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일 수요일

미대부도尾大不掉 - 꼬리가 커서 흔들기가 어렵다.

미대부도尾大不掉 - 꼬리가 커서 흔들기가 어렵다.

미대부도(尾大不掉) - 꼬리가 커서 흔들기가 어렵다.

꼬리 미(尸/4) 큰 대(大/0) 아닐 불, 부(一/3) 흔들 도(扌/8)

꼬리친다는 말은 개가 반가움의 표시로 꼬리를 흔든다는 뜻 외에 아양을 떤다는 것을 속되게 표현하는 말이다. 어느 것이나 몸통이 꼬리를 흔드는 것이지만 반대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수도 있는 모양이다. "Wag the Dog"이란 용어가 있는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우리말로는 主客顚倒(주객전도)나 下剋上(하극상)이란 뜻인데 원래 주식시장에서 先物(선물) 거래의 규모가 커지면서 오히려 현물의 거래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라 한다. 권력자가 곤경에 처했을 때 여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 엉뚱한 일을 벌이는 행위를 뜻할 때도 쓰인다.

반대의 비유도 있다. 꼬리가 커져서(尾大) 몸통이 흔들 수가 없는(不掉) 경우를 이르는 것이 이 성어다. 조직이나 기구가 방대해져 지휘하기 어려울 때나 신하의 세력이 너무 강해지면 임금으로서도 제어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사용됐다. 일상에서도 일의 결과가 크게 벌어져서 감당하기 어려울 때 쓸 수 있다. 尾大難掉(미대난도)나 末大不掉(말대부도)도 같은 말이다.

공자의 ‘春秋(춘추)’를 魯(노)나라의 左丘明(좌구명)이 해석한 ‘左氏傳(좌씨전)’에 이 말이 나온다. 春秋時代(춘추시대, 기원전 770년~403년) 楚(초)나라 靈王(영왕)이 3곳에 성을 쌓고 점령한 蔡(채) 지역에는 공자 棄疾(기질)을 채공으로 삼았다. 그러면서 대부 申無宇(신무우)에게 이 인사가 괜찮을까 하고 물었다.

신무우는 귀인을 변방에 두면 경계할 일이라고 하면서 ‘나라 안에 큰 도읍이 있으면 해가 됩니다. 나뭇가지가 너무 크면 반드시 부러지고, 꼬리가 너무 크면 흔들 수 없습니다(末大必折 尾大不掉/ 말대필절 미대부도)’라고 답했다. 그러나 영왕은 기질이 배신않을 것이라 확신했고 뒷날 배반당해 자살하고 말았다. /\xa0\xa0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탐낭취물探囊取物 - 주머니 속의 물건을 꺼내다, 아주 쉬운 일

탐낭취물探囊取物 - 주머니 속의 물건을 꺼내다, 아주 쉬운 일

탐낭취물(探囊取物) - 주머니 속의 물건을 꺼내다, 아주 쉬운 일

찾을 탐(扌/8) 주머니 낭(口/19) 가질 취(又/6) 물건 물(牛/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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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남에게 충고하는 일이고,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다. 새해 여러 사람이 도전했을 금연을 가장 쉬운 일이라고 한 사람은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었다. 담배를 다시 피웠다가 또 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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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철학적인 말 말고 매우 손쉽게 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 ‘쉽기가 손바닥 뒤집기다’란 속담이다. 한자로 易如反掌(이여반장)과 같다. 비슷한 말로 주머니 속을 뒤져(探囊) 물건을 꺼낸다(取物)는 이 말도 아주 쉬운 일을 이른다. 자기 주머니의 물건을 가진다는 것만큼 용이한 일도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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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宋(송)나라 때의 정치가 겸 문인 歐陽脩(구양수, 脩는 길 수)가 쓴 역사서 ‘新五代史(신오대사)’에 실려 전한다. 오대라 하면 唐(당)이 멸망한 서기 907년부터 960년 송나라가 통일할 때까지의 시대를 말하는데 後粱(후량), 後周(후주) 등 後(후)자를 덧붙인다. 後唐(후당)의 명신이자 문학가인 韓熙載(한희재)가 지금의 山東省(산동성)인 北海(북해)에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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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李穀(이곡)이라는 사람과 절친하게 지냈다. 고려 후기 학자와 이름이 똑 같다. 어느 때 한희재가 강남의 吳(오)나라로 떠나게 되자 이곡이 술자리를 마련하고 이별을 아쉬워했다. 술김에 한희재가 농담 삼아 강남에서 재상을 시켜준다면 중원을 일거에 빼앗겠다고 하자 이곡은 한술 더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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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에서 나를 재상으로 삼는다면 강남을 차지하는 것은 마치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과 같을 것이오(中國用吾爲相 取江南如探囊取物爾/ 중국용오위상 취강남여탐낭취물이).’ 둘은 허풍을 치고 호탕하게 웃었다. 南唐世家(남당세가)편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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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뜻으로 囊中取物(낭중취물)은 ‘三國志(삼국지)’에서 關羽(관우)가 한 말로 나온다. 官渡(관도)전투에서 관우가 큰 공을 세우자 모든 장수들이 칭찬을 하는데 겸손하게 말한다. ‘내 아우 張飛(장비)에겐 백만 대군 속에서 적장의 목을 베어 오는 것이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처럼 쉬운 일입니다. /\xa0\xa0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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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일 화요일

