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일 일요일

십벌지목十伐之木 - 열 번 찍어 베는 나무, 꾸준히 노력하면 성취한다.

십벌지목十伐之木 - 열 번 찍어 베는 나무, 꾸준히 노력하면 성취한다.

십벌지목(十伐之木) - 열 번 찍어 베는 나무, 꾸준히 노력하면 성취한다.

열 십(十/0) 칠 벌(亻/4) 갈 지(丿/3) 나무 목(木/0)

중도에서 일을 작파하지 말고 꾸준히 계속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속담과 성어가 많다. ‘열 번 갈아서 안 드는 도끼가 없다’란 속담은 磨斧作鍼(마부작침)과 통한다. 백절불굴의 강인한 정신과 기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열 번 쓰러지면 열 번 일어난다’는 속담도 있다. 깃털이 쌓여 배를 가라앉힌다는 積羽沈舟(적우침주), 물방울이 계속 떨어져 바위를 뚫는 水滴石穿(수적석천) 외 같은 성어는 수두룩하다.

이 모든 속담보다 더 자주 사용돼 귀에 익은 말이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 없다’를 옮긴 이 성어일 것이다. 정확히 풀어 十斫木無不顚(십작목무부전)이라고도 한다.

이 말은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기어이 이룬다는 뜻으로 보통 쓴다. 여기서 뜻이 넓혀져 아무리 뜻이 굳은 사람이라도 여러 번 권하거나 꾀고 달래면 결국은 마음이 변한다는 뜻도 된다. 정신을 집중하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는 강인함이 앞의 뜻이라면 후자는 아무리 굳은 의지라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조의 나약함을 가리킨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魏(위)나라가 趙(조)에 져서 태자와 함께 龐恭(방공)이란 사람이 인질로 가게 됐다. 방공은 왕에게 말했다. 어떤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겠느냐고 하니 믿지 않는다고 했다. 두 사람이 말해도 믿지 않겠다고 말한 왕은 세 사람이 나타났다면 믿겠다고 했다. 방공이 말했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을 것은 분명한데도 세 사람이 말하자 나타난 것으로 됐습니다(夫市之無虎也明矣 然而三人言而成虎/ 부시지무호야명의 연이삼인언이성호).’ 자신에 대해 근거 없는 말이 떠돌아도 믿지 말라고 한 뜻이지만 왕은 그 뜻을 지키지 못했다. ‘韓非子(한비자)’에 나오는 三人成虎(삼인성호)의 유래다. ‘戰國策(전국책)’에도 같은 이야기가 있다.

미인을 얻기 위해서는 용기가 앞서야 한다며 열 번 찍어야 한다고 호사가들은 말한다. 이런 노력은 가상한 일이지만 무턱대고 찍어서는 나무만 상한다. 도끼날을 잘 갈고 자루도 튼튼히 하는 등 만반의 준비가 앞서야 한다. 신의를 주지 않고 자신에 유리한 말만 퍼뜨린다면 세 사람이 와서 법이 나타났다고 해도, 나무를 열 번 찍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믿음이 앞서야 한다.

구밀복검口蜜腹劍 - 입에는 꿀 바른 듯 배 속에는 칼이 있다.

구밀복검口蜜腹劍 - 입에는 꿀 바른 듯 배 속에는 칼이 있다.

구밀복검(口蜜腹劍) - 입에는 꿀 바른 듯 배 속에는 칼이 있다.

입 구(口/0) 꿀 밀(虫/8) 배 복(肉/9) 칼 검(刂/13)

입술에 꿀 바른 듯 달콤하게 말을 하는 사람은 일단 경계 대상이다. 말로는 친한듯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칼날을 품고 있듯이 해칠 생각이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웃고 뺨친다’나 ‘등치고 간 내먹다’ 같은 똑 같은 뜻의 속담도 있다. 북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할 때 나열한 죄상 중 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면서 속으론 딴 마음을 품는다는 뜻의 陽奉陰違(양봉음위)도 유사성어 중의 하나로 유명해졌다.

