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7일 목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늦깎이

본래 ‘늦게 머리 깎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나이가 들어서 머리 깎고 중이 된 사람을 가리킨다. 요즘은 세상 이치를 남보다 늦게 깨달은 사람이나 남들 보다 뒤늦게 입문을 하거나 성공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쓰이고 있다.

2. 단골

원래 ‘단골’은 우리나라 무속신앙에서 온 말이다. 옛날부터 집안에 재앙이 생기거나 가족 중에 병이 있으면 무당을 불러다 굿을 하거나 제사를 지냈다. 그 때마다 정하여 놓고 부르는 무당을 ‘단골’이라고 하는데, 이를 ‘당골’, ‘당골네’, ‘당골에미’ 등으로도 부른다. 신내림으로 신을 받아 무당노릇을 하는 강신무(降神巫)와 달리 세습(世習)에 의해 사제권을 부여받는 세습무(世習巫)를 가리키는 말이다. 집안 대물림으로 무당이 되고, 정통 굿을 주관하는 사제(司祭)이지만 강신무와는 달리 영력이 없고 신단도 없으며, 주로 신에게 기원을 올리는 무당이다.

단골들은 무속상의 제도적 조직인 ‘단골판’을 가지고 있다. 단골판은 단골이 관할하는 일정구역으로 단골 하나가 관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단골 상호간에 그 소유권을 인정하는 조직체계가 확립되어, 단골은 그가 관할하는 단골판 안에서 그 권한이 인정된다. 단골은 단골판 안에 사는 주민인 신도들의 굿을 해주고, 주민들은 단골에게 봄과 가을에 보리와 벼를 준다. 이미 단골이 정해진 단골판에는 다른 단골이 들어가서 굿을 할 수 없으며, 남의 단골판에 들어가 몰래 굿을 하다가 들키게 될 경우는, 무구(巫具)를 빼앗기고 심한 매를 맞는 등 단골 상호간의 엄격한 규제가 존재했다. 또한, 단골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갈 때는 단골판을 다른 단골에게 팔고 가며, 이사 간 곳에서 새로이 단골판을 사야 굿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정에 의하여 본인이 굿을 하지 못할 경우에 일정기간을 정하여 다른 단골에게 단골판을 전세 놓기도 했다.

단골 집단은 가족 단위로 한 무계 조직을 형성하게 되므로, 여자는 결혼 전에 무(巫)와 전혀 관계가 없었더라도 결혼을 하여 시가(媤家)의 굿을 계승하여 활동하였다. 세습무들은 대개 부부가 짝을 이루거나 가족·친지들이 모여 굿을 한다. 여자 무당은 무당굿에서 굿을 직접 집전하는 사제자 역할을 담당하고, 남자 무당은 무악을 반주하거나 민속 예능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큰 굿이 있을 경우나 타 지역 단골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 자신의 단골판을 벗어나 타 지역 단골판으로 이동하여 연합으로 굿을 행사하기도 했다.

현재 ‘단골’은 무속과는 무관하게 ‘단골손님’ ‘단골장사’ ‘단골집’ 등으로, 늘 정해놓고 거래하는 집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상거래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고수레