단수지폐斷袖之嬖 - 옷소매를 자르는 사랑, 동성애의 이칭

단수지폐斷袖之嬖 - 옷소매를 자르는 사랑, 동성애의 이칭

단수지폐(斷袖之嬖) - 옷소매를 자르는 사랑, 동성애의 이칭

끊을 단(斤/14) 소매 수(衣/5) 갈 지(丿/3) 사랑할 폐(女/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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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를 자를 정도의 사랑이라 의미가 아리송하지만 고사를 알고 나면 뜻이 명확해진다. 동성애를 말한다. 여기서 사랑할 嬖자는 아첨, 아양을 일삼는 신하나 첩을 이르는 嬖臣(폐신), 嬖妾(폐첩)이라는 말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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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는 글자 그대로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 간의 성적 끌림을 뜻하고 남성끼리는 게이(gay), 여성끼리는 레즈비언(lesbian)이라 칭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동성애를 뜻하는 성어가 번연히 있는 것을 보아 역사가 오래임을 알겠다. 남성 간의 사랑이 주이고 漢代(한대)이래 왕족과 귀족들 사이에서 널리 유행 하였던 오랜 풍습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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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漢(전한) 13대 哀帝(애제) 때에 董賢(동현)이란 미소년이 있었다. 그는 어전 아래서 시각을 알리는 일을 하다 그 용모를 보고 귀여워하던 왕의 발탁으로 벼슬을 받고 부친까지 지위를 높여 주었다. 왕은 동현을 더욱 총애하면서 행차할 때에는 수레에 함께 태웠고 기거를 함께 하며 항상 옆을 지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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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두 사람이 함께 낮잠을 잤는데 먼저 잠을 깬 왕이 일어나려 했으나 동현이 소매를 베고 자고 있었다. 애제는 곤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깨지 않도록 자신의 소매를 자르고 일어났다. 왕이 동현을 사랑함이 이같이 지극했다(不欲動賢 乃斷袖而起 其恩愛至此/ 불욕동현 내단수이기 기은애지차). 班固(반고)가 쓴 ‘漢書(한서)’의 佞幸傳(영행전, 佞은 아첨할 녕)에 실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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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것이 斷袖之嬖로 알려진 애제와 동현이지만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는 두루 전한다. 漢高祖(한고조) 때는 소년 籍(적)이, 혜제 때는 閎(굉, 閎은 클 굉)이 귀여움을 받았고 더 앞서 戰國時代(전국시대) 魏王(위왕)과 龍陽君(용양군)의 관계를 말한 龍陽之寵(용양지총) 이란 말도 남았다. /\xa0\xa0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요순고설搖脣鼓舌 - 말솜씨를 자랑하다, 궤변으로 선동하다.

요순고설搖脣鼓舌 - 말솜씨를 자랑하다, 궤변으로 선동하다.

요순고설(搖脣鼓舌) - 말솜씨를 자랑하다, 궤변으로 선동하다.