口蜜腹劍은 중국 간신 중에서도 이름 높은 唐(당)나라 때의 李林甫(이임보)에게서 비롯된 말이다. 당 玄宗(현종)은 초기에 민생을 안정시키고 국방을 든든히 하여 ‘開元之治(개원지치)‘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만년 楊貴妃(양귀비)와 사랑에 빠진 뒤부터는 권신 이임보에게 국정을 일임해 버렸다.

음험하고 아부에 능했던 이임보는 조정의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며 자기의 자리를 위협하는 충신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없애거나 그렇지 않으면 멀리 지방으로 내쫓았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들은 연유도 몰랐다.

이임보가 정적을 제거할 때는 한껏 상대방을 추어세운 다음 뒤통수를 치는 음험한 수법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十八史略(십팔사략)‘이나 ’自治通鑑(자치통감)‘ 등의 관련 조에는 이렇게 이임보를 평가한다. ’현명한 사람을 미워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질투하여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배척하고 억누르는 성격이 음험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입에는 꿀이 있고 배에는 칼이 있다고 말했다. ‘ 19년 동안 전횡한 이임보가 죽은 뒤 재상이 된 楊國忠(양국충)이 그 죄상을 밝히자 현종은 그때서야 생전의 관직을 박탈하고 剖棺斬屍(부관참시)의 극형에 처했다.

안고수비眼高手卑 - 눈은 높지만 재주는 미치지 못한다.

안고수비眼高手卑 - 눈은 높지만 재주는 미치지 못한다.

안고수비(眼高手卑) - 눈은 높지만 재주는 미치지 못한다.

눈 안(目/6) 높을 고(高/0) 손 수(手/0) 낮을 비(十/6)

눈은 높은 곳(眼高)에 있고 손은 아래쪽(手卑)에 있다. 이 당연한 말이 물론 위치한 곳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는 수준과 뜻은 크고 높으나 손으로 이룰 수 있는 재주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 먼저다. 또 ‘실없는 부처 손’이란 속담이 말하듯 아무 쓸모가 없는 경우나 그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평할 때 기막히게 약점을 잘 잡아내면서도 실제 창작을 하라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비꼬아 눈만 높다고 말한다. 안고수저(眼高手低)라 해도 같다. 눈썰미가 있고 손이 재빨라 재주가 있는 眼明手快(안명수쾌)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처럼 쉬운 말로 자주 쓰이는 성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이전부터 쓰이던 말을 번역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고전에 사용된 예도 적다.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李德壽(이덕수, 1673~1744)라는 문신이 있다. 주자학을 반대하고 실사구시의 학문을 이끌었던 朴世堂(박세당)의 문인으로 문장과 글씨에 능했다. 이덕수는 ‘罷釣錄(파조록)’이란 책에서 글을 쓸 때는 대상을 정밀하게 파악하여 집중해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초학자들이 글을 지을 때는 경솔하게 기이함에 뜻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충고한다. ‘근래 들어 젊은이들의 글은 절름대고 막히고 졸렬하고 껄끄러워 한 가지 볼 만한 점이 없다. 이는 모두 눈은 높은데 손이 낮다는 안고수비 네 글자에 연좌된 탓이다. ’ 蹇은 절 건. ‘매일 읽는 우리 옛글’이란 책에 인용되어 있다.

금선탈각金蟬脫殼 - 금빛 매미는 허물을 벗어야 만들어진다.

금선탈각金蟬脫殼 - 금빛 매미는 허물을 벗어야 만들어진다.

금선탈각(金蟬脫殼) - 금빛 매미는 허물을 벗어야 만들어진다.

쇠 금(金/0) 매미 선(虫/12) 벗을 탈(肉/7) 껍질 각(殳/8)

계절에 맞지는 않지만 매미에 대한 성어를 이야기해 보자. 매미가 성충으로 살아있는 기간은 일주일에서 길어봐야 한 달이라 한다. 그래서 莊子(장자)는 여름에 나와 가을에 죽는 매미는 일 년의 길이를 알 리 없다고, 일부밖에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을 꼬집었다.

