한 진행은 하늘로 여기고 있는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감안할 필요가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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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적천석水滴穿石 - 작은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뚫는다.

수적천석水滴穿石 - 작은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뚫는다.

수적천석(水滴穿石) - 작은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뚫는다.

물 수(水/0) 물방울 적(氵/11) 뚫을 천(穴/4) 돌 석(石/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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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격언을 한자 훈음 그대로 옮긴 것이 물방울(水滴)이 돌을 뚫는다(穿石)는 이 말이다. 작은 것이 쌓이면 큰 것이 된다는 속담은 양의 동서에 숱하다. 우리나라에 똑 같이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가 대표하고 영어속담에도 ‘The drop hollows the stone’이 있으니 신기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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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쉽고 큰 교훈을 줘서인지 모두들 좋아하는 성어가 되어 있다. 몇 개만 더 들어보면 이 난에서도 소개한 愚公移山(우공이산), 中石沒鏃(중석몰촉) 외에 磨斧作針(마부작침), 積小成大(적소성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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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이 쉼 없으면 돌을 뚫는다는 말은 중국 南宋(남송) 때 학자 羅大經(나대경)의 ‘鶴林玉露(학림옥로)’에 실려 전한다. 학문을 하면서 터득한 지식을 기술한 일종의 수필집이다. 독보적인 견해로 피폐한 정치를 질책하기도 하고 시문을 평론하기도 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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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宋(북송) 때 崇陽(숭양) 현령으로 張乖崖(장괴애)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하루는 관아를 순시하다가 창고에서 황급히 도망치려는 하급관리를 적발했다. 족쳐 보니 상투 속에서 엽전 한 닢이 나왔다. 훔친 것이라는 실토를 받자 형리를 시켜 곤장을 치게 했는데 겨우 한 닢 가지고 그런다고 크게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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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화가 난 현령이 大喝一聲(대갈일성) ‘네 이놈! 塵合泰山(진합태산)이란 말도 못 들었느냐? 하루에 일전이면 천일에 천전이고, 먹줄에 튕겨 나무가 끊어지고 물방울에 돌이 뚫린다(一日一錢 千日千錢 繩鋸木斷 水滴穿石/ 일일일전 천일천전 승거목단 수적천석)’라며 처벌했다. 관리의 잘못을 바로 잡으려고 일벌백계한 것이다. 繩은 노끈 승, 鋸는 톱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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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末(명말)의 洪自誠(홍자성)이 교훈이 되는 對句(대구)를 많이 써 유명한 어록집 ‘菜根譚(채근담)’에도 같은 뜻의 명언이 올려져 있다. 다만 한 글자씩 다르다. ‘새끼줄로 톱질해도 나무가 잘라지며 물방울이 돌을 뚫고, 물이 한곳에 이르러 도랑을 이루며 참외는 익으면 꼭지가 떨어진다(繩鋸材斷 水滴石穿 水到渠成 瓜熟蒂落/ 승거재단 수적석천 수도거성 과숙체락).’ 渠는 개천 거, 蒂는 꼭지 체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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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빨리 성과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성급해 할 것인가? 모든 일에 단계가 있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천리 길을 갈 수 있다. 학문을 하는 사람이나 실적에 애타하는 사람들이 새기면 좋을 말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탄주지어呑舟之魚 – 배를 삼킬 만환 물고기, 큰 인물의 비유

