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8일 월요일

단학속부斷鶴續鳧 - 학의 다리를 잘라 오리 다리에 붙이다.

단학속부斷鶴續鳧 - 학의 다리를 잘라 오리 다리에 붙이다.

단학속부(斷鶴續鳧) - 학의 다리를 잘라 오리 다리에 붙이다.

끊을 단(斤/14) 학 학(鳥/10) 이을 속(糸/15) 물오리 부(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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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가 길어 슬픈 사슴보다 목이 더 길고, 거기다 다리까지 길어 학이 불안하다고 잘라준다면(斷鶴) 고마워할 리 없다. 마찬가지로 다리가 짧아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흉하다며 오리에 다리를 붙여준다 해도(續鳧) 마찬가지다. 이럴 때 바로 연상되는 것이 그리스 神話(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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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살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에 초대한다고 데려와 쇠침대에 눕히고는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이고 길면 잘라 버렸다는 흉악범이다. 길거나 짧거나 모든 사물에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잘 살아가고 있는데 그 이치에 어긋난 행동을 억지로 하려는 것을 깨우친다. 유명한 신화만큼 똑같은 성어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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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때의 사상가 莊子(장자)는 우주본체를 寓言寓話(우언우화)로 재미있게 설명한다. 그가 쓴 ‘장자’ 外篇(외편)의 騈拇(변무)편에는 자연의 도를 비유한 대목이 있다. 騈은 쌍말 변이란 훈음이지만 육손이란 뜻도 있고, 拇는 엄지손가락 무. 부분을 인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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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서 가장 바른 길을 가는 사람은 마음의 본바탕을 잃지 않는 것이다. 엄지발가락과 둘째가 붙어 발가락 네 개인 사람이나, 엄지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육손이라 하더라도 본인은 싫어하지 않는다. 오리 다리가 비록 짧아도 다른 것을 붙여주면 걱정할 것이고, 학의 다리가 길어도 끊어주면 슬퍼하는 법이다(是故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斷之則悲/ 시고부경수단 속지즉우 학경수장 단지즉비). 본래부터 긴 것은 끊을 것이 아니요, 짧은 것은 이을 것이 아니다. 천성대로 두어 두면 근심은 스스로 없어질 것이다(故性長非所斷 性短非所續 無所去憂也/ 고성장비소단 성단비소속 무소거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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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유가가 중시하는 인의와 예악을 삶의 참된 모습이 아닌 허례와 허식으로 보고 신랄하게 비꼬았다. 인을 중시하는 사람은 덕을 빼내고 본성을 뽑아내며 세상 사람들에게 따를 수 없는 법도를 받들라고 부추기는 것이라고 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몽환포영夢幻泡影 - 꿈과 환상, 거품과 그림자. 인생의 헛되고 덧없음

