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9일 화요일

각주구검刻舟求劍 - 강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표시해 구하다.

각주구검刻舟求劍 - 강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표시해 구하다.

각주구검(刻舟求劍) - 강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표시해 구하다.

새길 각, 배 주, 구할 구, 칼 검

잃어버린 칼을 뱃전에 새긴 뒤 기슭에 와서 찾는다는 뜻으로 세상일에 어두워 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楚(초)나라 때 한 젊은이가 나룻배로 揚子江(양자강)을 건너고 있었다. 배가 강의 한가운데쯤 왔을 때 가지고 있던 칼 한 자루를 잘못 강에 빠뜨리고 말았다.\xa0

칼을 찾으려면 당연히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건져 올리든지 아니면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갈 길이 바빴던 젊은이는 당황하지 않고 주머니칼을 꺼내 아까 빠뜨린 자리의 뱃전에 표지를 새겼다(刻舟). 배가 강기슭에 닿자 젊은이는 그제야 배에서 뛰어내려 아까 표시를 해둔 곳 주위로 칼을 찾기 시작했다(求劍). 강 한가운데 떨어진 칼이 배를 따라 기슭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은 뻔한 일인데도 젊은이는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표시한 곳에 칼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종일 찾았지만 허탕 쳤다. 주위 사람들에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손가락질만 받았다.

‘呂氏春秋(여씨춘추)’의 愼大覽 察今篇 (신대람 찰금편)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 책은 秦始皇(진시황)의 생부로 알려져 있는 呂不韋(여불위)가 3000여 명이나 되는 빈객들의 학식을 모아 편찬한 것으로 전국 말기의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이 책이 완성되자 여불위는 한 자라도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천금을 현상하면서 찾아보라 하면서 내용이 완벽 하다는 것을 자부했다. 一字千金 (일자천금)이란 성어로 남겨진 유명한 일화다.

조선 후기 학자 趙在三(조재삼)이 쓴 ‘松南雜識(송남잡지)’에도 까마귀가 먹다 남은 고기를 땅에 묻은 뒤 구름으로 기억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역시 어리석은 행동을 비웃는 말이다. /\xa0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노어해시魯魚亥豕 - 비슷한 글자를 잘못 쓰거나 읽는 일

노어해시魯魚亥豕 - 비슷한 글자를 잘못 쓰거나 읽는 일

노어해시(魯魚亥豕) - 비슷한 글자를 잘못 쓰거나 읽는 일

노나라 로(魚/4) 고기 어(魚/0)돼지 해(亠/4) 돼지 시(豕/0)

\xa0

노나라 로(魯)자와 고기 어(魚)자를 잘못 쓰거나, 돼지라는 뜻의 亥(해)자와 豕(시)자를 잘못 읽는 일은 인쇄술이 발달한 오늘날엔 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 죽간, 목판에 새길 때 실수가 자주 있었던 모양이다.

\xa0

글자 모양이 서로 비슷하여 잘못 쓰거나 읽어서 틀리기 쉽다는 말이 전해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거기에 잘못 알고 글자가 틀려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도 가리키게 됐다. 요즘의 출판이나 신문 제작에 교열, 교정을 필수로 두고 있는 것도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함이다. 사소한 잘못 하나라도 역사가 되는 신문에선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xa0

秦始皇(진시황)의 생부로 알려졌고 정치가이자 대상인이었던 呂不韋(여불위)가 편찬한 ‘呂氏春秋(여씨춘추)’에 이 성어가 나온다. 孔子(공자)의 제자 子夏(자하)가 晉(진)나라로 가는 길에 누군가가 역사책을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들어보니 ‘진나라 군대가 진을 칠 때 돼지 세 마리로 황하를 건넜다(晉師伐秦 三豕渡河/ 진사벌진 삼시도하)’라는 뜻으로 잘못 풀이하는 것이 아닌가.

\xa0

이에 자하는 三豕(삼시)가 아니고 己亥(기해)라고 바르게 고쳐줬다. 그러면서 몸 기(己)와 석 삼(三)자가 모양이 비슷하고, 돼지 시(豕)자와 돼지 해(亥)자도 닮아 잘못 읽기 쉽다고 했다. 己亥는 옛날 사람들이 60갑자로 날짜를 표시하는 것이므로 ‘기해 날에 강을 건넜다(己亥渡河/ 기해도하)’로 되는데 잘못 읽은 것이다. 진나라에 가서 다시 알아보니 ‘진나라 군대가 기해년에 황하를 건넜다’라고 되어 있었다. 六論 察傳篇(육론 찰전편)에 실려 있다.