요즘은 보기 힘든 풍경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 어른들이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조금 떼어 ‘고수레’ 또는 ‘고시레’ 하면서 허공에 던지는 모습을 보곤 했다. 음식을 먹거나 무당이 푸닥거리를 할 때, 혹은 고사를 지낼 때 귀신에게 먼저 바친다는 뜻으로 음식을 조금 떼어 던지며 외치는 소리라고 한다. 이것은 어떤 의미의 행위이고 언제부터 하기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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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레의 유래를 설명하는 이야기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고수레는 곡식의 신인 고씨(高氏)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다. 음식을 먹기 전에 곡식을 담당하는 고씨에 대해 먼저 예를 차린다는 데서 고씨례(高氏禮)라 했고, 이것이 곧 ‘고수레’가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로, 고씨(高氏)라는 성을 가졌던 여인의 넋을 위로하는 이야기가 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의지할 곳 없는 고씨라는 노파가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호의로 끼니를 이어 가며 연명하고 있었다. 얼마 뒤 고씨 노파가 세상을 떠나자 들일을 하던 사람들은 죽은 고씨 노파를 생각하고 음식을 먹기 전에 첫 숟가락을 떠서 “고씨네!” 하고 허공에 던져 노파의 혼에게 바치게 되었고, 그 뒤로 고수레를 하지 않고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체하거나 재앙을 받게 된다고 믿는 속신(俗信)과 결합되어 전국 도처에 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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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격의 민속은 남아메리카의 페루에서도 조사되었는데, 거기서는 그들의 조상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으로 음식물(술 포함)을 입에 가져가기 전에 대지에 뿌리면서 “대지여, 어머님이시여! 우리에게 훌륭한 열매를 거두게 해 주십시오.” 라고 축원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고수레’도 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의식이다. 먹기 전에 먼저 제물을 바쳐 감사의 뜻을 표현함과 동시에 잡신을 달래어 쫓아내는 민간신앙의 행위인 것이다.

2. 고주망태

‘고주망태’는 ‘고주’와 ‘망태’가 합해진 순우리말이다. ‘고주’는 술이나 기름 등을 짜서 받아 거르는 틀을 말하고, ‘망태’는 새끼 등으로 엮어 만든 그릇으로 ‘망태기’와도 같은 말이다. 즉, 고주망태는 ‘술 거르는 틀 위에 올려놓은 망태’를 뜻한다. 술을 받는 망태는 술에 흠뻑 젖어 망태 전체에서 고약한 술 냄새가 난다. 이렇듯 고주 위에 올려놓은 망태처럼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잔뜩 술에 절어있는 상태 혹은 그런 사람을 고주망태라고 한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멍텅구리

‘멍텅구리’는 바닷물고기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뚝지라고 한다. 멍텅구리는 우리나라 동해안 및 일본에서 많이 난다. 낚시로는 잘 안 잡히며 한국의 특산어종이다. 수경을 쓰고 손으로 움켜잡으면 잡힐 만큼 행동이 민첩하지 못하다. 보통 수심 1백 미터보다 깊은 곳에서 서식하지만 겨울과 초봄에는 연안으로 이동하고 바위틈에 알을 낳는다. 부화할 때까지 수컷이 알을 보호하고 있고, 산란하는 알의 수는 6만 개 정도라고 한다. 멍텅구리는 원래 행동이 느리기도 하지만, 알을 밴 암컷의 경우 움직임이 더 둔해진다. 1990년대만 해도 연안의 크고 작은 바위 틈새에 멍텅구리가 끼어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바위에 끼지 않더라도 워낙 움직임이 느려 사람들이 다가가도 도망을 가지 못한다. 그래서 멍텅구리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판단력이 없어서 옳고 그름을 제대로 분별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꿔 쓸 수 있는 말로는 ‘멍청이’가 있다. 때로는 모양은 없이 엄청나게 양만 많이 들어가는 병을 가리키기도 한다.

2. 개차반

차반은 맛있게 잘 차린 음식이나 반찬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개차반이란 개가 먹을 음식, 즉 똥을 점잖게 비유한 말이다. 그래서 행동을 마구 하거나 성격이 나쁜 사람 또는 물건을 속되게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똥개나 먹을 만한걸 뜻하기에 결코 좋은 뜻은 아니다.