몽환포영夢幻泡影 - 꿈과 환상, 거품과 그림자. 인생의 헛되고 덧없음

몽환포영(夢幻泡影) - 꿈과 환상, 거품과 그림자. 인생의 헛되고 덧없음

꿈 몽(夕/11) 헛보일 환(幺/1) 거품 포(氵/5) 그림자 영(彡/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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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날마다 꿈을 꾼다. 단지 자각하지 못하는 꿈이 많을 따름이다. 사람은 모두 꿈을 갖고 있다.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인 이런 꿈은 모두 가져야 한다. 반면 흔히 개꿈이라 하듯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헛된 기대의 꿈은 허황하다. ‘아이 못 낳는 X이 밤마다 용꿈 꾼다’며 꾸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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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夢(몽)이 나오는 성어에는 희망의 꿈이 아니라 대부분 실현될 수 없는 것을 이뤘다가 사라지는 헛된 것이 많아 인생의 덧없음을 나타낸다. 한 지역을 30년 동안 다스리며 부귀영화를 누렸다가 깨어 보니 잠깐 동안의 잠결이었다는 南柯一夢(남가일몽)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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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허깨비(夢幻), 그리고 금방 사라지는 거품과 그림자(泡影)란 이 말도 인생이 헛되고 덧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이 말은 고사에서 온 다른 성어와 달리 金剛經(금강경)이란 불경서 나왔다. ‘金剛般若波羅蜜經(금강반야바라밀경)’이 본 이름으로 부처님이 제자 須菩提(수보리)에게 한 설법이 주된 내용이라 하고 주석서만 600여 종에 이른다는 그 경전이다. 끝부분 32장의 화함은 진리가 아니라는 應化非眞分(응화비진분)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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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수보리에게 만약 어떤 사람이 수없이 많은 칠보로 보시를 했더라도 선남선녀들이 四句偈(사구게, 偈는 불시 게)를 지녀 읽고 외우며 그것을 실천하는 것만 못하다고 하면서 일러준다. ‘일체 모든 진리라는 법은, 꿈과 허깨비고 물거품과 그림자에 불과하고, 이슬방울이나 번개와도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보아야 하느니라(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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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한 꿈이고 환영은 분명 있다가도 잡으려면 없다. 물거품은 금방 사라지고 그림자도 해에 따라 변한다. 이슬은 곧 마르고 번개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러니 어떤 모양을 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보리는 물론 남녀 신자들은 모두들 기뻐하며 가르침을 실천에 옮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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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에 오르고도 더 이상 만족 못하고 끊임없이 탐욕을 취하다가 허망하게 나락에 떨어지게 되는걸 본적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패가망신을 넘어 바른 길을 가려는 후배검사를 좌절시켰고, 그렇지 않아도 꿈을 포기한 칠포세대에 더욱 분노를 안겨준 죄도 크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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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 -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 너무 까다롭게 굴면 사람이 떠난다

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 -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 너무 까다롭게 굴면 사람이 떠난다. 

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 -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 너무 까다롭게 굴면 사람이 떠난다.\xa0

물 수(水/0) 맑을 청(氵/8) 없을 무(灬/8) 큰 대(大/0) 고기 어(魚/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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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 原則(원칙)이다. 조그만 일이나 급한 일이라 하더라도 기본은 지켜야 한다고 ‘베는 석 자라도 틀은 틀대로 해야 된다’는 가르침이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 고지식하게 원칙을 지켜야 할까. 링컨이 말했다. ‘중요한 원칙들은 융통성이 있을 수 있고 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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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생활하면서 지나치게 원칙을 지키고 똑똑한 체 엄하게 굴면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기 마련이다. 강직한 것도 경우에 따라서 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이 너무 맑으면(水淸) 큰 고기가 모이지 않는다(無大魚)는 말도 이런 교훈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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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後漢(후한) 초기 班超(반초, 33~102)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는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없다(不入虎穴不得虎子/ 불입호혈부득호자)’란 말을 남긴 유명한 무장이다. 학문에 뜻을 두고서는 빈한한 생활을 면치 못한다고 일찍 단념하고 무예를 익혀 匈奴(흉노) 지배 아래 있던 50여 나라를 복속시킨 공을 남겼다. 그의 집안도 화려하여 아버지 班彪(반표)를 이어 형 班固(반고)는 역사서 漢書(한서)를 지었고, 누이 班昭(반소)는 여류시인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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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초가 서역을 다스리는 都護(도호)의 임무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후임으로 가게 된 任尙(임상)이란 사람이 부임 인사차 찾아왔다. 아울러 변경을 잘 통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를 원했다. 반초는 변방에 나가 있는 사람은 모두 거친 사람들이라 다스리기가 어렵다면서 임상의 조급한 성격이 문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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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너무 맑으면 큰 물고기는 살지 않는 법이고, 정사도 너무 엄하게 살피면 아랫사람과 화합할 수가 없다네(水清無大魚 察政不得下和/ 수청무대어 찰정부득하화).’ 임상은 너무 평범한 조언에 실망하고 안하무인으로 다스리다 5년이 안 돼 모두 지배권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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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漢(전한)의 戴德(대덕)이 편찬한 ‘大戴禮記(대대예기)’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다(水至清則無魚 人至察則無徒/ 수지청즉무어 인지찰즉무도).’ 이런 좋은 말을 따른다고 너무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제재가 기다린다. 사람을 모은다고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모두 개방해서는 나중에 패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원칙을 지키되 경우에 따라 잘 판단하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남는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투서기기投鼠忌器 - 쥐를 잡고 싶어도 그릇 깰까 두렵다.