흔들 요(扌/10) 입술 순(肉/7) 북 고(鼓/0) 혀 설(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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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못하면 재앙을 받게 되니 입이 화근이라 口禍之門(구화지문)이란 말을 자주 쓴다. 하지만 말을 잘 하는 사람의 말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같다며 口若懸河(구약현하)라고 넋을 잃는다. 이런 사람은 드물기도 하고, 아무래도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가려듣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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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움직거리고(搖脣) 혀를 찬다(鼓舌)는 이 말도 말솜씨를 자랑하며 유세하거나 선동하면서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뜻한다. 말 잘 하는 것을 비하하는 이 말이 천하의 도적 盜跖(도척, 跖은 발바닥 척)의 입으로 孔子(공자)를 꾸짖는데서 나왔다는 것이 흥미롭다. 비슷한 말로 巧舌如簧(교설여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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盜蹠(도척, 蹠은 밟을 척)이라고도 쓰는 도척은 春秋時代(춘추시대)때 무리 9000여 명을 이끌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면서 노략질을 일삼은 불한당이었다. 魯(노)나라에서 대부를 지낸 훌륭한 인격자 柳下惠(유하혜)의 망나니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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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친구이기도 한 유하혜는 어질고 덕이 있어 낯선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고도 음란하지 않았다는 坐懷不亂(좌회불란) 고사의 주인공이다. 공자는 동생을 가르치지 못한 유하혜를 비난하며 자신이 직접 만나 사람을 만들겠다고 했다. 포악한 동생에 봉변당할까 유하혜가 만류했지만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도척이 머물던 太山(태산)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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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척의 부하에게 만나러 왔다고 전하자 공자를 향해 대뜸 화부터 낸다. 수다스럽게 허튼소리나 지껄이며, 농사짓지도 않고 밥을 먹으며, 옷감을 짜지도 않으면서 옷을 입고, 입술을 나불대고 혀를 놀려, 제멋대로 시비를 갈라 천하의 군주들을 미혹케 한다(多辭繆說 不耕而食 不織而衣 搖脣鼓舌 擅生是非 以迷天下之主/ 다사무설 불경이식 부직이의 요순고설 천생시비 이미천하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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繆는 얽을 무, 擅은 멋대로할 천. 이런 죄가 막중하니 당장 사라지라고 호통 치는 바람에 혼비백산 공자는 물러났다. ‘莊子(장자)’의 雜篇(잡편) 도척편에 실린 이 이야기는 유가에 대한 장자의 인식을 잘 나타낸다. /\xa0\xa0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우공이산愚公移山 - 우공이 산을 옮기다.

우공이산愚公移山 - 우공이 산을 옮기다.

우공이산(愚公移山) - 우공이 산을 옮기다.

어리석을 우(心/9) 공평할 공(八/2) 옮길 이(禾/6) 메 산(山/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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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교훈은 수없이 많다. 속담 ‘티끌 모아 태산’이나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를 비롯, 塵合泰山(진합태산)이나 磨斧作針(마부작침)와 같은 성어도 수두룩하다. 이런 말보다 더 유명한 것이 어리석은 사람(愚公)이 산을 옮긴다(移山)는 이 성어로 어떤 일이든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뜻을 가져 많은 젊은이들의 좌우명으로 애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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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때 道家(도가)의 전설적 사상가 列子(열자)의 사상과 철학을 문인들이 모은 ‘列子(열자)’의 湯問篇(탕문편)에 실린 우화에서 유래했다. 옛날 우공이라는 90세 되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마을 앞뒤로 太形山(태형산)과 王屋山(왕옥산)이라는 큰 산이 가로막아 나들이에 여간 큰 장애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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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 가족들을 모아놓고 이 두 산을 옮겨야겠다고 말했더니 모두 찬성하는데 부인만 늙은 사람이 흙을 버릴 곳도 없고 안 된다며 반대했다. 세 아들과 손자, 그리고 이웃 과부 京城氏(경성씨)의 꼬마들까지 도와 길을 깎는 공사에 들어갔다. 渤海(발해)까지 흙을 갖다버리고 오는데 일 년이 걸렸다. 아래 마을 지혜롭다는 智叟(지수)라는 사람이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노인이 어리석은 일을 한다고 비웃자 우공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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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아들이 하고, 아들 죽으면 손자가 하고 이렇게 자자손손 계속하면 언젠가는 저 두 산이 평평해지겠지.’ 이 말을 듣고 두 산을 지키는 操蛇神(조사신)이 깜짝 놀라 천제에게 호소, 두 산을 딴 곳으로 옮겨놓게 했다. 결국 우공의 어리석음을 비웃기만 해서는 지혜로운 지수라도 일을 결코 성취하지 못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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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公移山(노공이산)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썼던 인터넷 아이디 이름이었고 최초의 대통령 웹툰 명칭이기도 하다. 6주기에 맞춰 나온 책 ‘바보, 산을 옮기다’란 이름만 봐도 愚公移山에서 딴 것임을 알 수 있다. /\xa0\xa0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주옹반낭酒甕飯囊 - 술독과 밥주머니, 먹고 마실 줄만 아는 무능한 사람