\xa0

어떤 사항을 옮길 때 어중간하게 아는 말로 하면 자칫 망신을 당하기 쉽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 외에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가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잘못된 정보가 진실인양 인식될 우려가 크다. 눈 깜짝할 새 퍼지는 이들의 영향력은 한곳에서 잘못 인용한 것이 순식간에 진실이 된다. 보도경쟁이 과열돼 사안의 본질과 동떨어진 선정적 기사,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를 쏟아내 우려를 자아냈다. 잘못된 보도라도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참초제근斬草除根 - 풀을 베고 그 뿌리를 뽑아 버리다.

참초제근斬草除根 - 풀을 베고 그 뿌리를 뽑아 버리다.

참초제근(斬草除根) - 풀을 베고 그 뿌리를 뽑아 버리다.

벨 참(斤/7) 풀 초(艹/6) 덜 제(阝/7) 뿌리 근(木/6)

\xa0

농작물을 재배할 때 애써 가꾸는데도 잘 자라지 않는 반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잡초는 왕성하게 자란다. 이 불청객도 살기 위해 나왔겠지만 애지중지하는 작물의 성장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병균과 벌레의 서식처나 번식처가 되기도 한다. 보이는 족족 뽑아야 작물이 바로 자란다. 그래서 ‘풀을 베면(斬草) 뿌리를 없이하라(除根)’는 속담과 똑같은 이 성어가 나왔다.

\xa0

걱정이나 재앙이 될 만한 일을 없애려면 그 근본부터 없애야 한다는 말에서 무슨 일이든 일을 하려면 철저히 해야 한다는 말을 뜻하기도 한다. 물은 근원을 끊고 나무는 뿌리를 없앤다는 拔本塞源(발본색원)과 쓰임새가 같다.

\xa0

左丘明(좌구명)이 春秋(춘추)를 주석한 ‘左氏傳(좌씨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약소국 鄭(정)나라가 이웃 연합국의 침공을 받았을 때 陳(진)나라 桓公(환공)은 도움을 요청받고서도 힘없는 나라는 두렵지 않다며 무시했다. 그러면서 쪽박 깨는 식으로 정나라를 공격하기도 했는데 2년 후에는 국력을 정비한 정나라가 도리어 진나라에 큰 피해를 입혔다. 진나라가 패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웃 나라들은 자업자득이라며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xa0

후세 사람들은 ‘선한 일은 놓쳐선 안 되고 악한 일은 키워선 안 된다(善不可失 惡不可長/ 선불가실 악불가장)’고 하며 악을 키우면서 고치지 않으면 곧 화가 자기에게 돌아오는 법이라고 했다. 周(주)나라의 대부 周任(주임)도 이런 말을 남겼다.

\xa0

‘국가를 다스리는 자는 악한 일을 보면 농부가 열심히 김을 매듯 해야 한다. 잡초를 모두 뽑아 한 쪽에 쌓아두고 뿌리를 뻗지 못하게 해야 심어서 좋은 것이 잘 자라게 된다(爲國家者 見惡如農夫之務去草焉 芟夷蘊崇之 絶其本根 勿使能殖 則善者信矣/ 위국가자 견악여농부지무거초언 삼이온숭지 절기본근 물사능식 즉선자신의).‘ 芟은 풀벨 삼, 蘊은 쌓을 온.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여름새우난초】

【여름새우난초】

【여름새우난초】

희귀식물에 등록된 여름새우난초입니다.

줄기(=위구경)의 모양이 새우의 등과 같이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유사종으로 새우난초, 섬새우난초, 한라새우난초, 큰새우난초, 금새우난초 등이 있는데 꽃의 크기나 색깔로 분류합니다.

▷ 학명 : Calanthe reflexa Maxim.