3. 고명딸

고명은 음식의 모양과 맛을 내기 위해서 음식 위에 뿌리는 양념이나 부재료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고명딸이라 함은 아들만 있는 집에 고명처럼 맛을 내주는 딸이라는 뜻으로 딸을 비하하는 의미로 인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본래 "다른 재료들보다 돋보이게 눈에 띈다"라는 의미가 더 강해 남자만 있는 집에 모처럼 태어난 딸을 귀히 여기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 만큼 남존여비(男尊女卑)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역사 속에 태어난 고명딸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나칠 정도로 부모의 총애를 받은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딸이 하나뿐인데 구박만 받는 경우는 아예 고명딸이라고 불러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사회적으로 남녀평등사상으로 고명아들이라는 말은 쓰지 않으면서 딸에게만 별도로 호칭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위화감이나 반감이 확산되면서 \외딸\이나 \장녀\ 등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노년층 위주로 쓰이고는 있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 있는 표준어이다. 그러나 점차 사용 빈도가 줄어들면서 사어(死語)가 되어 가고 있는 단어이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あまど雨戸

あまど雨戸

あまど雨戸

=> (풍우를 막기 위한) 빈지문, 덧문.

あふれる溢れる

あふれる溢れる

あふれる溢れる

=> (가득 차서) 넘치다

◇ 높아진 위상 덕분, 한국인 냄새 걱정 끝

◇ 높아진 위상 덕분, 한국인 냄새 걱정 끝

◇ 높아진 위상 덕분, 한국인 냄새 걱정 끝

그는 경력에 맞는 직장을 얻었고, 근무환경도 좋은 편이었다. 일가족이 차례로 채용되는 횡재도 누렸다. 그런데 결국 살인자가 되었다. 박 사장은 끊임없이 냄새와 선(線)의 서사를 읊조린다.

“그 냄새가 선을 넘지. 가끔 지하철 타면 나는 냄새 있잖아.” 가든파티에서 인디언 코스튬을 입고 열일을 했건만 박 사장이 코를 싸쥐고 열쇠를 요구했을 때 그는 기어이 선을 넘고 말았다. 반지하의 묵은내는 지하철과 포개졌고, 영화 ‘기생충’은 냄새 때문에 인간이 이성을 잃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1657년 런던에서 한 이발사가 냄새 때문에 기소되었다고 한다. 그가 마시는 음료의 ‘기묘한’ 냄새로 이웃은 큰 고통을 받았고 견디지 못한 이웃이 ‘성가심’을 호소했기 때문이었다. 그 음료는 커피였다. 이발사가 아니라 남작이 마셨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터. 묵은 냄새뿐 아니라 커피향도 이렇듯 인간의 이성을 잃게 만든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에 사회문화적 편견이 작용하는 사례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요즘이야 커피는 특유의 향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나는 커피향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커피를 파는 다방에서 나는 냄새 때문이었다. 커피향과 쌍화차와 라면 냄새가 어우러진 시골다방에서 다방레지를 보게 되었다. 레트로풍의 잔에 담긴 커피를 보고 있노라면 반사적으로 유년으로 돌아가 쌍화차 냄새와 함께 그녀가 포개진다. 그러나 유럽풍의 커피잔이나 종이컵에 담긴 커피에는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다. 다방레지와 바리스타 사이 사회문화적 간극인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여름철 땀 냄새 때문에 언니에게 더러 야단을 맞았다. 점차 나이를 먹어가며 냄새 때문에 예민하게 신경을 쓴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내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달라졌다. 같이 공부하던 한국 유학생 대부분이 냄새에 예민해져 있었다.

“미국 학생들은 특유의 그 냄새가 나거든. 치즈나 소고기를 먹어서 그런가?”

“우리도 김치를 먹으니까 우리 몸에서도 나지 않을까?”

“마늘 때문에 한국인들 몸에서 마늘 냄새가 날 거야.”

“우리는 못 느끼지만 한국인 특유의 냄새가 난대.”

“그래서 난 김치에 마늘을 안 넣어.”

이야기는 미국 학생들 냄새로 시작해서 항상 김치와 마늘 냄새로 이어지며 자기검열이 이뤄졌다. 다들 몸에서 냄새가 날까봐 전전긍긍했고 스스로 생활을 통제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냄새 염려증이 떠돌고 있었다. 나도 규칙적으로 향수를 사용했다. 나의 한국인 냄새가 선을 넘을까 내심 불안했다. 십년 후 박사 공부를 위해 미국에 갔을 때는 유학생들 사이에 염려증은 거의 없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덕분으로 보인다.

