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9일 화요일

등고자비登高自卑 -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시작한다.

등고자비登高自卑 -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시작한다.

등고자비(登高自卑) -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시작한다.

오를 등(癶/7) 높을 고(高/0) 스스로 자(自/0) 낮을 비(十/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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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기초가 튼튼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높은 高臺廣室(고대광실)이라도 구조물의 무게를 받치기 위한 밑받침이 허술하면 砂上樓閣(사상누각)이다. 기초를 다지려면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란 속담이 잘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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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나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로 단번에 만족할 수 없다는 ‘첫술에 배부르랴’란 깨우침도 있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登高) 낮은 곳부터 시작해야 한다(自卑)는 이 성어도 똑 같은 뜻을 가졌다. 일을 순서대로 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고 높은 지위에 올랐을 때는 겸손해야 함을 이르기도 한다. 여기서 스스로 自(자)는 ‘~로부터‘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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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孔子(공자)의 손자 子思(자사)의 저작이라는 ‘中庸(중용)’이다. 동양 철학의 중요한 개념을 담은 四書(사서)의 하나다. 15장에 실린 내용을 옮겨보면 이렇다. ‘군자의 도란 말하자면 먼 곳을 갈 때 반드시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고,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君子之道 辟如行遠必自邇 辟如登高必自卑/ 군자지도 비여행원필자이 비여등고필자비).’ 辟는 임금 벽, 피할 피, 비유할 비의 뜻이 있고 邇는 가까울 이. 함께 나온 行遠自邇(행원자이)도 시작이 중요하다는 같은 뜻의 성어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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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의미의 가르침은 ‘孟子(맹자)’에도 나온다. 유학의 도에 대한 추구는 아래서부터 단계적이고 쉼 없는 노력을 통해 점진적인 성취를 이뤄야한다고 가르친다. ‘물을 관찰할 때는 반드시 물결을 보아야 한다(觀水有術 必觀其瀾/ 관수유술 필관기란)’, ‘흐르는 물은 빈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나아가지 않는다(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유수지위물야 불영과불행)’란 구절로 盡心(진심) 상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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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子(노자)의 ‘道德經(도덕경)’에는 더 알아듣기 쉽게 말한다. ‘아름드리 나무도 붓털 같은 새싹에서 자라고, 구층 높은 집도 삼태기 흙부터 쌓고,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한다(合抱之木 生於毫末 九層之臺 起於累土 千里之行 始於足下/ 합포지목 생어호말 구층지대 기어누토 천리지행 시어족하).’ 64장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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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기초 대비를 하지 않아 일어나는 대형 사고는 말할 것도 없이 인재라고 욕을 먹는다. 거기에 더해 벼락출세를 한 위인이나 급작스럽게 부를 거머쥐게 된 일부 졸부와 재벌 2세 등이 저지르는 갑질 행태는 밑바닥 고생을 해서 이룬 것이 아니기에 眼下無人(안하무인)이다. 어디서나 기본을 충실히 하면 높이 돼도 무너지지 않고 자만하지도 않는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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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욕부중忍辱負重 - 치욕을 참아가며 중대한 책임을 지다.

인욕부중忍辱負重 - 치욕을 참아가며 중대한 책임을 지다.

인욕부중(忍辱負重) - 치욕을 참아가며 중대한 책임을 지다.