▷ 분류 : 난초과

▷ 분포지역 : 한국(제주도 서귀포시), 일본, 중국, 대만

▷ 서식장소 : 숲속

▷ 특징 : 뿌리 줄기는 짧고 비늘줄기와 비슷하며 잎이 나와서 원줄기처럼 서고 높이 40cm 정도이다. 잎은 긴 타원형이고 세로주름이 지며 끝이 뾰족하고 길이 10∼30cm, 나비 3∼8cm이다. 꽃은 8월에 피고 연한 홍자색이며 길이 20∼40cm의 윗부분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3개이며 옆갈래조각은 젖혀진다. 꽃잎은 좁고 입술꽃잎은 3개로 갈라지며 꽃받침조각과 길이가 비슷하다. 가운데의 갈래조각은 다소 크고 가장자리가 다소 물결 모양이며 꿀주머니가 없다. 관상용으로 이용한다. 한국(제주)·일본에 분포한다.

슬견외경蝨犬畏敬 - 이나 개의 목숨도 소중히 여기다.

슬견외경蝨犬畏敬 - 이나 개의 목숨도 소중히 여기다.

슬견외경(蝨犬畏敬) - 이나 개의 목숨도 소중히 여기다.

이 슬(虫/9) 개 견(犬/0) 두려워할 외(田/4) 공경 경(攵/9)

\xa0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나 막일을 하는 사람이나 생명은 하나뿐이니 가치는 똑 같다. 심지어 조그만 해충 이(蝨)나 주변에 흔히 기르는 개(犬)의 목숨도 똑 같이 소중히 여긴다(畏敬)는 것이 이 말이다. 이 소중한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자살하는 사람들이다. 성서에서도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마태복음)고 했지만 자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xa0

이 성어는 고려시대 문호 李奎報(이규보)의 ‘東國李相國集(동국이상국집)’에 실려 있는 수필 ‘虱犬說(슬견설, 虱은 蝨과 같은 이 슬)’에 나온다. 고전번역원의 한역을 토대로 간단히 추려보면 이렇다. 한 사람이 찾아와 길거리서 개를 잡는 모습을 보았다며 그 모습이 참혹하여 앞으로는 개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xa0

白雲居士(백운거사, 이규보 아호)가 답하길 화로를 끼고 이를 잡는 어떤 사람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 자기는 다시 이를 잡지 않겠다고 했다. 그 사람이 미물과 큰 동물을 동일시하여 말하니 놀리는 것이라고 화를 냈다. 그래서 타이른다.

\xa0

‘무릇 혈기가 있는 것은 사람으로부터 소 말 돼지 양 곤충 개미에 이르기까지 삶을 원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마음은 동일한 것이네(凡有血氣者 自黔首至于牛馬猪羊昆蟲螻蟻 其貪生惡死之心/ 범유혈기자 자검수지우우마저양곤충루의 기탐생오사지심).’ 그러면서 물러나서 달팽이 뿔을 쇠뿔과 같이 보고 메추리를 큰 붕새처럼 같이 보게 되면(視蝸角如牛角 齊斥鷃爲大鵬/ 시와각여우각 제척안위대붕) 도를 논의하자고 말했다. 鷃은 메추라기 안.

\xa0

만물은 크기나 겉모습, 인간에 대한 이로움과 해로움과는 상관없이 모두 근원적으로 동일한 존재라고 인식한 사상은 菜根譚(채근담)의 ‘쥐를 위해 항상 밥을 남겨두고, 나방을 위해 등불을 켜지 않는다(爲鼠常留飯 憐蛾不點燈/ 위서상류반 연아부점등)고 한 말과 통한다. 또 박애주의 성인 슈바이처가 여름밤 램프 밑에서 일할 때 많은 벌레가 날개가 타서 책상위에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 보다 차라리 창문을 닫고 무더운 공기를 호흡했다는 것과 같다.

\xa0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을 버리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1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노인의 자살이 높은 것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이 열악하여 시스템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기원전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말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도 있다. 죽고 난 뒤엔 아무 것도 바랄 수가 없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해옹호구海翁好鷗 - 바닷가 노인이 갈매기를 좋아하다.

해옹호구海翁好鷗 - 바닷가 노인이 갈매기를 좋아하다.

해옹호구(海翁好鷗) - 바닷가 노인이 갈매기를 좋아하다.

바다 해(氵/7) 늙은이 옹(羽/4) 좋을 호(女/3) 갈매기 구(鳥/11)

\xa0

해안과 조수가 밀려드는 강 하구서 군무를 펼치는 갈매기,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고 깨우쳐주는 갈매기(리처드 바크). 그런데 바닷가에 사는 노인(海翁)이 갈매기를 좋아한다(好鷗)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 갈매기를 좋아해주면 따르지만 흑심을 가지고 다가가면 미물이라도 그것을 알고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列子(열자)’의 고사에서 나왔다.