당연히 겨울의 눈을 모르니 蟬不知雪(선부지설)이라며 좁은 견문을 나타냈다. 하지만 짧은 지상의 매미가 되기 위해 6년에서 17년이라는 기간을 지하에서 애벌레로 지낸다는 사실은 그 기나긴 인내와 인고의 생활에 고개 숙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애벌레가 성충이 되어 금빛 날개를 가진 화려한 모습으로 탈바꿈하는데서 과거를 잊고 새 출발하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금빛 매미(金蟬)는 자신의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던짐(脫殼)으로써 만들어진다는 이 성어는 식견의 좁음이나 과감한 변화 등을 뜻하는 것과는 달리 ‘三十六計(삼십육계)’에서 나왔다. 이 책을 병법서의 고전 孫子兵法(손자병법)과 혼동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확한 권수와 작자, 편찬 시기 등은 알 수 없는 별개의 책이다. 대개 5세기까지의 故事(고사)를 17세기 明末(명말)에서 淸初(청초)에 수집하여 ‘三十六計秘本兵法(삼십육계비본병법)’으로 묶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고 속임수에 강조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혼란 상태에서의 전략인 混戰計(혼전계)의 제21계로 나오는 이 말은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감쪽같이 몸을 빼 도망하는 것을 뜻했다. 은밀히 퇴각할 때 사용하는 전법으로 진지의 원형을 보존하고 군대가 여전히 주둔하고 있는 것처럼 하면 적이 감히 공격하지 못한다. 그런 후에 주력부대를 은밀히 이동시켜 탈출하는 위장전술이다. 劉邦(유방)이 項羽(항우)에게 滎陽(형양, 滎은 실개천 형)에서 포위되었을 때 紀信(기신)이란 장수를 유방으로 변장시키고 탈출한 것이나 南宋(남송)이 金(금)에 침략 당했을 때 명장 畢再遇(필재우)가 연일 북소리를 울리면서 퇴각한 것을 좋은 예로 들고 있다.

본 뜻에서도 말하듯 곤경에 처했을 때 벗어나려는 속임수는 살아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왕년의 강대함만 믿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앙급지어殃及池魚 - 연못 속 물고기에 재앙이 미치다, 억울하게 피해를 보다.

앙급지어殃及池魚 - 연못 속 물고기에 재앙이 미치다, 억울하게 피해를 보다.

앙급지어(殃及池魚) - 연못 속 물고기에 재앙이 미치다, 억울하게 피해를 보다.

재앙 앙(歹/5) 미칠 급(又/2) 못 지(氵/3) 고기 어(魚/0)

고약한 사람을 가까이 하면 본의 아니게 그 화가 자신에게도 미친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속담대로다.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에 엉뚱하게 피해를 입을 경우가 있다. 강한 자들끼리의 싸움에 구경도 하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으면 더 억울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뜻과 같이 鯨戰鰕死(경전하사)가 그것이다. 연못에 평화로이 사는 물고기들이 사람들에 의해 죽게 생겼다.

성문에 불이 나서 그것을 끄기 위해, 혹은 보석을 찾기 위해 물을 퍼내거나 하면 화가 미쳐(殃及) 상관없는 연못의 물고기(池魚)가 죽게 된다는 이 성어도 같은 뜻이다. 억울하게 터무니없는 재앙을 당할 때 비유한다.

내용이 완벽하다면서 한 자라도 고칠 수 있는 사람에게 천금을 준다는 一字千金(일자천금)이라 하면 바로 ‘呂氏春秋(여씨춘추)’를 떠올린다. 秦始皇(진시황)의 생부로 알려져 있는 呂不韋(여불위)가 3000명이나 되는 빈객들의 제자백가 지식을 집대성한 책이라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 책의 孝行覽(효행람) 必己(필기)편에 물고기의 재앙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 宋(송)나라의 대부였던 桓魋(환퇴, 魋는 몽치머리 퇴)라는 사람이 진귀한 구슬을 얻게 됐다. 송왕이 탐을 냈지만 주지 않았다.

환퇴가 죄를 지어 구슬을 갖고 도망치자 사람을 시켜 소재를 묻게 했다. ‘환퇴가 연못에 던져 버렸다는 말을 듣자, 왕은 물을 모조리 퍼내게 했으나 구슬은 찾지 못했고 물고기만 떼죽음을 당했다.