참을 인(心/3) 욕될 욕(辰/3) 질 부(貝/2) 무거울 중(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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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刃/ 인)을 다스리는 마음이 참을 忍(인)이란 글자다. ‘참을 인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는 말은 그만큼 참는 것이 어렵다는 말도 되고 앞으로의 큰일을 위해 눈앞에 닥친 치욕을 잘 참았을 때 성공한다는 뜻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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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갚기 위해 섶에서 자고 곰쓸개를 핥는 臥薪嘗膽(와신상담) 뿐만 아니다. 百忍堂(백인당)으로 알려진 唐(당)나라 張公藝(장공예)는 9대가 화목한 九世同堂(구세동당)을 이뤘고, 큰 뜻을 품은 韓信(한신)은 가랑이 사이를 기어나가 受袴下辱(수과하욕)도 이겨냈다. 한 때의 욕되는 것을 참아(忍辱) 무거운 책임을 진다(負重)는 이 성어도 같은 부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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陳壽(진수)의 정사 ‘三國志(삼국지)’에 유래가 있다. 蜀漢(촉한)의 劉備(유비)는 의형제인 關羽(관우)가 吳(오)나라의 협공에 빠져 참수되자 충격을 받았다. 복수를 위해 전쟁 준비를 하는 중 張飛(장비)도 암살된다. 諸葛亮(제갈량), 趙雲(조운) 등 중신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유비는 군사를 일으켜 오를 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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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라 孫權(손권)은 화친을 청했지만 거절당하자 38세의 陸遜(육손)을 대도독에 임명하고 5만의 병력을 주어 방어하게 했다. 유비가 長江(장강) 남쪽 夷陵(이릉) 지역 600여 리에 걸쳐 병영을 설치했을 때, 오의 선봉에 있던 孫桓(손환)이 포위됐다고 육손에게 구원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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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할 수 있다며 구원병도 보내지 않고 촉의 군대와 전투도 하지 않자 육손의 휘하에 있던 노장들은 부글부글했다. 육손이 장수들을 소집하고 검을 쥐며 말했다. ‘내 비록 서생이지만 주상의 명을 받았소. 나에게서 취할 부분이 있어 능히 굴욕을 참고 중요한 임무를 맡을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오(以僕有尺寸可稱 能忍辱負重故也/ 이복유척촌가칭 능인욕부중고야).’ 군령을 따르라고 훈시하자 진정이 됐고 7, 8개월을 기다리다 촉의 군대가 지쳤을 때 화공으로 대승했다. 이 싸움이 赤壁(적벽), 官渡(관도)와 함께 삼국지 3대 대전으로 꼽히는 이릉전투이다. 吳書(오서) 육손전에 실려 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대교약졸大巧若拙 - 훌륭한 기교는 마치 서투른 듯하다.

대교약졸大巧若拙 - 훌륭한 기교는 마치 서투른 듯하다.

대교약졸(大巧若拙) - 훌륭한 기교는 마치 서투른 듯하다.

큰 대(大/0) 공교할 교(工/2) 같을 약(艹/5) 졸할 졸(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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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니를 가진 호랑이는 뿔이 없다’란 속담이 있다. 뿔이 있으면 이빨이 없다는 角者無齒(각자무치)와 같다. 세상에 완전이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소크라테스도 말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 그것은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대철학자보다 속이 덜 찬 사람은 자신이 다 아는 듯 거들먹거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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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難得糊塗(난득호도)란 성어대로 무궁무진하게 재주가 많은 사람이 없는 체 바보처럼 굴기는 어렵다고 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아주 훌륭한 기교(大巧)는 도리어 서투른 것 같이 보인다(若拙)는 성어에 닿는다. 아주 교묘한 재주를 가진 사람은 그 실력을 자랑하지 않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서툴기 짝이 없다는 의미도 되는 이 성어는 老子(노자)의 말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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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德經(도덕경)’ 45장 洪德章(홍덕장)에 실린 이 말과 함께 비슷하게 다른 좋은 말도 많다. ‘가장 완전한 것은 마치 모자란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써도 부서지거나 닳지 않아 그 쓰임이 끝남이 없다(大成若缺 其用不弊/ 대성약결 기용불폐), 넘칠 듯 가득 찬 것은 마치 빈 것 같으나 아무리 써도 끝이 없다(大盈若沖 其用不窮/ 대영약충 기용불궁), 아주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아주 교묘한 것은 서투른 것 같고, 아주 말 잘하는 것은 말더듬는 것 같다(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대직약굴 대교약졸 대변약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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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莊(노장)사상의 다른 축인 ‘莊子(장자)’의 胠篋(거협, 胠는 겨드랑이 거, 篋은 상자 협)편에는 비슷한 이야기지만 더 극단적인 주장을 편다. 고대 중국 음악의 달인 師曠(사광), 십리 밖의 사물도 보는 밝은 눈의 離朱(이주), 최고의 장인 工倕(공수, 倕는 무거울 수) 등의 뛰어난 재주를 모두 없애야 세상 사람들은 본래의 솜씨를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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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위적인 기교를 완전히 부정하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갔을 때 ‘천하 사람들은 비로소 진정한 기교를 지닐 수 있으니 큰 교묘함은 마치 서투르게 보인다(而天下始人有其巧矣 故曰大巧若拙/ 이천하시인유기교의 고왈대교약졸)’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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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고수는 재주를 자랑하지 않고, 완벽을 드러내지 않는다. 말을 투박하게 하더라도 진정성을 담아 전달하면 웅변가다. 청산유수같이 말을 잘 하고 목소리 큰 사람이 둘러대기도 잘 하는 것을 주위에서 자주 본다. 불리한 사항에 대해 신랄하게 공격했던 일이 반대로 자기에게 해당될 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입을 싹 닦고 말을 바꾼다. 어느 때나 변하지 않고 진심이 드러날 때 모두가 승복한다.\xa0/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계요등】