얼마 전 나는 구글에 “한국인 냄새 유전”이라는 검색어를 넣어 보았다.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냄새가 적게 난다는 과학기사가 튀어나왔다. 염려증은 사회문화적으로 소멸되기 시작하여 과학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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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다문화칼럼 함께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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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홍수 등으로 추경예산에 들어갈 돈이 엄청 많은데 국방부는 사병 월급을 또 올린

※코로나, 홍수 등으로 추경예산에 들어갈 돈이 엄청 많은데 국방부는 사병 월급을 또 올린 단다. 배가 산으로 오르는 정책만 계속 쏟아내는 이 정부. 앞날이 안 보인다.

※코로나, 홍수 등으로 추경예산에 들어갈 돈이 엄청 많은데 국방부는 사병 월급을 또 올린 단다. 배가 산으로 오르는 정책만 계속 쏟아내는 이 정부. 앞날이 안 보인다.

◇병사 월급 100만원 시대

1995년 병장 월급으로 1만2000원쯤 받았다. 3000원짜리 자장면 네 그릇 사 먹으면 없어졌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군대였지만 늘 쪼들렸다. 한 동기가 "월급이 20만원만 돼도 살맛 나겠다"고 하자 다른 동기가 "우리 같은 징병제 국가에선 꿈같은 얘기"라고 했다. 2003년에도 병장 월급은 2만5000원 남짓이었다.

▶징병제를 운용하는 나라는 15국 안팎이다. 그중 1인당 GDP가 6만3000달러인 싱가포르의 병장 월급은 50만원을 웃돈다. 이집트와 태국, 브라질 사병은 최저임금의 80% 이상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징병제 국가마다 안보 상황과 병력 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서 월급 수준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한국과 가장 유사한 처지의 국가라면 이스라엘일 것이다. 실제 전쟁 위험에 놓인 것도, 1인당 GDP 수준도 엇비슷하다. 이스라엘의 전투병 월급이 50만원 수준이다. 올해 한국군 병장 월급 54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어제 국방부가 \국방 중기계획\에서 "2025년 병장 월급을 96만30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병사 월급 현실화"라며 100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올해 2조원인 병사 월급 예산을 3조원으로 늘려야 한다. 1조원이 작은 돈인가. 병사 월급 대폭 인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대선 공약이었다. 2016년만 해도 19만7000원이던 병장 월급이 2018년 40만5000원으로 두 배로 뛰었다. 그걸 또 두 배로 올린다는 것이다. \따따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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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2018년 국방 개혁 보고를 통해 21개월이던 군 복무 기간을 2021년 18개월로 줄인다고 했다. 그 결과 62만명이던 국군은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감축된다. 저출산으로 병력은 그냥 있어도 줄어든다. 아무리 무기를 현대화해도 병력은 군 작전의 기본 요소다. 북한 급변 시 안정화 작전에만 26만~40만 병력이 필요할 것이란 연구도 있다. 병력을 유지하려면 복무 기간을 늘려야 하는데도 이 정권은 거꾸로 줄이는 실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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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탈북민 월북 과정이 우리 군 감시 장비에 7차례나 포착됐는데도 군은 북한이 방송할 때까지 까맣게 몰랐다.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병력 감소를 첨단 장비로만 메울 수 없다는 뜻이다. 군대 가야 하는 20대와 부모 입장에서 월급 100만원 주고 복무 기간도 줄여준다는 공약은 솔깃할 수밖에 없다. 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우리 국방에 무슨 도움이 될지는 아무리 계산해봐도 답이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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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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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트로 여행 성지 경주서 신라의 달밤을 즐겨보자