宋(송)나라 太宗(태종)의 명으로 李昉(이방, 昉은 밝을 방) 등의 학자가 엮은 설화집 ‘太平廣記(태평광기)’에는 약간 다른 설명이다. ‘성문에 불이 붙었는데 그 재앙이 연못의 물고기에 미쳤다(城門失火 禍及池魚/ 성문실화 화급지어).’ 성문에 불이 나 근처 연못의 물을 몽땅 퍼내 물고기가 죽었다고 하는 해석과, 그 불로 인해 근처에 살던 池中魚(지중어)라는 사람이 타 죽었다는 풀이도 있다.

척포두속尺布斗粟 - 한 자의 베와 한 말의 조, 나누지 않는 형제의 다툼

척포두속尺布斗粟 - 한 자의 베와 한 말의 조, 나누지 않는 형제의 다툼

척포두속(尺布斗粟) - 한 자의 베와 한 말의 조, 나누지 않는 형제의 다툼

자 척(尸/1) 베 포(巾/2) 말 두(斗/0) 조 속(米/6)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란 형제는 우애도 배우고 경쟁도 하는 사이다. 길을 가다 금덩이를 주운 형제가 욕심에 우애를 버릴까봐 강에 던졌다는 兄弟投金(형제투금) 이야기도 있고, 인류 최초의 살인자도 동생을 죽인 형 카인이었다. 외부서 싸움을 걸면 형제가 힘을 합쳐 막아내지만, 재산이 비슷할 때만 우애가 가능하다거나 형제라도 돈에서는 남이라는 서양 격언은 알력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어도 많아 이 난에서도 煮豆燃萁(자두연기, 萁는 콩대 기)나 同室操戈(동실조과) 등을 소개했다.

이보다는 약간 생소하지만 한 자의 베(尺布)와 한 말의 조(斗粟)란 뜻의 이 말도 형제간의 불화를 나타낸다. 거꾸로 斗粟尺布(두속척포)라 해도 같다. 얼마 안 되는 옷감과 곡식이라도 모아서 의식에 보태는 것이 형제인데 그러지 못한 漢(한)나라의 5대 文帝(문제)를 조롱하는 고사에서 나왔다. ‘史記(사기)’와 ‘漢書(한서)’의 淮南衡山(회남형산) 열전에 비슷한 내용으로 실려 전한다.

간단하게 내용을 보자. 漢高祖(한고조) 劉邦(유방)은 나라를 세운 후 각 지역을 순시하다 趙王(조왕)이 바친 미녀의 시중을 받고 아들을 얻는다. 하지만 정무에 쫓겨 까마득하게 잊었다가 여인은 아들을 유방에 보내고 자살한다.

劉長(유장)이라 이름을 지어준 아이는 총명하고 자랄수록 유방을 닮아가 사랑을 독차지했고 일찍 淮南王(회남왕)으로 봉했다. 고조가 죽고 呂后(여후)가 전단하던 왕조를 평정한 뒤 왕위에 옹립된 劉恒(유항)이 문제다. 그즈음 유장은 회남에서 이복 형이 황제가 되자 기고만장해서 마음대로 행동했다. 황제를 알현하러 와서도 군신의 예를 무시하기 일쑤였고 사냥을 나갈 때도 수레에 억지로 같이 탔다.

문제는 여러 차례 주의를 주었지만 회남왕은 고쳐지지 않았고 급기야 반란을 꾀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이를 알아차리고 유장을 체포해 蜀(촉)으로 귀양 보냈다. 그곳에서 유장이 굶어죽자 문제는 박정하게 한 것을 후회했다. 민간에서는 왕이 천하를 차지하고도 동생에게 무정했다는 노래가 퍼지기 시작했다. ‘한 자의 조각 천이라도 이어서 꿰매면 입을 수 있고, 한 말의 조라도 나누어 먹으면 굶어 죽지 않는데, 형제가 서로 용납하지 않는구나.

약육강식弱肉强食 - 약한 자는 강자에게 먹힌다.

약육강식弱肉强食 - 약한 자는 강자에게 먹힌다.

약육강식(弱肉强食) - 약한 자는 강자에게 먹힌다.