【계요등】

【계요등】

열매나 잎, 줄기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므로 붙여진 이름. 아래 사진의 둥근모양은 개화 직전의 봉오리 모습 같습니다.

꽃은 저렇게 아름답지만 고약한 냄새를 풍기니 누가 좋아 할까요?

열매는 녹색에서 서서히 노란색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냄새는 더욱 고약합니다.

▷ 학명 : Paederia scandens

▷ 분류 : 꼭두서니과

▷ 분포지역 : 한국(제주·전남·전북·충남·경북·경기)·일본·타이완·

▷ 서식장소 : 산기슭 양지바른 곳이나 바닷가 풀밭

▷ 특징 : 구렁내덩굴·계각등이라고도 한다. 산기슭 양지바른 곳이나 바닷가 풀밭에서 자란다. 길이 5∼7m이다. 어린 가지에 잔털이 나고 독특한 냄새가 난다.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이거나 달걀처럼 생긴 바소꼴이며 길이 5∼12cm, 나비 1∼7cm이다. 끝은 뾰족하고 밑부분은 심장 모양이거나 수평이다.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뒷면에 잔털이 있거나 없으며 잎자루는 길이 1∼6cm이다

기여폐사棄如敝屣 - 헌 짚신과 같이 버리다.

기여폐사棄如敝屣 - 헌 짚신과 같이 버리다.

기여폐사(棄如敝屣) - 헌 짚신과 같이 버리다.