탄주지어呑舟之魚 – 배를 삼킬 만환 물고기, 큰 인물의 비유

탄주지어(呑舟之魚) – 배를 삼킬 만환 물고기, 큰 인물의 비유

삼킬 탄(口/4) 배 주(舟/0) 갈 지(丿/3) 고기 어(魚/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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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통째로 삼킬 수 있는 물고기라면 대뜸 허풍이나 과장이라 생각한다. 코끼리를 삼킨 고래이거나 아들 개구리에게 황소 크기를 알려 주려고 몸을 부풀다 터져버린 어미 개구리처럼 말이다. 하지만 허풍선이라는 뜻보다 실제 나룻배를 삼키는 물고기가 없는 것처럼 이 말도 針小棒大(침소봉대)한 비유로 큰 인물을 가리켰다. 좋은 의미의 인물이거나 盜跖(도척)과 같이 나쁜 의미의 악인을 가리킬 때도 이 말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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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는 다른 비유와 대비하여 이치를 설명하면서 여러 곳에서 사용됐다. 먼저 중국 道家(도가)의 사상서 ‘列子(열자)’에 등장한다. 이 책은 戰國時代(전국시대)때 전설적 사상가인 열자의 사상과 철학을 문인들이 모은 것인데 楊朱篇(양주편)에 들어 있다. 양주는 자기 혼자만 쾌락하면 좋다는 이기적인 쾌락설을 주장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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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가 梁(양)나라 왕을 만났을 때 작은 것에 신경 쓰지 않아야 큰 나라를 다스리기 쉽다며 말한다. ‘배를 삼킬만한 큰 물고기는 얕은 개울에서 놀지 않고, 큰 기러기는 높이 날아 더러운 연못에는 내리지 않습니다(吞舟之魚 不游枝流 鴻鵠高飛 不集汙池/ 탄주지어 불유지류 홍곡고비 부집오지).’ 汙는 더러울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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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子(노자)의 제자 庚桑楚(경상초)가 한 말이 ‘莊子(장자)’의 雜篇(잡편)에 실려 있다. 수레를 삼켜버릴 큰 짐승도 산을 내려오면 그물에 걸리는 재앙을 피할 수 없고, ‘배를 삼킬만한 큰 물고기도 휩쓸려 물을 잃으면 개미도 괴롭힐 수 있다(吞舟之魚 碭而失水 則蟻能苦之/ 탄주지어 탕이실수 즉의능고지)’면서 몸을 온전히 간직하려면 깊은 곳이나 먼 곳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碭은 넘칠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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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漢(전한)의 淮南王(회남왕) 劉安(유안)이 쓴 ‘淮南子(회남자)’에도 나온다. ‘배를 삼킬 큰 물고기라도 함부로 움직이다 물을 잃으면 땅강아지나 개미에 당하는 것이 그 거처를 떠났기 때문이다(吞舟之魚 蕩而失水 則制於螻蟻 離其居也/ 탄주지어 탕이실수 즉제어루의 리기거야).’ 主術訓(주술훈)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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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큰 인물은 어릴 때부터 남다른 면이 보이기도 하지만 자칫 나쁜 환경에 휩쓸리면 망치기도 쉽다. 무엇보다 자신을 부지런히 닦아야 하고, 악에 물들지 않도록 주변의 각별한 신경도 필요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견문발검見蚊拔劍 - 모기 보고 칼을 빼다.

견문발검見蚊拔劍 - 모기 보고 칼을 빼다.

견문발검(見蚊拔劍) - 모기 보고 칼을 빼다.