\xa0

열자는 성이 列(열)이고 이름은 禦寇(어구)인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사상가다. 老子(노자), 莊子(장자)와 함께 道家(도가)의 주요 경전으로 치는 열자는 후세에 많이 가필한 것이라지만 주옥같은 내용들로 無爲(무위)의 도를 따르고 자연에 순응하라는 유익한 가르침을 준다.

\xa0

黃帝(황제)편에 실려 있는 내용을 보자. ‘바닷가에 사는 한 사람이 갈매기를 무척 좋아했다. 매일 아침 바닷가로 나가 갈매기들과 어울려 놀았는데 많을 땐 200마리가 넘게 모여들었다.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갈매기들이 너를 잘 따른다고 하니 자신도 갖고 싶다면서 잡아오도록 부탁했다. 아들이 다음 날 아버지의 청을 들어주기 위해 바닷가로 나갔으나 갈매기들은 그의 머리 위만 맴돌 뿐 내려오지 않았다(明日之海上 漚鳥舞而不下也/ 명일지해상 구조무이불하야).’ 漚는 담글 구이지만 갈매기 구도 된다.

\xa0

열자는 이 이야기 끝에 덧붙인다. ‘지극한 말이란 말을 떠나는 것이고 지극한 행위란 작위가 없는 것이다. 보통 지혜 있는 자들이 안다고 하는 것은 곧 천박한 것이다(至言去言 至爲無爲 齊智之所知 則淺矣/ 지언거언 지위무위 제지지소지 즉천의).’ 도덕이 지극한 경지에 이른 사람은 말도 없고 작위도 없으니 미물인 새도 함께 어울리지만 일단 욕망을 가지면 멀리 하게 된다고 깨우친다. / 제공 : 안병화 (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손순매아孫順埋兒 - 손순이 아이를 묻다.

손순매아孫順埋兒 - 손순이 아이를 묻다.

손순매아(孫順埋兒) - 손순이 아이를 묻다.

손자 손(子-7)순할 순(頁-3)묻을 매(土-7)아이 아(儿-6)

\xa0

효행을 실천한 효자 이야기는 이 난에서도 많이 소개했다. 王祥(왕상), 孟宗(맹종), 老萊子(노래자), 曾子(증자), 陸績(육적) 등을 포함하는 중국의 二十四孝(이십사효)다. 아이를 묻은 孫順(손순)은 우리나라의 효자다. 손순은 통일신라 제42대 興德王(흥덕왕) 때 사람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내와 함께 남의 집 품팔이를 하며 늙은 어머니를 정성스레 봉양했다.

\xa0

부부에겐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끼니때마다 할머니의 음식을 빼앗아먹어 골치였다. 손순이 부인에게 말했다. "아이는 다시 얻을 수 있으나 어머니는 다시 구할 수 없소. 아이가 어머니 음식을 빼앗아 먹기 때문에 굶주림이 너무 심하오. 그러니 아이를 땅 속에 묻어 어머니를 배부르게 해야겠소(兒可得 母難再求 而奪其食 母飢何甚 且埋此兒以圖母腹之盈/ 아가득 모난재구 이탈기식 모기하심 차매차아이도모복지영)." 아이를 업고 동네 뒷산에 가서 땅을 파는 도중에 무엇이 걸려 파 보았더니 돌로 된 종이 나왔다.

\xa0

아이의 복이라 여겨 묻지 않고, 석종을 지고 내려와 집 대들보에 매달고 쳐 보니 대궐에까지 소리가 퍼져 나갔다. 흥덕왕이 사연을 듣고 옛날 중국의 郭巨(곽거)라는 효자가 아들을 묻으려 할 때 하늘에서 금솥(金釜)을 내렸다더니 이것은 전세의 효와 후세의 효를 천지가 함께 본 것이라며 칭찬했다. 그리고선 집 한 채와 매년 벼 50섬을 내리고 효성을 기렸다. 손순은 옛집을 희사하여 弘孝寺(홍효사)로 하고 석종도 잘 간직했다. 一然(일연)이 쓴 "三國遺事(삼국유사)" 권5의 孝善(효선)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xa0

오늘날 시각으로는 아이를 묻으려는 생각도 할 수 없지만 간절한 효행에 보답이 왔으리라 생각하면 되겠다. 明心寶鑑(명심보감)의 효행편에 나오는 구절도 알아두자. "내가 어버이에게 효도하면 내 자식이 또한 나에게 효도하기 마련이니, 자신이 어버이에게 효도를 하지 않았는데 자식이 어찌 나에게 효도하겠는가(孝於親 子亦孝之, 身旣不孝 子何孝焉/ 효어친 자역효지 신기불효 자하효언)?"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할수기포割鬚棄袍 - 수염을 자르고 도포를 버리다, 황망히 도주하다.