버릴 기(木/8) 같을 여(女/3) 옷해질 폐(攵/8) 신 사(尸/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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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으로 만든 짚신은 기능성 신발이 쌔고 쌘 오늘날에는 상을 당한 상제들이 신을 때 외에는 구경하기 어렵다. 벼 말린 짚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금방 닳아 헌 신짝 버리듯 한다는 말이 나왔겠다. 하지만 이전에는 삼으로 만든 미투리나 가죽 신발이 귀한만큼 일반 사람들이 많이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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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을 나타내는 말은 많다. 草鞋(초혜), 草履(초리), 扉屨(비구), 芒履(망리) 등이다. 竹杖芒鞋(죽장망혜)라 하여 먼 길을 떠날 때의 아주 간편한 차림새를 이르는 말로 쓰이는데 이는 대지팡이와 짚신이란 뜻이 아니고 미투리를 말하는 麻鞋(마혜)의 잘못이라 한다. 어쨌든 닳은 신발을 버리듯 한다는 이 성어는 유용하게 쓰고서도 아무런 애착이나 미련 없이 내버리는 것을 말한다. 棄如敝履(기여폐리)라고 해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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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國時代(전국시대) 鄒(추)나라 사람인 桃應(도응)이 어느 날 스승인 孟子(맹자)에게 여쭌 내용에서 나온다. 전설상의 舜(순)임금이 천자였을 때 皐陶(고요, 皐는 언덕 고, 陶는 질그릇 도, 사람이름 요)라는 신하가 사법을 담당하는 관리로 있었다. 고요는 법리에 통달하여 형법을 제정했고 감옥을 만든 사람이라 한다. 도응이 만약 순임금의 아버지 瞽瞍(고수, 瞽는 소경 고, 瞍는 장님 수)가 살인을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물었더니 맹자는 지체 없이 체포했을 것이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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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임금이 그 일을 맡았을 때는 어떻게 했을까하고 물으니 대답했다. ‘순임금은 천하 버리기를 헌 신짝처럼 할 것이므로, 몰래 아버지를 업고 도망쳐 바닷가에 살면서 죽을 때까지 즐거워하면서 천하를 잊었을 것이다(舜視棄天下 猶棄敝蹝也 竊負而逃 遵海濱而處 終身欣然 樂而忘天下/ 순시기천하 유기폐사야 절부이도 준해빈이처 종신흔연 락이망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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蹝는 천천히걸을 사인데 짚신이란 뜻도 있다. 竊은 훔칠 절, 濱은 물가 빈, 欣은 기쁠 흔. ‘맹자’ 盡心上(진심상) 편에 실려 있다. 법을 지킬 의무와 인륜을 지킬 의무가 충돌할 때 법을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으면서 사적인 천륜도 지키는 방법을 유가는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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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헌 신짝 버리듯 하는 나라로 북한이 낙인찍혀 있지만 우리 정치계서도 자주 접한다. 정권이 바뀐후 다시 협치를 기대하지만 실망으로 바뀌었고 앞과 뒤의 행동이 다르면 보통 사람들도 욕을 먹는데 나라 일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신의를 지켜야 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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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龍頭蛇尾 -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 처음은 왕성하나 끝이 부진한 현상.

용두사미龍頭蛇尾 -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 처음은 왕성하나 끝이 부진한 현상.

용두사미(龍頭蛇尾) -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 처음은 왕성하나 끝이 부진한 현상.

용 룡(龍/0) 머리 두(頁/7) 긴뱀 사(虫/5) 꼬리 미(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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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머리가 뱀의 꼬리가 된다는 쉬운 비유로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상상의 동물 중 가장 으뜸인 용은 서양에선 악과 異敎(이교)를 상징해 퇴치의 대상이지만 동양에선 신성시된다. 용의 머리는 낙타駝, 뿔은 사슴鹿, 눈은 토끼兎를 닮는 등 모두 9가지 동물들과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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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눈과 긴 수염을 가지고 불이나 독을 내뿜으면 혼비백산하지 않을 동물이 없다. 이런 용의 무서운 머리가 뱀의 가느다란 꼬리로 변한다는 비유는 아주 거창하게 떠들고 나왔지만 결말이 초라하게 되는 일의 따끔한 질책이다. 말만 앞세우고 결과가 따르지 못할 때 이 말을 많이 써서 담당자를 주눅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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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쉬운 성어도 지난 雪上加霜(설상가상)과 같이 宋(송)나라 때의 불서 碧巖錄(벽암록)에 나오니 출전은 심오하다. 圜悟禪師(원오선사, 圜은 두를 환이지만 둥글 圓과 통용)가 완성한 이 책은 선승들의 대표적인 선문답이 수록돼 있다 한다. 龍興寺(용흥사)란 절에 이름난 陳尊宿(진존숙)이란 스님이 있었다. 학인이 와서 질문하면 바로바로 답을 해 주는데 어투가 날카로워 쩔쩔맸지만 사방에서 흠모해 가르침을 구하러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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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승려가 찾아와 말을 주고받는데 갑자기 스님께 ‘할!’ 하고 고함을 친다. 喝은 꾸짖을 갈이지만 참선하는 사람을 인도할 때 질타하는 일종의 고함소리다. 陳尊宿이 깜짝 놀라 ‘내 그대에게 한 번 당했군.’ 하자 기고만장해져 다시 할! 하고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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陳尊宿이 속으로 ‘젊은 승려가 제법 도를 닦은 것처럼 보이지만 깨치지는 못한(似則似 是則未是)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가 아닐까 의심스럽다(只恐龍頭蛇尾)’고 생각했다. ‘그대는 위세는 좋은데 이번에도 할! 하고 나면 다음 마무리는 어쩔 것인가?’ 하고 꾸짖으니 속셈을 드러내게 된 승려는 우물쭈물하며 뱀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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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삼면網開三面 - 그물의 세 면을 열다, 은덕이 모든 사람에게 미치다.