◇ 레트로 여행 성지 경주서 신라의 달밤을 즐겨보자

◇ 레트로 여행 성지 경주서 신라의 달밤을 즐겨보자

‘레트로 여행’이 뜨고 있다. 옛 분위기 아스라한 여행지에서 복고 감성에 빠지는 여행이다. 1970년대, 기껏해야 근대 유산을 내세우는 도시들이 있는데 경북 경주 앞에서는 꼬리를 내려야 한다. 경주에서는 무려 천 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해가 지면 더 좋다. 신라의 달밤으로 가는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마침 경주에서 세계유산축전이 열리고 있다. 은은한 조명이 감싼 문화유산을 감상하고 코로나19 탓에 중단됐던 공연과 달빛기행도 즐길 기회다.

▶ 국가대표 야경 명소

‘월정교’가. 최근 2년 사이 경주를 가보지 않았다면 낯설 법한 문화재다. 그러나 역사는 깊다. 『삼국사기』에도 등장한다. 조선 시대에 전소한 뒤 석축만 남았던 것을 2018년 복원했다. 해가 기울자 월정교의 근사한 자태가 드러났다. 감색으로 물든 하늘, 조명을 받은 월정교 단청과 기둥이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월정교에서 1.4㎞ 떨어진 동궁과 월지로 이동했다. 한 해 160만 명이 찾는 동궁과 월지는 과연 경주의 제1 야경 명소다웠다. 단정한 누각과 소나무 군락이 조명을 받아 연못에 비친 모습이 무척 근사했다. 신라 왕족처럼 산책로를 따라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 백등 들고 선덕여왕 만나볼까

‘경북 세계유산축전’이 8월 30일까지 이어진다. 경북 지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즐기는 축제인데 대부분 야간에 진행된다. 석굴암을 재현한 실내 전시 ‘천년유산전’은 볼 만하다. 실물 크기 본존불을 가운데 두고 보살상, 천부상을 3D 영상으로 구현한 미디어 아트다. 오묘한 색채가 덧입혀진 부처의 미소가 더 신비해 보였다.

미디어 아트 전시실이 있는 노동리 고분군이 세계유산축전의 주 무대다. 대형 고분인 ‘봉황대’ 앞 광장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세계유산축전의 하이라이트는 ‘달빛기행’이라 할 만하다. ㈔신라문화원이 진행하는 상시 프로그램인데 역시 코로나19 탓에 중단된 상태였다. 축전 기간 달빛기행은 콘텐트를 한층 강화했다. 선착순 200명이 소원 적은 백등을 들고 해설사와 함께 3시간 동안 문화재를 둘러본다. 첨성대에서 망원경으로 별을 보고, 석빙고 앞에서 시원한 미숫가루도 마신다. 진병길(57) 신라문화원장은 “첨성대에서는 선덕여왕, 월정교에서는 원효대사 분장을 한 배우가 등장해 더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 왕릉 굽어보며 커피 한 잔

9월 4~6일에는 ‘경주 문화재 야행’이 열린다. 조선 시대 가옥이 남아 있는 ‘교촌마을’에서 전통 공연을 감상하고, 청사초롱·탈 만들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첨성대·동궁과 월지 등 문화재는 오후 11시까지 연장 개방한다. 세계유산축전과 달리 먹거리도 다채롭다. 교촌마을에 푸드트럭이 진을 친다. 최부자 댁에서 화전을 부쳐 먹고,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교동법주도 시음한다.

대형 행사가 아니어도 경주의 밤을 즐기는 방법은 다채롭다. 경주문화원이 매주 토요일 밤 ‘읍성 투어’를 진행하고, 신라문화원은 매주 토요일 밤 서악서원에서 고택음악회를 연다. 두 프로그램 모두 무료로 진행되는 상설 프로그램이다.