할수기포割鬚棄袍 - 수염을 자르고 도포를 버리다, 황망히 도주하다.

할수기포(割鬚棄袍) - 수염을 자르고 도포를 버리다, 황망히 도주하다.

벨 할(刂/10) 수염 수(髟/12) 버릴 기(木/8) 도포 포(衤/5)

\xa0

곤란에 처하거나 불리함을 알았을 때는 즉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병서 三十六計(삼십육계)에 나오는 유명한 마지막 走爲上計(주위상계)다. 최후의 판단은 그렇더라도 사전에 잘 대비하는 것만 못함은 말할 것도 없다. 전장에서 판단을 잘못하여 후퇴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가는 장수에 달렸다.

\xa0

모양 빠지게 우두머리가 먼저 황망히 도주하는 모습을 풍자하는 것이 이 성어다. 나중 삼국을 통일하게 되는 曹操(조조)가 한 싸움에서 패하여 달아날 때 수염을 자르고(割鬚) 홍포를 벗어버린(棄袍) 것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xa0

삼국시대 蜀(촉)나라의 劉備(유비)는 關羽(관우), 張飛(장비)와 결의형제하고 세력을 떨치던 중 서기 219년 독립하여 한중왕에 올랐다. 유비가 전장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장수들을 오호장군이라 불렀는데 이 중에서 馬超(마초)가 바로 조조를 혼쭐나게 한 사람이다.

\xa0

마초는 조조를 제거하려다 사전에 발각돼 처형된 부친 馬騰(마등)의 원수를 갚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마침내 潼關(동관, 潼은 물이름 동)이란 곳에서 복수할 기회가 왔다. 마초는 긴 창을 들고 조조를 호위하던 장수를 물리친 뒤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조조군은 우왕좌왕하며 혼란에 빠지고, 조조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기 바빴다.

\xa0

마초의 군사가 쫓으며 붉은 전포를 입은 사람이 조조라 하자 깜짝 놀라 벗어버리고 도망쳤다. 수염이 긴 놈을 잡으라고 소리치자 조조가 이번엔 검으로 수염까지 자르고 달아났다. 이렇게 쫓기는 모습을 후세 사람들은 이렇게 노래했다. ‘정신없이 쫓긴 조조 비단 전포를 벗어던지고, 검으로 수염까지 잘랐으니 간담이 서늘했을 것(孟德愴惶脫錦袍 劍割髭髯應喪膽/ 맹덕창황탈금포 검할자염응상담).’ 愴은 슬플 창, 惶은 두려울 황, 髭는 윗수염 자, 髯은 구레나룻 염. 孟德(맹덕)은 조조의 자. ‘三國演義(삼국연의)’에 실린 이야기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망우물忘憂物 - 온갖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 술의 이칭

망우물忘憂物 - 온갖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 술의 이칭

망우물(忘憂物) - 온갖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 술의 이칭

잊을 망(心/3) 근심 우(心/11) 물건 물(牛/4)

\xa0

애주가들이 흔히 하는 말로 술은 百藥之長(백약지장)이라 내세운다. 온갖 뛰어난 약 가운데서도 가장 으뜸이라는 뜻이지만 어엿이 漢書(한서)에 등장하니 예로부터 믿었던 말이다. 戰國策(전국책)에는 이보다 훨씬 이전 술의 기원을 기록했다.

\xa0

옛날 黃帝(황제)의 딸 儀狄(의적)이 술을 맛있게 빚어 夏(하)나라 禹王(우왕)에게 바쳤다. 우왕이 이를 맛보고 감칠맛에 매료됐지만 후세에 반드시 술로 나라를 망치는 자가 있을 것이라며 멀리 했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약이 되는 술이라도 사람들이 적당한 선을 넘기 일쑤라 온갖 해악의 대명사로 지탄받기도 한다.