망개삼면網開三面 - 그물의 세 면을 열다, 은덕이 모든 사람에게 미치다.

망개삼면(網開三面) - 그물의 세 면을 열다, 은덕이 모든 사람에게 미치다.

그물 망(糸/8) 열 개(門/4) 석 삼(一/2) 낯 면(面/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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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쥐를 막다른 곳까지 몰아넣으면 ‘궁지에 빠진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대로 해를 입을 수 있다. 성어로는 窮鼠齧猫(궁서설묘, 齧은 깨물 설)라 한다. 최후의 지경에 이르면 약한 자도 마지막 힘을 다하여 반항하기 마련이다. 더 작은 새가 막다른 곳까지 쫓기면 鳥窮則啄(조궁즉탁)이고, 조금 큰 개가 궁지에 몰리면 담을 넘는다는 狗急跳墻(구급도장)이라 하는 등 비슷한 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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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의 전략가 孫子(손자)는 전쟁판에서도 이를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포위된 적군은 한 쪽을 트게 하고, 궁지에 몰린 적은 성급하게 공격하지 않는(圍師遺闕 窮寇勿迫/ 위사유궐 궁구물박)‘ 법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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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나 물고기, 짐승을 잡기 위해 그물을 칠 때 一網打盡(일망타진)하려면 빈틈없이 해야 한다. 사방 중에서 한쪽 그물을 터주는 것이 網開一面(망개일면)이다. 이렇게 하면 稚魚(치어)와 같은 어린 생명은 살려둘 수 있다. 그런데 빙 둘러친 그물을 열어도(網開) 사방의 세 개 면(三面)을 펼쳐 금수가 자유롭게 도망가게 했다면 사냥이 목적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고대 夏(하)나라의 포악한 군주 桀王(걸왕)을 몰아내고 商(상)나라를 일으킨 湯王(탕왕)의 인자함을 말해주는 고사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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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사기)’의 殷(은)본기에 실려 있는 내용을 보자. 물론 상나라와 마지막 도읍 이름을 딴 은나라는 같다. 탕왕이 어느 때 교외로 나갔다가 한 사람이 그물로 새를 잡으며 사면팔방의 모든 것이 다 들어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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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왕이 그 사람에게 ‘세 면의 그물을 거두게 하고는 왼쪽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날아가고, 오른쪽으로 도망가려면 그쪽으로 가게 하도록 축원했다(乃去其三面 祝曰 欲左左 欲右右/ 내거기삼면 축왈 욕좌좌 욕우우).’ 그러면서 명을 따르지 않는 것만 그물에 잡히도록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탕왕의 은덕이 지극하여 짐승에게까지 이른다고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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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너무 각박하게 다그치면 자기 과오를 깨닫기 보다는 원망이 앞서게 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모든 사람이 지탄하는 죽을 죄가 아닌 다음에야 한 쪽을 슬쩍 열어두는 지혜가 있어야 마음으로 승복한다. 모두가 환영하는 舊惡一掃(구악일소)든 積弊淸算(적폐청산)이든 사납게 몰아붙이다 보면 목적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반감만 산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구이지학口耳之學 - 들은 대로 남에게 전하는 학문