▶ 빠뜨려선 안 될 황리단길

대형 고분이 밀집한 대릉원 옆에 ‘황리단길’이 있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식당,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들어찬 골목이다. 지나친 상업화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전국에 허다한 경리단길 아류 골목보다 분위기가 이채로운 건 사실이다. 한국관광공사 이광수 대구경북지사장은 “유명 문화재뿐 아니라 황리단길이 있어 경주의 밤을 즐기는 20~30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지고 골목이 낭만적인 색채로 물들면 루프톱 카페라 젊은이가 몰려든다. 봉긋봉긋 솟은 고분과 기와집의 행렬을 조망할 수 있어서다. 은은한 조명 아래서 커피 마시며 천 년 전 왕릉을 감상할 수 있는 도시가 지구에 또 어디 있을까.

-중앙일보-

◇b"지상 541m 하늘을 걸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b"지상 541m 하늘을 걸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b"지상 541m 하늘을 걸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하늘 위에서 즐기는 이색 체험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하늘에서 즐겨보는 건 어떨까. 화끈하고 시원하게. 하늘 위를 만끽할 고공 체험부터 가슴 뛰는 신상 여행지를 찾았다. 더위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스릴도 두둑이 챙겼다.

▶국내 1, 2위 초고층 빌딩 아슬아슬 고공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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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지상 541m 야외 상공을 걷는 날이 오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타워브리지에서 서울을 내려다보게 되리라는 것도. 지난달 24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가 스카이브리지 투어를 시작했다. 스카이브리지 투어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최상단 루프 양쪽 구조물 사이를 연결한 다리를 건너는 고공 액티비티. 지상 541m 야외 상공에 설치된 이 타워브리지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국내에서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경험했지만 높이만으로 이미 압도당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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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브리지 투어는 117층 스카이스테이션에서 시작한다. 점프 슈트와 등반용 하네스(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안전 교육을 받은 뒤 인솔 직원과 함께 118~120층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지나 최상단 야외 루프로 향했다. 이 공간은 지금까지 일반 관람객에겐 공개하지 않던 곳이다. 이때부터 안전을 위해 하네스와 안전줄을 연결해 이동한다.

타워브리지를 향해 지상 500m 계단을 오르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서서히 높이를 체감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타워브리지 입구.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인솔 직원의 지시에 따라 타워브리지 위에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막상 다리에 올라서자 무섭기보단 짜릿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신이 났다. 발아래 펼쳐지는 서울의 풍경도 새롭게 보였다. 흔들거리는 다리 위에서 눈 감고 뒤로 걷기, 팔 벌려 뛰기, 다리에 걸터앉기 등 아찔한 미션도 거뜬히 성공했다. 스릴의 강도는 상대적이겠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11m 다리 길이가 짧게 느껴졌고 스카이브리지 투어는 기상 악화일과 동절기를 제외한 매주 수요일에서 일요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전망대 입장과 브리지 투어, 사진 촬영과 인화를 포함해 10만원.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초고층 건물이다. 건물 세 곳 중 가장 높은 랜드마크타워는 높이 411.6m, 층수는 101층에 달한다. 국내에선 둘째, 부산에서는 가장 높다. 지난달 17일 문을 연 부산엑스더스카이는 부산에선 최고, 국내에서는 둘째로 높은 전망대다. 엘시티 랜드마크타워 98~100층 3개 층에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전망대를 운영한다.

부산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이 궁금했다. 스카이크루즈라는 이름의 고속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 1층에서 100층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 100층 전망대에 들어서자 탁 트인 하늘과 바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운대해수욕장과 부산의 바다를 한눈에 감상하고 싶다면 만족할 만한 뷰다. 부산을 대표하는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대교, 동백섬부터 부산항대교, 이기대, 달맞이고개와 도심 풍경을 전망대에서 파노라마처럼 즐길 수 있다. 야경을 감상하기에도 그만이다.