\xa0

온갖 시름을 잊게 해 주는 물건(忘憂物)이란 이 성어도 술의 이칭이다. 歸去來辭(귀거래사)로 중국 六朝(육조) 최고의 시인이라 일컬어지는 陶潛(도잠, 365~427)의 ‘飮酒(음주)’란 시 구절에서 나왔다. 자인 淵明(연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현령직을 지내던 중 자연을 좋아하는데다 쌀 다섯 말 때문에 상관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며 五斗米折腰(오두미절요)란 말을 남기고 낙향하여 20수의 음주시를 썼다. 이 시의 서문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중 우연히 귀한 술이 생겨 혼자 마시다 취하고 나면 자주 시를 읊으며 흐뭇해했다고 밝혔다.

\xa0

그 중 제7수에 나오는 부분을 보자. ‘가을 국화 곱기도 하여 이슬이 내려앉은 꽃잎을 따네. 이 시름 잊으려 술에다 띄우니 속세와 멀어진 심정 더욱 간절하구나. 잔 하나로 혼자 마시다 취하니 빈 술병과 더불어 쓰러지누나(秋菊有佳色 裛露掇其英 汎此忘憂物 遠我遺世情 一觴雖獨進 杯盡壺自傾/ 추국유가색 읍로철기영 범차망우물 원아유세정 일상수독진 배진호자경).’ 裛은 향내밸 읍, 掇은 주울 철, 觴은 잔 상, 壺는 병 호. 국화를 노래한 유명한 구절 국화를 꺾어 멀리 남산을 바라본다는 采菊東籬下(채국동리하)도 바로 이 음주시의 제5수에 실려 있다.

\xa0

술이 시름을 잊게 해주기보다 걱정을 가져오는 일이 더 많은 것 같아 탈이다. 이래저래 살기 힘든 탓인지 국민들의 술 소비량은 늘어난다고 한다. 술이 약이 되는 순기능을 찾는 날이 오기는 올까.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조도상금操刀傷錦 - 칼을 다루다 비단을 상하게 하다.

조도상금操刀傷錦 - 칼을 다루다 비단을 상하게 하다.

조도상금(操刀傷錦) - 칼을 다루다 비단을 상하게 하다.

잡을 조(扌/13) 칼 도(刀/0) 다칠 상(亻/11) 비단 금(金/8)

\xa0

가지 않았던 길에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빛을 발한다. 일상의 생활을 영위하는 대부분의 일에는 노하우, 경험이 중요할 때가 더 많다. 우리들의 지식은 모두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 철학자도 있다. 경험이 풍부할 것으로 보고 ‘구관이 명관’이란 속담이 콕 집어 표현한다.

\xa0

앞사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不踏覆轍(부답복철)이란 말로 가르치기도 한다. 그런데도 경험을 중시하지 않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많다. 칼을 다루는 재주도 없이 잘못 잡아(操刀) 귀한 비단만 못쓰게 한다(傷錦)는 이 말이 그런 경우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대로 능력이 못 따라 제구실을 못하면서 함부로 하다가 큰일을 저지르게 되는 것과 같다.

\xa0

春秋時代(춘추시대) 때 조그만 鄭(정)나라는 대국인 楚(초)와 晉(진) 사이에 끼여 기를 펴지 못했지만 公孫僑(공손교)라 불린 子産(자산)이 집정했을 때 정치가 안정되고 대외적으로도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어느 때 재상 子皮(자피)가 젊은 사람에게 자신의 영지를 봉하려 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성실하고 곧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될 것이라며 맡기려 하자 그 젊은이가 너무 어리고 능력도 없음을 안 자산이 반대했다.

\xa0

‘이는 칼질이 서투른 사람에게 물건을 자르게 하는 것과 같아 다치게만 할 뿐입니다(猶未能操刀而使割也 其傷實多/ 유미능조도이사할야 기상실다).’ 그러면서 ‘고운 비단이 있다면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배우라고 재단을 시키지 않을 것(子有美錦 不使人學製焉/ 자유미금 불사인학제언)‘인데 나라는 비단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xa0

자피는 이 말이 옳다고 여겨 임명을 중단하는 한편, 자산이 현명하고 원대한 식견을 가진 것을 알고 집정 자리를 양보했다. 左丘明(좌구명)이 쓴 ’左傳(좌전)‘의 襄公(양공)전에 실려 있다. 美錦學制(미금학제)도 같은 뜻으로 쓴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낙하산 인사가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전문지식도 없이 큰 자리에 덥석 앉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사람을 앉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