구이지학口耳之學 - 들은 대로 남에게 전하는 학문

구이지학(口耳之學) - 들은 대로 남에게 전하는 학문

입 구(口-0) 귀 이(耳-0) 갈 지(丿-3) 배울 학(子-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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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관해 전해지는 좋은 말은 많다.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敎學相長(교학상장), 斅學半(효학반) 등을 이 난에서 소개했다. 이렇게 교육의 깊은 뜻을 생각하지 않고 들은 것을 조금도 자기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채 남에게 전하기만 하는 학문은 제자에게나 스승에게나 도움이 될 수 없다. 귀로 들어가면 곧바로 입으로 나오는(口耳) 학문을 그래서 소인의 학문(之學)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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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惡說(성악설)을 주창한 荀子(순자)는 자신의 몸을 갈고 닦아 덕을 쌓기 위해 배웠던 학문이 변질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배움을 오로지 남을 가르쳐 먹고 살기 위한 생활의 방편으로만 쓴다는 것이었다. 勸學篇(권학편)에서 말한 내용을 보자. "소인의 학문은 귀로 들어가 입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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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과 귀 사이는 네 치밖에 안 되는데, 어찌 일곱 자의 몸을 아름답게 하기에 족하겠는가(小人之學也 入乎耳 出乎口 口耳之間 則四寸耳 曷足以美七尺之軀哉/ 소인지학야 입호이 출호구 구이지간 즉사촌이 갈족이미칠척지구재)." 軀는 몸 구. 즉 순자는 들은 것이나 배운 것을 깊이 새겨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겨를도 없이 즉시 남에게 그대로 전달해 자신의 학문과 지식을 자랑하는 것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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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뜻으로 남긴 孔子(공자)의 "길에서 들은 것을 길에서 그대로 옮기는 것은 덕을 버리는 짓이다(道聽塗說 德之棄也/ 도청도설 덕지기야)"라는 말이나 孟子(맹자)의 "사람의 병폐는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는데 있다(人之患 在好爲人師/ 인지환 재호위인사)"고 남 앞에서 아는 체하기를 좋아하는 소인을 꼬집었다. 옛글을 외우고 다음 질문만 기다리는 記問之學(기문지학)이나 외워서 읊기만 하는 記誦之學(기송지학)도 옳은 학문의 태도가 아님은 물론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치망설존齒亡舌存 - 이는 빠져도 혀는 남아있다.

치망설존齒亡舌存 - 이는 빠져도 혀는 남아있다.

치망설존(齒亡舌存) - 이는 빠져도 혀는 남아있다.