이곳에 올라서면 발아래 해운대해수욕장이 아득해 보인다. 바다 위를 걷는 듯, 하늘 위를 걷는 듯 아찔한 투명 다리 위에서 자유롭게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평일·일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11시까지. 입장료 대인 2만7000원, 소인 2만4000원. 이달까지 부산 시민은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흔들흔들 스릴 만점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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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건 출렁다리일까, 내 다리일까. 출렁다리 위에 발을 딛는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래도 가야 했다. 출렁다리의 스릴을 느끼기 위해. 강원도 원주엔 작은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소금산이 있다. 소금산 두 봉우리를 연결한 원주소금산출렁다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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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김수현과 서예지가 아찔한 데이트를 즐겼던 바로 그 출렁다리다. 드라마에서도 아찔해 보였지만 실제로 마주한 출렁다리는 상상 이상으로 길고 높았다. 소금산출렁다리는 길이 200m, 높이 100m. 아파트 40층 높이 정도다. 바닥은 격자형 강철 소재로 구멍이 숭숭 뚫렸다. 주탑이 없는 현수교라 다리는 위아래로 출렁인다. 출렁다리의 스릴이 이만한 곳도 없을 것 같다. 한적한 때를 기다렸다. 사람이 많을수록 다리는 더 많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50m 정도 지나자 적응이 됐는지 주변 풍경도 눈에 들어왔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섬강도 구경하고 소금산 경치도 눈에 담는다. 흔들다리를 건너면 이어지는 스카이워크 브리지에선 출렁다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입장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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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 만점 출렁다리가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하면서 지역마다 경쟁하듯 출렁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더 높고, 더 길게, 더 짜릿하게. 올해 3월 문을 연 전북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는 길이 270m, 높이 75~90m. 국내 무주탑 현수교 중 가장 길다. 국도 24호선으로 나뉜 적성 채계산과 동계 채계산 두 산등성이를 잇는다. 채계산 출렁다리는 순창 고추장을 닮은 강렬한 빨간색이 인상적이다. 국도 24호선과 주차장, 전망대 등에서도 눈에 띈다.

다리를 건너기도 전에 예고편으로 채계산 출렁다리를 여러 번 봤지만 두렵기는 마찬가지. 270m 길이는 상상 이상이다. 채계산 출렁다리도 원주처럼 바닥이 격자로 만들어져 발아래가 훤히 보인다. 다리가 긴 만큼 스릴도 길고 여운도 길다. 스릴 만점 출렁다리를 찾고 있다면 도전해보길 권한다.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무료.

▶하늘을 걷는다, 두근두근 스카이워크

산에도 강에도 바다에도 경치 좋은 곳마다 아찔한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들어섰다. 스카이워크도 변화하고 있다. 더 높고 새롭게, 더 짜릿하게. 충북 단양 만천하스카이워크는 해발 320m 만학천봉 정상에 들어섰다. 스카이워크는 높이 25m 거대한 알 모양의 독특한 구조물이다. 나선형 보행로를 따라 꼭대기까지 오르며 소백산과 남한강, 단양 시내를 자연스레 눈에 담을 수 있다.

스카이워크 전망대엔 세 갈래 하늘길이 있다. 전망대 밖으로 돌출된 하늘길은 모두 바닥이 투명한 강화 유리로 되어 있어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80~90m 아래는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하늘길 앞에선 포기를 외쳤다.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조차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늘을 걷는 기분은 느끼지 못했어도 독특한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풍경을 감상하는 기분은 색다르다.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입장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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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찔한 스릴을 원한다면 창원짚트랙의 엣지워크에 도전해볼 것. 엣지워크는 경남 창원 99타워 94m 지점 외부에 설치된 62m 둘레 난간을 따라 걷는 체험이다. 안전줄을 착용하고 있어도 상당한 높이와 공포를 이겨내야 한다. 발아래는 출렁이는 바다다. 그러나 하늘 위를 나는 기분과 자유를 경험할 수 있다. 조교의 시범에 따라 난간 위에서 손이나 발을 뗀 채 다양한 포즈를 취한다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연중무휴. 이달까지 창원시 통합 10주년 기념으로 평일 3만6000원, 주말·공휴일 4만원 할인 가격으로 체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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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미국 사우스타코타주 러시모어산 석상