주옹반낭酒甕飯囊 - 술독과 밥주머니, 먹고 마실 줄만 아는 무능한 사람

주옹반낭(酒甕飯囊) - 술독과 밥주머니, 먹고 마실 줄만 아는 무능한 사람

술 주(酉/3) 독 옹(瓦/13) 밥 반(食/4) 주머니 낭(口/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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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겐 술독을 지고 다닌다고 놀린다. 밥만 축내고 제구실도 못하는 사람을 밥통이라 낮춰 부른다. 이 두 가지에 다 해당되는 사람이 酒囊飯袋(주낭반대)의 골통이다. 아무 하는 일 없이 술독(酒甕)과 밥주머니(飯囊)만 차고 다닌다는 이 성어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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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술은 항아리에 지니고 다니니 더 마시고, 밥은 주머니가 자루보다 덜 들어가겠다. 이런 양의 문제만이 아닌 것은 당연하고 무능한 사람을 손가락질하는 것은 같으나 출처는 다르다. 만약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伴食宰相(반식재상)이란 말이 따로 있다고 앞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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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演義(삼국연의)’에 등장하는 禰衡(예형, 禰는 아버지사당 예)이란 사람은 젊었을 때부터 말주변이 있었고 성격이 강직했다. 재주가 뛰어났어도 오만해 주변에서는 멀리 했지만 오직 학자 孔融(공융)과는 친히 지냈다. 曹操(조조)가 공융의 천거를 받고 불렀을 때도 예형은 여전히 뻣뻣한 채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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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는 넓으나 사람은 하나도 없구나(天地雖闊 何無一人/ 천지수활 하무일인)!’ 조조가 발끈하여 수하에 당대의 영웅이 수십 명인데 어찌 사람이 없느냐고 다그쳤다. 예형은 荀彧(순욱, 彧은 문채 욱)이나 蕭何(소하), 陳平(진평) 같은 명신들도 하급관리로 일을 시키면 적당하다고 깎아내리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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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머지는 다 옷걸이요, 밥주머니고 술통에 고기자루일 뿐(其餘皆是衣架 飯囊酒桶 肉袋耳/ 기여개시의가 반낭주통 육대이)’이라고 한 마디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 했다. 조조는 이런 독설가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으나 공융의 청대로 등용했다. 예형은 그 후로도 좌충우돌 부딪치자 변방으로 보내졌다가 黃祖(황조)에게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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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抱朴子(포박자)’에는 더 신랄히 말했다고 나온다. 순욱 외의 사람들은 ‘나무나 진흙으로 만든 인형이라 사람과 비슷해도 정기가 없으니, 모두 술독이나 밥주머니일 뿐(皆木梗泥偶 似人而無人氣 皆酒瓮飲囊耳/ 개목경니우 사인이무인기 개주옹음낭이)’이라고 했다. 梗은 줄기 경, 瓮은 甕과 같이 독 옹. /\xa0\xa0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어묵찬금語嘿囋噤 – 말하기와 입 다물기, 잘 분간하여 말하다.

어묵찬금語嘿囋噤 – 말하기와 입 다물기, 잘 분간하여 말하다.

어묵찬금(語嘿囋噤) – 말하기와 입 다물기, 잘 분간하여 말하다.