볼 견(見/0) 모기 문(虫/4) 뽑을 발(扌/5) 칼 검(刂/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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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란 미물이 끼치는 해독은 끔찍하다. 불을 끄고 잠을 청하면 어김없이 찾아와 앵앵거린다. 불면의 고통을 주는 것도 모자라 피를 포식하며 전염병을 퍼뜨린다. 말라리아나 일본뇌염에다 최근엔 지카 바이러스까지 옮겨 小頭症(소두증)을 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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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찮은 모기를 보고서(見蚊) 쫓기 위해 칼을 뺀다면(拔劍) 잡지도 못하면서 어리석다고 비웃음을 산다. 칼 刀(도)보다 더 큰 劍(검)을 휘두르니 풍차를 보고서 창으로 공격하는 돈키호테의 꼴이다. 여기에서 보잘것없는 작은 일에 지나치게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 사소한 일에도 화를 벌컥 내는 소견이 좁은 사람을 가리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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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같은 뜻으로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는가(割鷄焉用牛刀/ 할계언용우도)?‘란 孔子(공자)의 말에서 나온 牛刀割鷄(우도할계, <313>회)란 성어를 쓴다. ’論語(논어)‘의 陽貨(양화)편에 있는 이야기다. 모기와 칼 이야기는 ‘도끼 들고 나물 캐러 간다’나 ‘쥐구멍 막자고 대들보 들이민다’ 등 같은 뜻으로 쓰이는 속담에서 비롯돼 조선 후기의 학자 趙在三(조재삼)의 ‘松南雜識(송남잡지)’에 실려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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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빼어 모기 잡는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다 뿐이지 옛날 문장가들도 어지간히 모기에 시달린 모양이다. 唐(당)나라 시인 劉禹錫(유우석)은 ‘내 몸은 일곱 자 너는 티끌 같은 것, 나는 혼자 너는 떼거리 나를 상처 내네, 하늘이 낸 것 어쩔 수 없어, 너 때문에 장막을 치고 상위에 숨는다(我軀七尺爾如芒 我孤爾衆能我傷 天生有時不可遏 爲爾設幄潛匡床/ 아구칠척이여망 아고이중능아상 천생유시불가알 위이설악잠광상)’고 노래한다. 遏은 막을 알, 幄은 장막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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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다산)은 ‘얄미운 모기(憎蚊/ 증문)’에서 잠을 못 이루게 하는 모기가 맹호보다 무섭다고 진저리친다.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나는 코 골며 잠잘 수 있고(猛虎咆籬根 我能齁齁眠/ 맹호포리근 아능후후면),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렸어도, 누운 채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脩蛇掛屋角 且臥看蜿蜒/ 수사괘옥각 차와간완연), 모기 한 마리 왱 하고 귓가를 울리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一蚊譻然聲到耳 氣怯膽落腸內煎/ 일문앵연성도이 기겁담락장내전).’ 齁는 코고는소리 후, 脩는 길 수, 蜿는 꿈틀거릴 완, 蜒은 구불구불할 연, 譻은 새 지저귈 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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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좋은 면으로 본 말로 모기나 등에 같은 작은 벌레들이 소나 양을 물어 달리게 한다는 蚊蝱走牛羊(문맹주우양, 蝱은 등에 맹)는 말이 있고, 노부모에게 벼룩이나 모기를 물지 않도록 자식이 한방에서 자는 蚤蚊孝道(조문효도, 蚤는 벼룩 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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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장마가 한창인데 모기가 더욱 극성을 부려 성가시게 한다. 그렇다고 칼로 없애지 못하는 만큼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서민경제가 바닥이어선지 정서도 메말라가고 여유가 없을수록 작은 일에 치우치지 않아야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구약현하口若懸河 - 말을 폭포물이 흐르듯 잘하다.

구약현하口若懸河 - 말을 폭포물이 흐르듯 잘하다.

구약현하(口若懸河) - 말을 폭포물이 흐르듯 잘하다.

입 구(口-0)같을 약(艹-5)달 현(心-16) 물 하(氵-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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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조심하라는 성어를 그동안 이 난에서 많이 소개했다. 말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口禍之門/구화지문)을 비롯해 禍生於口(화생어구)까지 비슷한 의미를 가졌지만 출전을 달리 하는 말들이다. 아무리 침묵은 금이라고 주의를 주고 현명한 사람에게는 한 마디 말로 충분하다고 강조해도, 웅변의 재능을 신의 선물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는 만큼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부러움을 산다. 말을 잘 하여 마치(口若) 바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와 같다(懸河)고 찬탄한다. 썩 잘하는 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靑山流水(청산유수)보다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지니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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口如懸河(구여현하), 懸河之辯(현하지변) 등으로도 쓰는 이 성어는 西晉(서진)의 학자 郭象(곽상)을 칭찬하는 말에서 유래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재능이 뛰어나고 무슨 일이든지 깊이 생각하여 사리를 깨쳤다. 자라서는 老莊(노장)사상에 심취하여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기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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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에서 벼슬을 내려도 학문 연구에 뜻을 두어 사양하다 黃門侍郞(황문시랑)이란 관직을 받고 나아가서도 매사를 이치에 맞게 잘 처리했다. 국정을 논할 때마다 곽상의 말이 논리가 정연하고 말재주도 뛰어난 것을 지켜보던 당대의 명사 王衍(왕연)은 이렇게 칭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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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의 말을 듣고 있으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거침없이 흘러내려 그치지 않는 것과 같다(聽象語 如懸河瀉水 注而不竭/ 청상어 여현하사수 주이불갈)." 唐太宗(당태종)때 房玄齡(방현령) 등이 편찬한 "晉書(진서)" 곽상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세상에는 말 잘하는 사람이 많다. 부럽기도 하지만 반면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 성어는 때로는 말만 번지르르하고 행동이 따르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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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묵자흑近墨者黑 -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검어진다.