약할 약(弓/7) 고기 육(肉/0) 강할 강(弓/9) 밥 식(食/0)

약한 자의 고기(弱肉)는 강한 자의 먹이(强食)다. 약자가 강자에게 먹힌다는 살벌한 말이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희생시켜서 번영하거나, 강자에 의해 약자가 끝내는 멸망함을 이른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셌던 공룡이 살아남고 미물들은 멸종되었어야 하는데 이치가 꼭 그렇지는 않다.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잘 적응한 생물이 생명을 유지했다.

진화론의 다윈(Charles Darwin)이 아닌 스펜서(Herbert Spencer)가 명명했다고 하는 適者生存(적자생존)이다. 약자가 자기를 지켜 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진화시켜 개체를 보존하는 것이다. 작은 나라나 민족의 興亡盛衰(흥망성쇠)도 마찬가지다.

약자와 강자의 아주 쉬운 글자로 된 이 성어는 ‘莊子(장자)’에서 같은 글자는 아니지만 비슷한 의미로 먼저 등장한다. 천하의 도적 盜跖(도척, 跖은 발바닥 척)이 설득하러 온 孔子(공자)에게 호통 치는 대목에서다. 黃帝(황제) 이후 堯舜(요순) 때는 많은 신하를 기용하여 평화로웠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면서 말한다. ‘탕왕은 자신이 모시던 주군을 내쫓았고 무왕은 주를 죽였다. 이때부터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고 다수자가 소수자를 괴롭혔다. 湯王(탕왕)과 武王(무왕)이 폭군 桀紂(걸주)를 내쫓은 것도 잘못이라고 억지 부린다.

唐(당)나라 때의 문장가 韓愈(한유, 768~824)의 시문집 ‘韓昌黎集(한창려집)’에는 글자대로 나온다. 친구 柳宗元(유종원)의 요청으로 유명한 스님 文暢(문창)에게 쓴 글이라 한다. 새들이 모이를 쪼다가 사방을 둘러보고 짐승들이 숨어 있다가 가끔씩 나오는 것은 자기를 해칠까 두렵기 때문이라면서 이어진다. ‘그런데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약한 자의 고기를 강한 자가 먹고 있는 것이다(猶且不脫焉 弱之肉 強之食/ 유차불탈언 약지육 강지식).’ 불교를 배척하는 한유는 승려가 유교를 흠모하면서도 불법에 얽매여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강한 자들이 살아남는다고 해서 약자들은 그냥 죽을 수만은 없다. 天敵(천적)이란 것이 있고 ‘약질이 살인낸다’는 속담도 있다. 약자가 엄청나게 큰일을 이룰 수도 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더욱 권력이 있다고, 재력이 넘친다고 횡포를 부리다간 언젠가는 뒤집어진다. 약자를 위해 조화롭게 잘 적응하는 것이 오래 생존하는 길이다.

아사리판阿闍梨判 - 질서 없이 어지러운 상태

아사리판阿闍梨判 - 질서 없이 어지러운 상태

아사리판(阿闍梨判) - 질서 없이 어지러운 상태

언덕 아(阝/5) 사리 사(門/9) 배 리(木/7) 판단할 판(刂/5)

질서가 없고 제 주장만 난무하는 어지러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은 많다. 먼저 속된 표현으로 개판을 가장 많이 쓴다.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이른다.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몰골사납게 싸우는 泥田鬪狗(이전투구)는 처음 강인한 함경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옛날 과거를 보는 마당에서 선비들이 질서 없이 들끓어 뒤죽박죽이 된 亂場(난장)에서 온 난장판도 있다. 이렇게 드러난 말뜻도 알 수 있고 유래도 뚜렷한 말과 달리 아사리판은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말이면서도 일상에서 흔히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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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이라며 주장하는 몇 가지 중에서 우리말에서 왔다는 것을 먼저 보자. 빼앗거나 가로채다는 ‘앗다’의 줄기 앗-‘에서 매김꼴씨긑 을이 붙고 그 아래 사람을 나타내는 이가 붙어 앗을이가 변해서 됐다는데 빼앗을 사람과 빼앗길 사람이 한데 어울려 무법천지가 된 것을 비유했단다. 일본말 아사리(あさり, 浅蜊/ 천리)라는 조개에서 어원을 찾는 것은 담긴 그릇이 흔들릴 때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난다는 데서 나왔다는 것이다. 蜊는 참조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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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보다 더 솔깃해지는 것이 불교에서 왔다는 이야기다. 수행을 중시하는 小乘佛敎(소승불교) 종단에서 교육을 담당할 만큼 덕이 높은 스승, 또는 도가 높은 승려를 말하는 阿闍梨(아사리)에서 유래했다고 밝힌다. 아사리를 한역할 때 阿牀利(아상리), 혹은 阿遮利夜(아차리야)라고도 한단다. 사리 闍(사)는 ‘담 도’로도 읽힌다.