말씀 어(言/7) 고요할 묵(口/12) 기릴 찬(口/19) 입다물 금(口/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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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이지 않는 어려운 한자로 모은 이 성어는 모두 말과 관계가 있다. 語(어)는 말하다, 嘿(묵)은 입을 다물어 고요하다, 囋(찬)은 기리다 외에 시끄럽게 떠들다, 噤(금)은 입 다물다, 닫다란 뜻이다. 말하는 것과 입 다문 것을 나란히 세워 말하는 것도 중요하고, 침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니 자리를 잘 분간하여 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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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모든 재앙의 문이라며 口禍之門(구화지문), 禍生於口(화생어구) 등을 비롯한 많은 성어가 말을 조심하라고 가르쳤다. 반면 침묵이 아무리 금이라 하여 입 무거운 것을 훌륭하다고 떠받들어도 말을 해야 할 때는 해야 한다는 성어도 적지만 있다. 말을 해야 할 자리에 입을 꾹 닫고 있는 모습을 비꼬아 찬바람 맞은 매미처럼 다물고 있다고 한 噤若寒蟬(금약한선)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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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子(공자)가 仁(인)에 대하여 제자 顔淵(안연)이 묻자 답한 내용에는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동하지도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는 것이 있다.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라는 것은 무턱대고 입 다물지 말고, 말하는 것에 신중을 기하여 이치를 따져 보고 말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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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교수의 ‘一針(일침)’에는 말하기와 침묵하기에 대해 여러 조선 문인들의 가르침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먼저 조선 중기의 문신 申欽(신흠, 1566~1628)이 象村稿(상촌고)에서 말한다. ‘말해야 할 때 침묵을 지키는 것도 그르고, 침묵해야 할 때 말하는 것도 그르다. 반드시 말해야 할 때 말을 하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해야만 군자라 할 수 있다(當語而嘿者 非也 當嘿而語者 非也 必也當語而語 當嘿而嘿 其唯君子乎/ 당어이묵자 비야 당묵이어자 비야 필야당어이어 당묵이묵 기유군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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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유학자 李恒老(이항로, 1792~1868)는 그의 문집 華西集(화서집)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말해야 할 때 말하는 것은 진실로 굳센 자만이 능히 한다.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대단히 굳센 자가 아니면 능히 하지 못한다(當言而言 固强者能之 當默而默 非至强不能也/ 당언이언 고강자능지 당묵이묵 비지강불능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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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덕행과 문장으로 유명했던 학자 金邁淳(김매순, 1776~1840)은 결론짓는다. ‘물었는데 대답을 다하지 않는 것을 함구라 하고, 묻지 않았는데도 내 말을 다해주는 것은 수다라 한다(問而不盡吾辭 其名曰噤 不問而惟吾辭之盡 其名曰囋/ 문이부진오사 기명왈금 불문이유오사지진 기명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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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 온갖 계획이 들어있다고 해도 말 안하면 귀신도 모른다. 말 잘 하는 사람이 나서 온갖 주장을 늘어놓을 때 아니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용자다. 침묵이 무조건 미덕인 것만은 아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지락막여독서至樂莫如讀書 - 최고의 즐거움은 독서에 있다.

지락막여독서至樂莫如讀書 - 최고의 즐거움은 독서에 있다.

지락막여독서(至樂莫如讀書) - 최고의 즐거움은 독서에 있다.