근묵자흑近墨者黑 -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검어진다.

근묵자흑(近墨者黑) -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검어진다.

가까울 근(辶/4) 먹 묵(土/12) 놈 자(耂/5) 검을 흑(黑/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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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먹을 가까이 하면(近墨) 묻힐 수밖에 없으니 자신도 검어진다(者黑). 나쁜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나쁜 버릇에 물들기 쉬움을 조심하라고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사람의 성격이나 능력은 주변의 환경이나 친구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는 것을 깨우치는 말은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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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시세보다 10배나 되는 집을 샀다는 百萬買宅 千萬買隣(백만매택 천만매린)은 훌륭한 이웃을 찾아서였고 孟子(맹자) 어머니가 세 번이나 이사한 三遷之敎(삼천지교)는 아들의 좋은 교육환경을 위한 것으로 유명한 이야기다. 몇 가지만 더 같은 성어를 소개하면 南橘北枳(남귤북지), 蓬生麻中(봉생마중), 染絲之變(염사지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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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먹에 비유한 말보다 앞서 붉은 朱沙(주사)를 가까이 하면 자신도 붉어진다는 近朱者赤(근주자적)이 먼저 나온다. 주사는 진한 붉은 색의 수은으로 된 광물이라는데 도장 찍는 印朱(인주)의 원료다. 중국 西晉(서진) 때의 학자이자 문인이었던 傅玄(부현, 217~278)의 ‘太子少傅箴(태자소부잠)’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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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와 나무는 일정한 형상이 없어 틀에 따라 모나게도 되고 둥글게도 되는데 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면서 이어 말한다. ‘붉은 주사를 가까이 하는 사람은 붉은 물이 들고,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은 물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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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조화로우면 음향도 청아하며 몸이 단정하면 그림자 역시 곧다(近朱者赤 近墨者黑 聲和則響淸 形正則影直/ 근주자적 근묵자흑 성화즉향청 형정즉영직).’ 앞의 두 구절을 간략히 줄여 近朱近墨(근주근묵)이라고도 하고 近朱必赤 近墨必緇(근주필적 근묵필치)라 쓰인 곳도 있다. 緇는 검을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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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秋適(추적)의 明心寶鑑(명심보감)과 달리 明(명)나라의 范立本(범립본)이 편찬한 ‘명심보감’에 姜太公(강태공)이 말한 것이라며 더 많은 대구가 있다. 近朱者赤 近墨者黑 뒤로 따르는 것은 이렇다. ‘어진 이를 가까이하면 밝아지고, 재능 있는 이를 가까이하면 슬기로워진다. 우매한 자를 가까이하면 어리석어지고, 착한 이를 옆에 두면 덕성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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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가까이하는 사람은 현명해지고, 어리석은 자를 옆에 두면 암매해진다. 말만 번지르르한 자를 가까이하면 아첨에 능해지고, 탐욕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도둑이 된다(近賢者明 近才者智 近癡者愚 近良者德 近智者賢 近愚者暗 近佞者諂 近偸者賊/ 근현자명 근재자지 근치자우 근량자덕 근지자현 근우자암 근녕자첨 근투자적).’ 佞은 아첨할 녕, 諂은 아첨할 첨, 偸는 훔칠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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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모나고 둥근 그릇에 따라 달라지고, 사람은 착하고 악한 친구에 의해 달라진다’란 말이 있다. 한자 명구로는 水隨方圓之器 人依善惡之友(수수방원지기 인의선악지우)다. 나쁜 곳에 발을 디디지 않는 것이 최상이지만 주변 환경에 따라 어쩔 수없이 변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지레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작은 힘이라도 잘못된 것은 고쳐나갈 것인가는 의지에 달렸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