이 치(齒/0) 망할 망(亠/1) 혀 설(舌/0) 있을 존(子/3)\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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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나타내는 齒牙(치아)는 어금니까지 전체를 아우른 말이다. 齒(치)는 그칠 止(지) 아래에 이가 나란히 박힌 모양을 한 글자다. 하얀 이와 가지런한 치열을 드러낸 미소는 丹脣皓齒(단순호치), 明眸皓齒(명모호치, 眸는 눈동자 모) 등에서 보듯 미인의 대명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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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생장과 깊은 관계에 있으므로 나이를 높인 年齒(연치)나 노인을 공경하는 鄕黨尙齒(향당상치)란 말에도 쓰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입술과 이, 그리고 혀와의 관계를 단단하고 무른 것에 비유한 교훈적인 말이 많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脣亡齒寒(순망치한)과 함께 이는 빠져도(齒亡) 혀는 남아있다(舌存)는 이 성어가 대표적이다. 齒弊舌存(치폐설존)이라 써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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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강한 힘이라도 부드러움이 이긴다는 柔能制剛(유능제강)의 老子(노자)와 관련이 있다. 사람이 죽으면 굳어져 단단해지지만 부드럽고 연약할 때가 살아있을 때다. 군대도 거칠고 사납기만 하면 승리하지 못한다고 道德經(도덕경)에서 말한다. 이 가르침의 가장 적절한 실례로 이와 혀의 차이를 들어 설명한 것이 ‘說苑(설원)’에 실려 있다. 劉向(유향)이 편찬한 책으로 고대의 제후나 선현들의 행적, 일화 등을 수록했다. 여기엔 노자가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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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常摐(상창, 摐은 칠 창)의 병석을 찾은 노자가 남겨줄 가르침이 없느냐고 여쭸다. 뛰어난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훌륭한 제자 노자는 말씀마다 척척 알아듣는다. 고향을 지나갈 때 수레에서 내려 걸어가라는 스승의 말씀에 고향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높은 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는 종종걸음을 하라는 당부에 어른을 공경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수레서 내린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예의를, 높은 나무는 가장 오래된 나무이므로 조심조심 걸어 윗사람을 존경해야 한다고 알아들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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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이어 입을 벌려 혀와 이가 그대로 있느냐고 물었다. 노자가 혀는 아직 있고 치아는 없다고 대답하니 스승이 그 까닭을 말해보라고 했다. 이에 노자는 ‘혀가 아직 있는 것은 부드럽기 때문이고, 치아가 빠지고 없는 것은 그것이 너무 단단하기 때문입니다(夫舌之存也 豈非以其柔耶 齒之亡也 豈非以其剛耶/ 부설지존야 개비이기유야 치지망야 개비이기강야)’라고 답했다. 敬愼(경신)편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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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6)부터 영구치(9)가 나기 시작한다는 ‘이의 날’이 오늘이다. 오복의 하나라는 이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귀중하고 단단한 이를 소홀하게 다루지 않아야 하는데도 강한 힘만 믿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은 그 힘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정당이나 국가도 우세한 힘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노자의 가르침은 어디에서나 통용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양약고구良藥苦口 -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양약고구良藥苦口 -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양약고구(良藥苦口) -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어질 량(艮-1) 약 약(艹-15) 쓸 고(艹-5) 입 구(口-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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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유익한 약은 먹기에 쓰고, 옳은 행동을 하라고 충고하는 말은 귀에 그슬리기 마련이다. 이런 좋은 말은 좌우명으로서도 많이 쓰인다. 신하의 충언을 귀담아 잘 들은 왕은 훌륭한 군주로 남았고 제멋대로 무시한 왕은 두고두고 욕을 먹었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른 길로 가지 않을 때 쓴 소리를 하여 바로잡아주는 친구는 훌륭하고, 그런 친구를 옆에 두고 그것을 깨닫고 고치는 사람은 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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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는 쓴 약과 쓴 말이 합쳐진 良藥苦口 忠言逆耳(양약고구 충언역이)로 사용돼 대구를 이룬다. 여러 곳에서 등장해 중국에서 옛날부터 전해지던 경구였을 것으로 본다. 가장 유명한 원전으로 삼국시대 魏(위)나라 王肅(왕숙)이 편찬한 "孔子家語(공자가어)"에 공자의 말씀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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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 충성스런 말은 귀에 그슬리지만 행동에는 이롭다(良藥苦於口 而利於病 忠言逆於耳 而利於行/ 양약고어구 이리어병 충언역어이 이리어행)"며 殷(은)나라 湯王(탕왕)은 간언하는 충신이 있었기 때문에 번창했고, 폭군 傑王(걸왕)과 紂王(주왕)은 아첨하는 신하만 있었기 때문에 망했다고 했다.\xa0또 "韓非子(한비자)"에는 "충성스런 말은 귀에는 그슬리지만 밝은 임금이 잘 들으면 큰 공을 이루게 됨을 알 것이다(忠言拂於耳 而明主聽之 知其可以致功也/ 충언불어이 이명주청지 지기가이치공야)"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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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에도 빠지지 않는다. 秦(진)의 폭정에 대항해 일어난 項羽(항우)와 劉邦(유방)이 각축을 벌이다 수도 咸陽(함양)을 유방이 먼저 차지했다. 보물과 미녀에 빠진 유방이 궁에 머물려고 하자 용장 樊噲(번쾌, 樊은 울타리 번, 噲는 목구멍 쾌)가 만류해도 듣지 않으므로 지장 張良(장량)이 나서 간언을 했다. 여기선 "독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毒藥苦於口 而利於病/ 독약고어구 이리어병)"로 되어 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방이 받아들여 통일을 완수할 수 있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