◇ 미국 사우스타코타주 러시모어산 석상

◇ 미국 사우스타코타주 러시모어산 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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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제퍼슨, 루스벨트, 링컨… 18m 크기의 큰바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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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권 안에는 네 명의 대통령상이 실려 있어요. 미국 중북부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Mount Rushmore)에 조각된 미국 전직 대통령 4인의 석상이지요. 석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왼쪽부터 조지 워싱턴(1대·1732~1799), 토머스 제퍼슨(3대·1743~1826), 시어도어 루스벨트(26대·1858~1919), 에이브러햄 링컨(16대·1809~1865)의 얼굴이 보여요. 워싱턴은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오늘날 미국을 건국한 초대 대통령이고, 링컨은 흑인 노예 해방을 선언한 대통령으로 유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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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제퍼슨은 미국 역사상 최대 영토를 사들인 대통령이에요. 그는 1803년 캐나다 국경에서 미국 동남쪽 멕시코만(灣)에 이르는 광대한 중부 지역을 프랑스로부터 1500만달러에 사들였는데, 그 영토가 얼마나 컸던지 현재 미국 50주 중 15주가 당시 제퍼슨이 사들인 범위에 포함돼요. 212만㎢에 달하는 국토를 한꺼번에 확보한 덕에 훗날 그 후손들이 서부 태평양 연안까지 진출하는 초석이 되었으니 미국인들이 사랑할 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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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새겨진 시어도어 루스벨트도 미국의 확장에 도움을 주었어요. 그는 1901년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미국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모두 장악하려면 두 바다를 잇는 파나마운하를 건설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죠. 파나마운하는 그가 퇴임한 뒤에야 완공되었지만, 그의 공헌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A man A plan A canal Panama(한 사람이 있었고, 하나의 계획이 있었고, 운하가 탄생했고, 그것은 파나마)란 유명 문구 속 A man이 루스벨트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해요. 참고로 이 영어 문장은 소주 만 병만 주소처럼 뒤에서 읽어도 똑같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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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약 1750m에 달하는 러시모어산 정상 부근에 이토록 거대한 조각을 남긴 사람은 누구일까요? 미국의 조각가 거츤 보글럼(Borglum·1867~1941)입니다. 사우스다코타주로부터 작업 요청을 받고 적당한 공간을 물색하던 보글럼은 동남향이라 늘 햇볕이 잘 드는 러시모어산 암벽이 맘에 쏙 들었습니다. 작업은 1927년부터 1941년까지 14년간 작업자 약 400명이 참여하는 가운데 이뤄졌지요. 다이너마이트로 바위를 부순 뒤 얼굴 형상을 잡고 드릴과 정으로 세부 조각을 해나갔어요.

청년 시절 로댕에게서 조각을 배우기도 했던 그는 미국적 정신을 표현하는 대형 작품을 남기려고 했답니다. 흔히 규모가 크면 아름다움이 떨어진다고 말하는데, 얼굴 크기가 건물 6층 높이(18m)에 달하는 데도 불구하고 매우 섬세합니다. 특히 눈동자의 검은자위는 음각으로 그늘지게 하고, 그 안의 수직 기둥을 새겨 마치 동공에 맺힌 빛처럼 하얗게 보이게 한 효과는 백미예요.

보글럼은 공사 기간 자금난, 인력난, 여론의 비난 등 숱한 악재를 겪었지만 공사를 멈추지 않았어요. 당시 그는 "얼굴은 이미 산에 있다. 내가 할 일은 그것이 드러나게 하는 것뿐"이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보글럼은 1941년 3월 완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곁에서 조각을 돕던 아들 링컨 보글럼이 작업을 이어받아 그해 10월 완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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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모어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에 연설을 하면서 다시 주목받았어요. 이곳은 원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땅이었고, 1980년 미국 대법원이 미국 정부는 원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해요. 이곳에서 우리는 오늘날 미국을 만든 네 사람의 커다란 얼굴과 한 사람의 집념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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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