투서기기投鼠忌器 - 쥐를 잡고 싶어도 그릇 깰까 두렵다.

투서기기(投鼠忌器) - 쥐를 잡고 싶어도 그릇 깰까 두렵다.

던질 투(扌/4) 쥐 서(鼠/0) 꺼릴 기(心/3) 그릇 기(口/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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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이득을 안기는 것이라곤 도무지 없다. 쥐란 조그만 동물이 잘 하는 것은 음식을 훔치고 병균을 옮기는 일이다. 애완용으로 기르는 사람이나 실험실에서 희생되는 쥐가 있지만 왕성하게 번식하는 숫자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이 고약한 쥐를 보고도 잡지 못하니 분통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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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들어간 쥐가 눈을 깜박거리며 쌀을 축내는 중인데도 쌀독 깰까봐 어쩌지 못할 경우다. ‘쥐 잡으려다가 쌀독 깬다’는 속담이 나온 연유다. 쥐에게 물건을 던져서 때려잡고 싶지만(投鼠) 곁에 있는 그릇을 깰까 두려워하여(忌器) 속만 태운다는 말은 나쁜 습관이지만 오랫동안 편하게 지냈던 터라 고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이상의 불편이 따를 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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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는 임금 곁의 간신을 제거하려 해도 임금에게 누가 미칠까 두려워한다는 말에서 나왔다. 시문에 뛰어나고 제자백가에 능통하여 약관의 나이로 최연소 박사가 된 賈誼(가의, 서기전200~서기전168)는 前漢(전한)의 6대 황제 景帝(경제) 때 많은 제도를 개정하고 관제를 정비하기 위한 많은 의견을 상주했다. 당시 왕의 측근에 위세를 부리는 한 무리의 측근들을 알고 있었으나 황제에게 누가 될까 두려워하여 어찌하지 못했다. 어느 때 가의는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하고 왕을 알현한 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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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는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쥐를 때려잡고 싶지만 그릇을 깰까봐 겁낸다(俚諺曰 欲投鼠而忌器/ 리언왈 욕투서이기기)란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하면서 계속 이어간다. 俚는 속될 리. 쥐가 구멍에서 나와 주인에게 들켰을 때 재빨리 쌀독에 숨었는데 어찌하는 것이 좋겠는지 물으니 왕은 쥐를 잡으면서 독도 깨지 않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 답했다. 가의는 같은 이치로 왕의 주위에 횡포를 부리는 신하가 많지만 아무도 말을 못하는 것도 항상 곁에 두기 때문이라고 아뢰었다. 班固(반고)가 쓴 ‘漢書(한서)’의 가의전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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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을 알면서 부작용을 두려워해 미루고 미룬 결과는 더 큰 난관이 가로막기 마련이다. 기업의 문제점은 진작에 들어왔어도 입으로만 개혁을 외칠 뿐 남의 일이었다. 정피아, 관피아 등이 대거 낙하산을 펼쳤던 기업 구조조정은 곪은 뒤에야 마지못해 손을 댄 이유다. 더 튼튼한 쌀독을 위해선 작은 것은 과감히 깨뜨릴 필요도 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교자채신敎子採薪 - 자식에 땔나무 캐오는 법을 가르치다.

교자채신敎子採薪 - 자식에 땔나무 캐오는 법을 가르치다.

교자채신(敎子採薪) - 자식에 땔나무 캐오는 법을 가르치다.