이를 지(至/0) 즐길 락(木/11) 없을 막(艹/7) 같을 여(女/3) 읽을 독(言/15) 글 서(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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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중요성, 책 읽기의 즐거움을 나타내는 동서고금의 명구는 많다. 이 난에 언급된 것만 간단히 보면 책은 펼치기만 해도 이롭다는 開卷有益(개권유익),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口中荊棘(구중형극)이 있다. 책을 열심히 읽는 懸頭刺股(현두자고), 螢窓雪案(형창설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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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책을 읽은 孔子(공자)가 이 방면에 빠질 수가 없다. 독서를 열심히 하느라 끼니도 잊고 發憤忘食(발분망식), 알고 나면 즐거운 나머지 근심을 잊고 樂以忘憂(낙이망우), 늙어가는 것도 모를 不知老之將至(부지노지장지) 정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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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요한 책 읽기는 자신에게는 물론 자식을 가르치는 데에도 우선시했다. 우선 千字文(천자문)을 뗀 후 기초과정의 교재로 널리 사용됐던 秋適(추적)의 ‘明心寶鑑(명심보감)’을 보자. 고려 충렬왕 때의 문신이었던 추적이 금언과 명구를 모아 놓은 책인데 자녀를 가르치는 訓子(훈자)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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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즐거움으로는 독서만한 것이 없고, 지극히 중요한 것으로 자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한 것은 없다(至樂 莫如讀書 至要 莫如敎子/ 지락 막여독서 지요 막여교자).’ 이 말은 원래 중국 魯(노)나라의 충신 子家子(자가자)가 한 말로 되어 있고 좋은 말이라 고전에 많이 인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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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자편 이 구절 앞의 말도 유명하다. ‘황금이 상자에 가득하다 해도 자식에게 경서 한 권을 가르치는 것보다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물려준다 해도 재주 한 가지를 가르치는 것보다 못하다(黃金萬籝 不如敎子一經 賜子千金 不如敎子一藝/ 황금만영 불여교자일경 사자천금 불여교자일예).’ 班固(반고)의 漢書(한서)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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籝은 바구니 영. 또 중국 南北朝(남북조) 시대 문필가 顔之推(안지추)도 顔氏家訓(안씨가훈)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남겼다. ‘많은 재물을 쌓아 두어도 얕은 재주를 몸에 지니는 것만 못하고, 배우기 쉽고 사람을 귀중하게 하는 재주는 독서만 한 것이 없다(積財千萬 不如薄伎在身. 伎之易習而可貴者 莫如讀書/ 적재천만 불여박기재신 기지이습이가귀자 막여독서).’ 伎는 재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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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은 옛날의 성인과 대화하는 것이라거나 책이 사람을 만든다고 선인들이 많이 깨우쳤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독서율이 가장 낮다고 조사할 때마다 나온다. 이는 자녀를 가르칠 때 독서의 중요성보다 경쟁에서 이기도록 사교육에 열과 성을 쏟은 결과가 아닐까.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만부지망萬夫之望 - 천하의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다.

만부지망萬夫之望 - 천하의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다.

만부지망(萬夫之望) - 천하의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다.

일만 만(艹/9) 지아비 부(大/1) 갈 지(丿/3) 바랄 망(月/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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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남에게 일부러 손가락질을 받으려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야심차게 어떠한 일을 이룩하려다, 또는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욕심을 부리다 이웃에 폐를 끼치고 자신을 파멸에 이르게 경우는 흔하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 이외의 성인과 위인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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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선인과 악인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이웃을 사랑하며 선을 행하는 사람이라 했는데 위인은 약간 다르다. 개인의 욕망을 위하여 타인의 희생을 서슴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 포함된다. 종교인이나 철학자들이 말하는 것 말고 ‘周易(주역)’서 전하는 천하의 많은 사람(萬夫)이 우러러 사모(之望)하는 사람은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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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 周(주)나라 때 시작된 주역은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만상을 陰陽(음양) 이원으로 나눠 분석한다.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음양을 겹쳐 여덟 가지의 상으로 나타낸 것이 태극기에 나오는 乾坤坎離(건곤감리)에다 兌震巽艮(태진손간)을 포함하여 八卦(팔괘)이고 2개의 괘가 조합하여 六十四卦(육십사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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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하늘을 근본으로 하는 陽爻(양효, ㅡ)와 땅을 근본으로 하는 陰爻(음효, --)가 각 괘마다 6개씩 조합하여 이름이 정해진다. 이처럼 복잡한 것을 해설한 것이 繫辭傳(계사전)으로 괘의 길흉을 서술한 卦辭(괘사), 효를 설명한 爻辭(효사)를 합쳤다. 孔子(공자)가 이해하기 위해 탐독하여 韋編三絶(위편삼절)한 것이 이 책이니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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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어가 나오는 계사전 부분을 보자. 공자가 군자와 소인의 차이에 대해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낌새를 알아채는 것을 중심으로 논의를 풀어간다. 낌새, 幾微(기미)는 움직임의 작은 징조이고 길흉을 미리 아는 것이므로 거기에 맞춰 행동하면 그르침이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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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를 알아채는 것은 신비로운 일(知幾其神乎/ 지기기신호)’이라 바로 행동할 수 있다며 잇는다. ‘군자는 낌새를 알기 때문에 뚜렷이 드러난 것도 알며(君子知微知彰/ 군자지미지창), 부드러운 것을 알기 때문에 강한 것도 안다(知柔知剛/ 지유지강). 그러므로 만인의 숭배를 받는 것이다(萬夫之望/ 만부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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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이 우러르는 군자의 표현을 더 보면 ‘굳기가 돌과 같다. 하루 해를 보내지 않으니 곧고 길하다(介于石 不終日 貞吉/ 개우석 부종일 정길)’고 했다. 전후의 움직임을 미리 알아챌 수 있으니 잘못된 것을 알고 바로 행동하여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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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분위기를 알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은 물 흐르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맡기지만 중요한 직책을 맡고도 袖手傍觀(수수방관)하면 문제다. 특히 고위 공직자 등 위정자들은 낌새를 알만한데 윗사람의 엄명이 두려워 눈치를 보다간 존경을 받기는커녕 죄를 짓는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검약무화儉約無華 - 검소하고 절약하여 사치함이 없다.