불교에서 나온 말 중에서 원 뜻과는 많이 변한 말이 상당히 많다. 학승과 사무를 맡은 승려 理判事判(이판사판)이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말하거나 싸우기를 좋아하는 악신의 이름인 阿修羅(아수라)가 난장판인 아수라장이 된 것 등이다. 덕이 높은 스승 아사리가 많으면 다양하고 깊은 의견들이 개진되고 토론하는 시간도 길어질 것이다. 이 모습이 소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인 데서 질서 없이 어지러운 현장을 말하게 된 것으로 변했다고 보는 것이다.

언청계용言聽計用 - 모든 말을 듣고 계책을 받아들이다.

언청계용言聽計用 - 모든 말을 듣고 계책을 받아들이다.

언청계용(言聽計用) - 모든 말을 듣고 계책을 받아들이다.

말씀 언(言/0) 들을 청(耳/16) 셀 계(言/2) 쓸 용(用/0)

모든 인간관계에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신뢰는 강제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孔子(공자)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라 했다. 개인 뿐 아니라 조직의 상하관계에서 신뢰가 있으면 능력이 배가된다. 위에서 아래로 믿을 뿐만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올린 계획도 믿고 처리한다면 의욕이 충만할 것이다. 어떤 일을 처리할 때 한 사람이 내놓은 의견을 받아들이고(言聽) 그대로 실행한다(計用)는 이 성어가 이러한 경우를 가리킨다.

이 말은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에서 韓信(한신)이 한 말로 淮陰侯(회음후) 열전에 나온다. 그는 처음 천하통일한 秦(진)나라가 쇠약해졌을 때 項羽(항우)에 맞선 劉邦(유방)을 도와 漢(한)나라를 세우는데 큰 공을 세웠다. 한신은 어렸을 때 매우 가난하여 빨래하는 아낙에게서 밥을 얻어먹기도 하고(漂母飯信/ 표모반신), 그 은혜를 갚은(一飯之恩/ 일반지은) 고사가 따른다. 항상 칼을 차고 다니다 불량배 가랑이 밑을 기어간 跨下之辱(과하지욕)도 한신의 인내심에서 비롯됐다.

이런 한신이 처음에는 항우의 밑에 말단으로 있었다. 유방의 책사 蕭何(소하)가 한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유방에게 천거해 대장군이 되었다. 이후 유방의 부하를 이끌고 연승을 거두자 그 능력에 감탄한 항우가 사람을 보내 독립하라고 회유했다. 한신은 漢王(한왕)이 자신에게 대장군 직위를 주고 수만 병력을 통솔하도록 해 주었다면서 거절한다. 그러면서 유방의 은혜를 나열한다. ‘자기의 옷을 벗어 나에게 입히고, 자신의 음식을 대접했으며 나의 건의를 듣고 나의 계책을 써 주기까지 했소(解衣衣我 推食食我 言聽計用/ 해의의아 추식식아 언청계용).’ 여기서 은혜를 베풀고 사람을 중용한다는 解衣推食(해의추식)이 나왔다.

이렇게 의리를 지킨 한신도 나중에는 兎死狗烹(토사구팽) 당하고 만다. 유방에게 배신당한 것이다. 통일을 이루고 황제에 오른 뒤 배신하는 것도 믿음이 부족해서다. 사람을 한 번 믿으면 열린 마음으로 끝까지 흔들리지 않아야 위대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아랫사람이 지도자를 선택할 때도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면 그 조직이 업적을 낼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班 bān

班 bān

班 bān

1. 반 2. 근무 3. 분대 4. 옛날 극단을 일컫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