가르칠 교(攵/7) 아들 자(子/0) 캘 채(扌/8) 섶 신(艹/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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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듣는 유명한 금언에 ‘물고기를 주어라. 한 끼를 먹을 것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평생을 먹을 것이다’라는 것이 있다. 유대교의 성전인 ‘탈무드(Talmud, 헤브라이어로 학습)’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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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이 어릴 때부터 접하는 이 말은 물론 자식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는 뜻이 있다. 나아가 단기적이고 즉흥적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교훈도 준다. 똑 같은 뜻의 고사성어가 땔나무 캐오는 법을 자식에 가르친다는 교자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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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秋時代(춘추시대, 기원전 770년~403년) 魯(노)나라에 살던 사람이 하루는 아들을 불러 놓고 땔감을 해오라고 시키며 물었다. ‘너는 여기서 백 걸음 떨어진 산에 가서 나무를 해 오겠느냐? 아니면 힘이 들더라도 백리 떨어진 산에 가서 해 오겠느냐?’ 아들은 당연히 백보 떨어진 곳에 가서 얼른 해 오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다시 일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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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 가서 나무를 하면 힘도 덜 들어 뜻을 알겠지만 그 곳은 언제나 갈수 있는 곳이지. 하지만 백리 떨어진 곳에는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으니 그 곳의 나무부터 해오는 것이 낫단다. 왜냐하면 먼 산의 나무가 떨어졌을 때 우리는 가까운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훨씬 오랫동안 땔감을 쓸 수 있기 때문이지.’ 이 말을 들은 아들은 아버지의 깊은 생각을 이해하고 먼 산으로 땔나무를 하러 떠났다. 唐(당)나라 때의 학자 林愼思(임신사)가 지은 ‘續孟子(속맹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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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의 상속뿐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손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애쓴다. 자녀가 장래 잘 할 수 있고 필요로 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살펴 교육할 일이다. 위정자들도 도시계획을 하거나 정책을 입안할 때 단기적 성과만 생각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편복지역蝙蝠之役 - 박쥐구실, 줏대 없는 행동

편복지역蝙蝠之役 - 박쥐구실, 줏대 없는 행동

편복지역(蝙蝠之役) - 박쥐구실, 줏대 없는 행동

박쥐 편(虫/9) 박쥐 복(虫/9) 갈 지(丿/3) 부릴 역(彳/4)\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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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모습은 쥐처럼 생겼지만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 막이 있어 날 수도 있다. 쥐도 새도 아니면서 편리한 대로 양쪽 편에 모두 낄 수 있다. 중국에선 의외로 행복의 상징이라며 蝙蝠(편복) 외에 나타내는 말이 긍정적이다. 낮에는 엎드려 있고 날개가 있다 하여 伏翼(복익), 飛鼠(비서)에서 仙鼠(선서), 天鼠(천서)라고까지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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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선 박쥐를 마녀의 상징이나 악마의 대명사로 사용하고 우리나라서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박쥐구실이란 말이 생겼다. 자기 이익만을 위해 이리 붙고 저리 붙는 줏대 없는 행동을 말한다. 교묘하게 변명을 하면서 상황과 조건에 따라 오가는 절개 없는 사람, 기회주의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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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인조 때의 학자 玄默子(현묵자) 洪萬宗(홍만종)의 ‘旬五志(순오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의 시가나 중국의 작품을 평론한 외에 130여 종의 우리 속담을 수록한 책으로 보름이 걸려 완성했다고 하는 책이다. 이야기를 간추려보자. 새들끼리 모여 봉황을 축하하는 자리에 박쥐가 불참했다. 봉황이 박쥐를 불러다 부하이면서 축하도 해주지 않고 거만하다며 꾸짖었다. 박쥐는 네 발 가진 짐승인데 새들 모임에 왜 가느냐고 도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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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 이번엔 기린을 축수하는 잔치가 있었는데 온갖 짐승들이 다 모였어도 박쥐만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린이 박쥐를 불러다 어찌 축하잔치에 안 올 수 있느냐고 꾸짖었다. 박쥐가 이번에는 새인데 왜 짐승들의 잔치에 갈 필요가 있느냐고 하면서 날개를 펼쳐보였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 박쥐는 날짐승과 길짐승 양쪽에서 미움을 받게 되어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고 어두운 동굴 속에 숨어 지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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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의 대학자 徐居正(서거정)은 ‘蝙蝠賦(편복부)’에서 이런 박쥐를 애틋해한다. ‘쥐 몸에 새 날개, 그 형상 기괴하다, 낮 아닌 밤에만 나다니니, 그 종적이 음침하고 창황하다(身鼠而翼鳥兮 何形質之怪奇而難狀也 不晝而卽夜兮 何蹤跡之暗昧而惝恍也/ 신서이익조혜 하형질지괴기이난상야 부주이즉야혜 하종적지암매이창황야).’ 蹤은 발자취 종, 惝은 경황없을 창, 恍은 황홀할 황. 그러면서 홀로 조용히 살 수 있는 것을 부러워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한왕서래寒往暑來 -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온다, 사물은 순서대로 진행된다.