검약무화儉約無華 - 검소하고 절약하여 사치함이 없다.

검약무화(儉約無華) - 검소하고 절약하여 사치함이 없다.

검소할 검(亻/13) 맺을 약(糸/3) 없을 무(灬/8) 빛날 화(艹/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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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하지 않고 수수하며 아껴 쓰는 儉約(검약)은 예부터 사람들이 지켜야 할 덕목이었다. 모든 것이 풍족하지 않아서였는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衣食住(의식주)만 해결할 수 있으면 그 이상은 욕심내지 말라며 安貧樂道(안빈낙도)를 가르쳤다. 하지만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유유자적할 수 있는 성현들이나 가능할까 보통 사람들은 욕심을 제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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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이 많을수록 욕심이 더 생긴다는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의 것을 마저 빼앗으려 한다’는 속담이 잘 표현한다. 일반인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나라의 재물은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검약하고 사치하지 않아야 한다(無華)는 이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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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뛰어난 經學者(경학자)이자 실학의 최고봉인 丁若鏞(정약용, 1762~1836)의 경책이라며 한학자 황종택의 성어집 ‘고전, 당신의 행동을 바꾼다(신온고지신)’에서 소개한다. 여기서 茶山(다산)은 ‘검소하고 절약하여 사치함이 없고, 관청에 있을 때도 내 집에 있는 것처럼 아껴야 한다(儉約無華 處官如家/ 검약무화 처관여가)’는 말과 함께 ‘안과 밖의 구별을 엄격히 하고 공사의 한계를 명확히 하라(嚴內外之別 明公私之界/ 엄내외지별 명공사지계)’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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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을 다스릴 벼슬아치 牧民(목민)이 지켜야 할 도리를 조목조목 밝혀 공직자의 필독서가 된 牧民心書(목민심서)에는 똑 같은 표현이 아니라도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관청의 재물을 아껴야 한다는 말이 곳곳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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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재물이야 국민 모두가 낸 세금이니 당연히 검약이 필수인데 약간 이색적인 말도 있다. 검약만을 강조하다가 누추해서는 안 된다는 儉而不陋(검이불루)가 그것이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을 정도의 華而不侈(화이불치)와 함께 金富軾(김부식)의 三國史記(삼국사기)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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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濟(백제)의 시조 溫祚王(온조왕)이 새 궁궐을 지었을 때 그 자태를 평하면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절제미가 있다는 것을 잘 표현했다. 갑자기 큰돈을 벌어 재력을 과시한다며 덕지덕지 온갖 치장을 한 호화건물을 짓는다고 건축미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예술미의 은은한 절제가 다른 어떤 화려함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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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것을 권장하고 미덕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인색하면 욕먹는다. 밥을 할 때 쌀알을 하나하나 세어서 짓는 數米而炊(수미이취)나 지방의 종이가 절 정도로 오래 쓰고, 생선을 만져 맛을 내는 玼吝考妣(자린고비, 玼는 옥티 자) 등은 유명하다. 이를 경계하며 菜根譚(채근담)에 좋은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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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약은 미덕이지만 지나치면 인색하고 비루해져 도리어 정도를 손상시킨다(儉美德也 過則爲慳吝 爲鄙嗇/ 검미덕야 과즉위간린 위비색).’ 慳은 아낄 간. 필요하지 않은 곳에 펑펑 낭비하는 것이나 쓸 데 쓰지 않는 인색이나 마찬가지로 욕먹는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