한왕서래寒往暑來 -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온다, 사물은 순서대로 진행된다.

한왕서래(寒往暑來) -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온다, 사물은 순서대로 진행된다.

찰 한(宀/9) 갈 왕(彳/5) 더울 서(日/9) 올 래(人/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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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지 않고 봄이 오랴’라는 속담이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나야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유명한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셸리(Percy Bysshe Shelley, 1792~1822)의 시구에도 있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세상일에는 다 일정한 순서가 있는 법이니 급하다고 서둘러 일이 성사될 수가 없다. 지금은 비록 시련과 어려움에 빠져 불행하다고 해도 그것을 극복해야 희망찬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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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가면(寒往) 더위가 온다(暑來)는 이 성어도 같은 뜻이지만 더 심오한 곳에서 왔다. 고대 중국 周(주)나라의 易(역)에서 왔다는 ‘周易(주역)‘이다. ’역‘은 본래 도마뱀의 일종을 그린 상형문자라고 한다. 도마뱀은 주위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데서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근본 양상을 변화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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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五經(오경)의 하나로 易經(역경)이라고도 하는데 萬象(만상)을 음양 이원으로 설명하여 64괘를 만들고 각각의 해석을 덧붙였다. 孔子(공자)에게도 주역은 어려웠던지 뜻을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읽고 읽어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韋編三絶(위편삼절)의 성어가 유래한 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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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난해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해석한 것이 十翼(십익)이다 그중의 하나로 하나하나의 卦爻(괘효)를 총괄하여 해설하여 繫辭傳(계사전)을 지었다. 그 하편에 나오는 성어의 내용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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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가면 달이 오고, 달이 가면 해가 오니, 해와 달이 서로 밀어 밝음이 생긴다(日往則月來 月往則日來 日月相推而明生焉/ 일왕즉월내 월왕즉일내 일월상추이명생언).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오니, 춥고 더운 것이 서로 밀어 한 해를 이룬다(寒往則暑來 暑往則寒來 寒暑相推而歲成焉/ 한왕즉서내 서왕즉한내 한서상추이세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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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어김없이 다가오는 자연의 법칙이다. 이것을 거역하기는 불가능하다. 지난 여름이 유사 이래 더웠다고 호들갑을 떨다가도 강풍이 몰아치는 겨울이 되어 언제 그랬느냐며 오들오들 떤다. 하지만 이 추위도 조금만 견디면 봄이 멀지 안다는 신호일 뿐이다. 시련을 잘 이겨내야 미래가 더욱 밝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도리불언桃李不言 – 복숭아 자두나무는 말을 하지 않는다, 덕이 있으면 사람이 모여 든다.

도리불언桃李不言 – 복숭아 자두나무는 말을 하지 않는다, 덕이 있으면 사람이 모여 든다.

도리불언(桃李不言) – 복숭아 자두나무는 말을 하지 않는다, 덕이 있으면 사람이 모여 든다.

복숭아 도(木/6) 오얏 리(木/3) 아닐 불(一/3) 말씀 언(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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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나무와 오얏, 요즘의 자두나무는 그 열매나 꽃이 아름다워 합쳐 말한 桃李(도리)로 자주 쓴다. 시에도 자주 인용됐다. 白樂天(백낙천)의 ‘長恨歌(장한가)’에는 ‘봄바람 산들 불어 복사꽃 오얏꽃 피는 밤(春風桃李花開夜)’에는 그리움이 더욱 사무친다고 했다. 남이 천거한 어진 사람이나 사제지간의 뜻도 있다. 桃李滿門(도리만문)이라 하면 재주나 풍모가 뛰어난 제자가 문하에 가득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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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桃李)는 말을 하지 않는다(不言)는 뜻의 이 성어는 뒤에 下自成蹊(하자성혜)라는 말이 따라야 완전한 뜻을 이룬다. 이들 나무의 아래에는 길이 저절로 생긴다는 뜻이다. 蹊는 지름길 혜. 成蹊(성혜)라고 줄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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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꽃과 자두꽃은 매우 아름다워 오라고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다투어 찾아오게 되므로 그 아래에 길이 저절로 생겨난다. 덕이 있는 사람은 조용히 있어도 사람들이 그 덕을 사모하여 따르게 된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하든지 떠벌리지 않고 꾸준히 갈 길만 가는 것을 일컫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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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는 ‘史記(사기)’의 李將軍(이장군) 열전이나 ‘漢書(한서)’의 李廣蘇建傳(이광소건전) 등에 예부터 내려오는 말이라며 李廣(이광) 장군을 평가하는데 썼다. 前漢(전한) 초기의 장수 이광은 말타기와 활쏘기에 출중한 재능을 지녀 바위를 호랑이로 알고 쏘았더니 화살이 박혔더라는 中石沒鏃(중석몰촉)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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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광은 변방의 匈奴(흉노)가 침입할 때 70여 차례나 물리쳐 飛將軍(비장군)이라 불리며 두려워했다. 인품도 훌륭해 따르는 사람이 많았지만 눌변인데다 조정에 줄도 없어 중용되지 못하던 중 대장군 衛靑(위청)의 핍박으로 자결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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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馬遷(사마천)은 그를 가리켜 ‘몸이 바르면 영을 내리지 않아도 실행되고, 몸이 바르지 못하면 영을 내려도 따르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기신정 불령이행 기신부정 수령부종)’면서 속담에 이르기를 ‘복숭아와 오얏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아래 저절로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 도리불언 하자성혜)’고 높이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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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나 권력이 있을 때는 그 집이 門前成市(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나 그것을 잃고 나면 사람들이 썰물같이 빠져나가 휑하게 된다. 세태를 탓하기 쉽지만 잘 나갈 때 어떤 몸가짐이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덕으로 사람들을 대했다면 그 집 앞의 길은 계속 붐빌 것이기 때문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지족불욕知足不辱 -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욕되지 아니함

지족불욕知足不辱 -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욕되지 아니함

지족불욕(知足不辱) -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욕되지 아니함

알 지(矢/3) 발 족(足/0) 아닐 불(一/3) 욕될 욕(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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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람이 없이 넉넉하여 마음에 차면 만족한다. 여기에 도달해도 잠시 옆과 비교하면 만족감은 눈 녹듯 사라진다. 자기의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자는 바라던 것을 얻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행복은 만족하는 자에게 온다며 동서의 철인이 저마다 강조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만족을 알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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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정진하여 生佛(생불)의 경지에 오른 知足禪師(지족선사)도 黃眞伊(황진이)의 하룻밤 유혹에 넘어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현재의 것으로 만족함을 안다면(知足) 욕되지 않는다(不辱)는 가르침은 말은 쉬워도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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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는 ‘道德經(도덕경)’에서 나왔다. 春秋時代(춘추시대) 말기 道敎(도교)의 창시자인 老子(노자)의 책이다. 조금 뒤에 태어난 儒家(유가)의 孔子(공자)와 모든 면에서 대립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중시하고 현실참여를 택하는 유가에 비해 道家(도가)는 드러나지 않게 자연 그대로의 無爲(무위)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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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함을 알라는 깨우침도 名利(명리)의 가치관을 배격하는 노자의 특징을 드러낸다. 이 성어가 나오는 44장의 내용을 보자. 명성과 생명 어느 것이 더 중하며, 신체와 재산 중 어느 것이 귀한가 묻고, 지나치게 아끼면 큰 낭비가 따르고 쌓아두기만 하면 더 잃게 된다며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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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을 알면 욕되지 않고, 적당히 그칠 줄 알면 오래도록 편할 수 있다(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 비슷한 내용은 곳곳에 있다. 46장에는 ‘만족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화가 없고, 욕심을 내어 탐하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화막대어부지족 구막대어욕득)’로 가르친다. 족한 것을 알고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은 부자라는 ‘知足者富(지족자부)‘는 33장에 나오는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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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心寶鑑(명심보감)’도 빠질 수 없다. ‘항상 만족함을 알면 평생 욕됨이 없고, 항상 그칠 줄 알면 종신토록 부끄러움이 없다(知足常足 終身不辱 知止常止 終身無恥/ 지족상족 종신불욕 지지상지 종신무치).’ 安分(안분)편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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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에서 나온 것은 변함이 없더라도 다른 마음이 든 선물은 주고받는 손이 법을 인식했음이 틀림없다. 작금 법조계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만족함을 모르고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명성에 치욕의 칠갑을 하는 것을 보고 이제라도 고마운 마음을 주고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수도호손산樹倒猢猻散 -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들이 흩어진다.

수도호손산樹倒猢猻散 -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들이 흩어진다.

수도호손산(樹倒猢猻散) -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들이 흩어진다.

나무 수(木/12) 넘어질 도(亻/8) 잔나비 호(犭/9) 원숭이 손(犭/10) 흩을 산(攵/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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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세력의 방패막이 아래서 안온한 생활을 하다 위의 힘이 다하여 자신을 막아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거느리는 윗사람이 잘 해야 그 성원들이 행복할 것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 아랫사람이 취하는 행동 중 은혜를 입었으므로 충성을 다하여 끝까지 행동을 같이 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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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드물지만 보금자리가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는 巢毁卵破(소훼난파)가 될 것이다. 반면 자기 살길을 찾아 各自圖生(각자도생)하는 경우는 나무가 무너지면 그 곳에 깃들어 살던 새가 날아간다는 樹倒鳥飛(수도조비)란 말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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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쓰러지면(樹倒) 그 곳에서 살던 원숭이들도 흩어진다(猢猻散)는 이 성어도 우두머리가 낭패를 당해 망하면 그 수하들까지 줄줄이 패가망신한다는 의미다. 猢猻(호손)은 沐猴而冠(목후이관)처럼 후베이(湖北) 성에 사는 원숭이의 종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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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명)나라 때 陶宗儀(도종의)의 ‘說郛(설부, 郛는 외성 부)’에 실린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宋(송)나라 때 승상 秦檜(진회, 檜는 전나무 회)는 岳飛(악비)를 모함하여 살해한 희대의 간신이었다. 曺詠(조영)이라는 사람이 이에 빌붙어 관직이 시랑에 이르고 나는 새도 떨어뜨릴 지경으로 거들먹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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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손위 처남인 厲德新(여덕신, 厲는 갈 려)만은 아부하여 얻은 관직이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조영을 멀리 했다. 과연 진회가 죽자 그를 추종하던 무리들이 모두 실각했고 조영도 오지로 좌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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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덕신이 이런 자들을 풍자하는 글을 지었는데 제목이 樹倒猢猻散賦(수도호손산부)였다. 진회를 큰 나무에, 조영과 같은 무리들을 그 나무에 사는 원숭이에 비유하여 권세를 믿고 백성을 괴롭힌 악행을 폭로한 뒤, 큰 나무가 쓰러져서 원숭이들도 사방으로 흩어져 온 나라가 기뻐할 일이라는 내용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